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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인적제승(因敵制勝)은 미리 짜둔 전술을 고집하지 않고, 적이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겁내고 어디가 비었는지를 먼저 읽어, 거기에 딱 맞는 방법을 그때그때 만들어 이긴다는 뜻이에요. 이길 열쇠는 내 계획서가 아니라 적의 형편 쪽에 있다고 본 거예요.
가위바위보에서 상대가 무엇을 낼지 먼저 볼 수 있다면 매번 이기겠죠.
인적제승(因敵制勝)이 딱 그 생각이에요.
'인(因)'은 따른다, '적(敵)'은 상대, '제승(制勝)'은 승리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라, 이어 붙이면 "적에 따라 승리를 만들어 낸다"가 돼요.
핵심은 이거예요.
이기는 방법을 미리 정해두지 않아요.
대신 적이 지금 어디 있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디가 텅 비었는지를 먼저 살핀 다음, 그 자리에 꼭 맞는 수를 만들어요.
냉장고를 열어 오늘 있는 재료를 보고 메뉴를 정하는 요리사처럼요.
레시피를 외워두고 재료가 없어도 억지로 밀어붙이는 사람과는 정반대죠.
그래서 인적제승에는 '정답 전법 한 개'가 없어요.
적이 달라지면 답도 달라지니까요.
손빈(기원전 382년경부터 기원전 316년까지)은 전국시대 제나라의 군사(軍師)예요.
《손자병법》을 남긴 손무의 후손으로 전해지고요.
그는 함께 병법을 배운 동문 방연의 모함으로 무릎뼈를 깎이는 빈형(臏刑)을 받아 다리를 잃었지만, 제나라로 탈출해 병법가로 이름을 남겼어요.
다리를 못 쓰니 그는 말을 탈 수 없었고, 그래서 병사들 앞에 서는 주장(主將) 자리도 스스로 사양했어요.
직접 힘으로 부딪칠 수 없는 사람에게 남은 무기는 오직 '상황을 읽는 눈'뿐이었죠.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적의 형편을 읽어 이기는 인적제승은, 어쩌면 그의 처지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나온 생각이었는지도 몰라요.
손빈의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어요.
제나라 장군 전기(田忌)가 경마 내기를 자주 졌는데, 말은 상등·중등·하등 세 등급으로 나뉘어 세 판을 겨뤘어요.
손빈은 전기에게 순서를 바꾸라고 일러줬어요.
내 하등말을 상대 상등말과 붙여 한 판을 버리고, 내 상등말로 상대 중등말을, 내 중등말로 상대 하등말을 이기게 한 거예요.
그러면 세 판 중 두 판을 이겨요.
말을 더 좋은 걸로 바꾼 게 아니에요.
상대가 어떤 말을 어디에 내는지를 보고 내 배치를 어긋나게 맞췄을 뿐이죠.
이게 인적제승의 축소판이에요.
가진 힘은 그대로인데, 적에 맞춰 짜기만 해도 결과가 뒤집힌다는 것.
이 일 덕분에 전기가 손빈을 제 위왕에게 추천했어요.
손빈은 이 원리를 실제 전쟁에서 몇 번이나 되풀이했어요.
조나라가 위나라에 수도를 포위당해 도움을 청했을 때(기원전 354년), 손빈은 조나라로 달려가지 않았어요.
대신 텅 비어 있는 위나라 수도 대량을 쳤죠.
이게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나라를 포위해 조나라를 구한다'예요.
적이 반드시 돌아와 지켜야 하는 곳을 찌른 거예요.
12년 뒤 마릉 전투(기원전 342년)에서는 방연의 성격을 읽었어요.
손빈은 밥 짓는 아궁이 수를 하루하루 줄이는 감조지계(減竈之計)를 써서, 제나라 병사가 겁먹고 도망친 것처럼 보이게 했어요.
방연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자만해 경보병만 이끌고 추격했죠.
손빈은 좁은 마릉 길목의 나무껍질을 벗겨 '龐涓死于此樹之下(방연은 이 나무 아래에서 죽는다)'라고 새기고, 길 양옆에 궁수 1만 명을 숨겼어요.
밤에 도착한 방연이 글자를 읽으려 불을 밝히자, 그 불빛을 신호로 화살이 쏟아졌어요.
방연은 '遂成豎子之名(결국 저 애송이의 이름을 떨치게 만들었구나)'이라 탄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요.
세 장면이 모두 같은 뼈대예요.
적의 위치·심리·조급함을 먼저 읽고, 거기에 맞춘 판을 짜서 이긴 것이죠.
| 상황 | 읽어낸 적의 형편 | 만들어 낸 승리 |
|---|---|---|
| 위위구조 | 수도가 비어 반드시 돌아온다 | 돌아오는 길목 계릉에서 매복 |
| 감조지계 | 방연이 얕보고 급히 쫓아온다 | 추격을 유인해 무리하게 만듦 |
| 마릉 매복 | 좁은 길·어둠·불빛에 몰린다 | 궁수 일제사격으로 제압 |
손빈은 손무의 후손이자 그 영향을 받았지만, 시대가 달라진 만큼 태도도 조금 달랐어요.
손무는 성을 공략하는 일을 되도록 말렸지만, 손빈의 병법에는 포위된 성을 공격하는 방법까지 담겨 있어요.
전국시대 후기의 바뀐 전쟁 상황을 반영한 거죠.
'반드시 공격하고 지키기만 하지 않는다'는 필공불수(必攻不守)의 적극적인 자세도 여기서 나와요.
이것도 결국 인적제승의 연장이에요.
옛 규칙을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지금의 적과 지금의 전황에 맞춰 방법을 새로 짠다는 태도니까요.
손빈이 저술한 《손빈병법》은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1972년 산둥성 인췌산 한나라 무덤에서 죽간으로 다시 발견되면서, 손무와 손빈이 별개의 인물이며 각자 병법서를 남겼음이 확인됐어요.
인적제승은 '이기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돼요.
승리는 내 머릿속 계획이 아니라 적의 형편에서 나오니까, 먼저 적을 읽고 거기에 맞춰 수를 만들라는 거죠.
경마의 순서 바꾸기, 위위구조, 감조지계와 마릉의 매복이 모두 같은 원리의 다른 얼굴이었어요.
다리를 잃어 말을 탈 수도 없던 손빈이, 오히려 '읽는 힘' 하나로 방연을 마릉의 나무 아래서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오래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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