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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일형(壹刑)은 '형벌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뜻이에요. 재상이든 장군이든 평민이든, 같은 죄를 지으면 신분이나 지난 공적과 상관없이 똑같은 벌을 받게 한다는 원칙이지요. 그래야 법이 모든 사람 위에서 똑같은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본 거예요.
반에 규칙이 하나 있다고 해봐요.
"복도에서 뛰면 청소 당번."
그런데 반장이 뛰어도 아무도 안 시키고, 힘센 아이가 뛰어도 그냥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그 규칙은 금방 아무도 안 지키는 종잇조각이 되고 말아요.
규칙이 살아 있으려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돼야 하거든요.
일형(壹刑)이 바로 이 생각이에요.
'壹'은 '하나로 통일한다', '刑'은 '형벌'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일형은 "형벌의 기준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말이지요.
이 원칙을 밀어붙인 사람이 상앙(商鞅)이에요.
기원전 4세기, 지금의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에서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개혁을 이끈 법가 사상가예요.
그가 만든 법의 뼈대 하나가 바로 이 일형이었어요.
상앙이 살던 시대에는 신분이 곧 특권이었어요.
귀족이나 왕족은 법을 어겨도 슬그머니 넘어가는 일이 많았지요.
쉽게 말하면 '법 위에 사람'이 있었던 거예요.
그러면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힘없는 백성만 벌을 받고, 진짜 힘 있는 사람은 빠져나가요.
법이 강한 자 앞에서 눈치를 보는 순간, 나라 전체의 질서가 흔들린다고 상앙은 봤어요.
그래서 그는 벌을 줄 때 상대가 누구인지 따지지 않기로 해요.
전국책(戰國策)은 상앙이 진나라를 다스린 모습을 이렇게 전해요.
"罰不諱強大,賞不私親近(벌불휘강대, 상불사친근)", 즉 '벌은 강하고 힘 있는 자라 해서 봐주지 않았고, 상은 가까운 사람이라 해서 몰래 주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벌도 상도 신분이 아니라 오직 행동을 기준으로 삼은 거지요.
이게 일형의 핵심이에요.
말로만 그친 게 아니에요.
신법을 시행한 지 한 해쯤 지났을 때, 훗날 왕이 될 태자가 법을 어겼어요.
보통 같으면 "다음 임금이 될 분인데" 하며 넘어갔겠지요.
그런데 상앙은 그냥 두지 않았어요.
태자를 직접 벌할 수는 없으니, 태자를 가르친 스승들을 대신 처벌했어요.
공자건(公子虔)과 공손가(公孫賈)가 그 대상이었지요.
처벌은 가벼운 게 아니었어요.
공손가는 얼굴에 먹으로 죄를 새기는 묵형(黥)을 받았고, 훗날 다시 법을 어긴 공자건은 코를 베는 의형(劓)을 당했어요.
전국책은 "法及太子,黥劓其傅(법급태자, 경의기부)", 곧 '법이 태자에게까지 미쳐 그 스승을 묵형과 의형에 처했다'고 적었어요.
그리고 그 결과를 이렇게 덧붙여요.
"期年之後,道不拾遺(기년지후, 도불습유)", 즉 '일 년이 지나자 길에 떨어진 물건도 함부로 줍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에요.
왕의 자리에 가장 가까운 집안조차 법을 피하지 못하는 걸 보자, 백성들이 비로소 법을 진짜로 믿게 된 거예요.
상앙의 개혁에는 비슷해 보이는 낱말이 많아서 헷갈리기 쉬워요.
아래처럼 갈래를 나눠 보면 일형의 자리가 또렷해져요.
| 개념 | 초점 |
|---|---|
| 일형(壹刑) | 형벌의 기준을 하나로, 신분 상관없이 같은 죄엔 같은 벌 |
| 법치(法治) |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큰 틀 |
| 십오연좌(什伍連坐) | 이웃의 죄를 알고도 신고 안 하면 함께 벌 |
법치가 '무엇으로 다스릴까'라는 큰 방향이라면, 일형은 그 안에서 '벌을 어떻게 똑같이 줄까'를 다루는 더 좁은 원칙이에요.
법치·연좌 같은 이야기는 각각 따로 살펴봐야 할 만큼 커서, 여기서는 일형과 어떻게 다른지만 짚고 넘어갈게요.
'같은 죄에는 같은 벌'이라는 생각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법 앞의 평등'과 닮았어요.
지위가 높다고 봐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앞선 발상이었지요.
다만 목적은 조금 달랐어요.
상앙의 일형은 사람마다 지닌 권리를 지키려던 게 아니라, 왕의 명령이 예외 없이 통하게 만들어 나라를 강하게 하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형벌 자체는 코를 베고 몸을 찢을 만큼 가혹했지요.
재미있는 건, 상앙 자신도 결국 자기 법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훗날 쫓기는 신세가 되어 도망치던 그는 변경의 여관에서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투숙을 거절당했어요.
자신이 만든 법이 자기에게 그대로 돌아온 셈이지요.
여기서 '작법자폐(作法自斃)', 곧 '자기가 만든 법에 자기가 걸려 넘어진다'는 말이 나왔어요.
신분을 가리지 않는 형벌은, 만든 사람조차 예외로 두지 않았던 거예요.
일형(壹刑)은 '형벌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원칙이에요.
재상이든 태자의 스승이든 평민이든, 같은 죄를 지으면 신분이나 지난 공적과 상관없이 똑같이 벌한다는 생각이지요.
상앙은 법이 강한 자 앞에서 눈감으면 나라의 질서가 무너진다고 봤고, 실제로 태자의 스승에게 묵형과 의형을 내려 이를 증명했어요.
그러자 백성들이 비로소 법을 믿었고요.
오늘의 '법 앞의 평등'과 겉모습은 닮았지만, 상앙의 목적은 왕의 명령을 예외 없이 세우는 데 있었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해요.
그리고 그 예외 없음은, 법을 만든 상앙 자신이 여관 문 앞에서 되돌려받는 것으로 끝을 맺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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