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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불진공(不眞空)은 세상 만물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 딱 굳건히 있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에요. 인연 따라 잠깐 나타난 것일 뿐 '참으로(眞) 있는' 게 아니어서, 바로 그렇기에 공(空)하다는 뜻이지요.
여름날 소나기 뒤에 뜨는 무지개를 떠올려 보세요.
눈에는 분명히 빨주노초파남보가 보여요.
그런데 손으로 잡으러 다가가면 아무것도 없죠.
무지개가 아예 없다고 하면 방금 본 게 거짓말이 되고, 진짜로 있다고 하면 왜 못 잡느냐는 문제가 남아요.
무지개는 물방울과 햇빛이 만나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잠깐 나타나는 거예요.
승조가 말한 불진공(不眞空)이 딱 이거예요.
글자를 그대로 풀면 '참되지(眞) 않으니 공(空)하다'는 말이에요.
세상 모든 것이 무지개처럼 여러 조건이 만나 잠깐 생겨난 모습일 뿐, 스스로 딱 버티고 서 있는 '진짜배기 알맹이'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참으로 있는 게 아니고, 참으로 있지 않으니 곧 공하다고 본 거예요.
승조(僧肇)는 384년부터 414년까지 살았던 중국 후진 시대의 불교 스님이에요.
인도 말 경전을 중국어로 옮기던 대번역가 구마라집의 제자였고, 공(空)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해서 '해공제일(解空第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죠.
그가 남긴 《부진공론(不眞空論)》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무대예요.
승조가 이 글을 쓴 이유가 있어요.
당시 중국 불교는 '세상은 있는가(有), 없는가(無)'를 두고 크게 셋으로 갈려 있었거든요.
승조는 세 입장을 하나씩 검토하면서, 다들 한쪽으로 너무 기울었다고 봤어요.
글자 뜻만 살짝 볼게요.
| 갈래 | 글자가 가리키는 방향 |
|---|---|
| 심무(心無) | 마음을 비우는 쪽에 무게를 둠 |
| 본무(本無) | 본래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둠 |
| 즉색(即色) | 눈앞의 형색 쪽에 무게를 둠 |
승조가 보기엔 어느 하나도 딱 맞지 않았어요.
세상을 '없다'고만 하면 방금 본 무지개를 무시하는 거고, '있다'고만 하면 못 잡는 이유를 설명 못 하니까요.
그래서 승조가 내놓은 답이 비유비무(非有非無)예요.
원문 그대로 읽으면 '있는 것도 아니고(非有) 없는 것도 아니다(非無)'라는 뜻이에요.
무지개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있다'고 하기엔 못 잡고, '없다'고 하기엔 눈에 보여요.
그러니 있다도 아니고 없다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이 진짜 모습인 거죠.
승조는 이 자리를 중도실상(中道實相), 즉 '치우치지 않은 참모습'이라고 불렀어요.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공하다'는 말이 '아무것도 없다'는 허무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무지개는 지금 분명히 떠 있어요.
다만 그 무지개에 영원히 변치 않는 알맹이가 없을 뿐이죠.
컵에 담긴 물을 생각해도 좋아요.
물은 눈앞에 있지만, 온도가 오르면 수증기가 되고 내려가면 얼음이 돼요.
'물'이라는 고정된 실체가 딱 박혀 있는 게 아니라 조건 따라 모습을 바꾸는 거예요.
승조의 공은 이렇게 '있으면서도 고정된 알맹이는 없는' 상태를 가리켜요.
불진공은 어려운 옛말 같지만, 사실 우리 삶에 바로 닿아 있어요.
우리는 자주 무언가를 '진짜 딱 이거다'라고 못 박고 거기에 매달려요.
이 성적, 이 직함, 이 관계가 나의 전부이고 영원할 거라고 믿죠.
그런데 승조의 눈으로 보면 그것들도 여러 조건이 만나 잠깐 이룬 무지개예요.
조건이 바뀌면 모습도 바뀌어요.
그렇다고 '다 헛되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게 절대 아니에요.
무지개가 잠깐이라 해서 그 아름다움이 가짜는 아니잖아요.
오히려 '이건 조건 따라 생긴 것'임을 알면, 붙잡느라 괴로워하지 않고 지금의 모습을 더 가볍게 누릴 수 있어요.
있음과 없음, 그 어느 쪽에도 매이지 않는 마음, 승조가 1600여 년 전에 짚으려 한 게 바로 그 자리예요.
불진공(不眞空)은 세상 만물이 조건 따라 잠깐 나타난 무지개 같아서, 참으로(眞) 있는 게 아니기에 공(空)하다는 승조의 생각이에요.
그는 '있다'와 '없다'로 갈린 세 입장을 검토한 뒤, 어느 쪽도 아닌 비유비무(非有非無)의 중도실상을 답으로 내놓았어요.
여기서 공은 텅 빈 허무가 아니라, 눈앞에 있으면서도 고정된 알맹이는 없는 상태를 말해요.
오늘 우리가 무언가를 '영원한 진짜'로 못 박고 붙들 때, 그것도 조건이 만든 잠깐의 모습임을 떠올리게 해 주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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