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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팔진법(八陣法)은 군대를 하나의 덩어리로 뭉치지 않고 여덟 갈래로 나눠 사방에 세워 두는 진법이에요. 대형을 미리 짜 두되, 적이 어디서 오든 그때그때 모양을 바꿔 맞받자는 생각이죠.
운동장에서 피구를 할 때 한쪽에 우르르 몰려 있으면, 반대편에서 공이 날아올 때 꼼짝없이 맞아요.
앞뒤 양옆으로 골고루 서 있으면 어디서 공이 와도 막아 내죠.
팔진법은 바로 이 '골고루 세워 두기'를 군대에 옮긴 거예요.
'팔(八)'은 여덟, '진(陣)'은 병사들이 줄지어 선 대형을 뜻해요.
그러니 팔진법은 군대를 여덟 갈래로 나눠 사방팔방에 배치해 두는 방법이에요.
앞이 뚫리면 옆이 막고, 옆이 밀리면 뒤가 받쳐 주니 적이 어느 쪽에서 달려들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죠.
이 생각을 다듬은 사람이 기원전 4세기 제나라의 군사(軍師) 손빈이에요.
《손자병법》을 쓴 손무의 후손으로 전해지고,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는 형벌(빈형)을 받고도 병법서 《손빈병법》을 남긴 인물이죠.
왜 힘을 한데 모으지 않고 굳이 나눌까요?
답은 '같은 힘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예요.
손빈의 유명한 일화가 이걸 딱 보여 줘요.
손빈이 모시던 장군 전기(田忌)는 말 경주를 즐겼어요.
말은 상·중·하 세 등급으로 나뉘는데, 손빈이 순서를 이렇게 바꿔 붙였죠.
| 판 | 우리 말 | 상대 말 | 결과 |
|---|---|---|---|
| 1판 | 하등말 | 상등말 | 진다 |
| 2판 | 상등말 | 중등말 | 이긴다 |
| 3판 | 중등말 | 하등말 | 이긴다 |
첫 판은 일부러 버려요.
대신 남은 두 판을 이겨서 세 판 중 두 판으로 승리를 가져오죠.
말은 그대로인데 '어떤 말을 어디에 놓느냐'만 바꿔 이긴 거예요.
팔진법도 똑같아요.
병사 수가 같아도 누구를 앞에, 누구를 옆에, 어떤 순서로 세우느냐가 승패를 가르니까요.
손빈은 이 배치의 감각을 실제 전쟁에서 그대로 펼쳤어요.
기원전 354년, 강한 위나라가 조나라 수도 한단을 포위했어요.
조나라가 도와 달라 하자, 손빈은 조나라로 곧장 달려가지 않고 텅 빈 위나라 수도 대량을 쳤어요.
놀란 위나라 군대가 포위를 풀고 되돌아오다 계릉에서 매복에 걸려 크게 졌죠.
적을 내가 원하는 자리로 끌어내는 것, 이게 '위위구조(圍魏救趙)', 곧 위나라를 포위해 조나라를 구한다는 전략이에요.
12년 뒤 마릉 전투에서는 한 수 더 나갔어요.
손빈은 밥 짓는 아궁이 수를 날마다 줄여서(감조지계), 제나라 병사가 겁먹고 도망친 것처럼 꾸몄어요.
이를 믿은 적장 방연이 가벼운 병력만 끌고 급히 쫓아왔죠.
손빈은 좁은 길목의 나무껍질을 벗겨 「龐涓死于此樹之下」, 곧 '방연은 이 나무 아래에서 죽는다'라고 새겨 두고 양옆에 궁수 1만 명을 숨겼어요.
밤에 도착한 방연이 글씨를 읽으려 불을 켜는 순간, 그 불빛을 신호로 화살이 쏟아졌죠.
방연은 「遂成豎子之名」, '결국 저 애송이의 이름을 떨치게 만들었구나'라 탄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누구를 어디에 두고, 언제 움직이게 하느냐.
손빈의 이 모든 승부가 팔진법이 말하는 배치라는 생각과 통해요.
아쉽게도 손빈이 정리한 《손빈병법》은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어요.
《한서》는 손빈이 89편에 그림 4권을 지었다고 적었지만, 한나라 뒤로 책이 사라져 1400년 넘게 볼 수 없었죠.
하도 안 보이니 '손빈이라는 사람이 정말 있었나', '지금 전하는 《손자병법》이 사실 손빈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왔어요.
수수께끼는 1972년에 풀렸어요.
산둥성 린이 인췌산의 한나라 무덤에서 대나무 조각에 쓴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이 나란히 나온 거예요.
손무와 손빈이 서로 다른 사람이고 각자 병법서를 남겼다는 게 확인됐고, 되살아난 《손빈병법》은 31편으로 정리됐죠.
병사를 어떻게 나누고 세울지 고민한 손빈의 생각도 이렇게 땅속에서 다시 걸어 나왔어요.
팔진법은 군대를 하나로 뭉치지 않고 여덟 갈래로 나눠, 적이 어디서 오든 대형을 바꿔 맞받는 진법이에요.
핵심은 '얼마나 많은 병사냐'가 아니라 '누구를 어디에 어떤 순서로 놓느냐'죠.
경마에서 말 순서만 바꿔 이기고, 전장에서 적을 원하는 자리로 끌어낸 손빈의 승부가 모두 같은 생각에서 나왔어요.
다음에 팀을 짜거나 자리를 배치할 일이 있으면, 힘을 늘리기 전에 먼저 '어떻게 놓을까'를 떠올려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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