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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통기국(理通氣局)은 세상 모든 것에 깃든 이치(理)는 어디서나 하나로 똑같이 통하지만, 그 이치를 담아내는 기운(氣)은 사물마다 모양과 한계가 달라 제각기 갇힌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뿌리는 하나여도 겉으로 펼쳐진 세상은 이토록 다양한 거예요.
먼저 글자부터 나눠 볼게요.
이통(理通)은 "이치는 통한다", 기국(氣局)은 "기운은 갇힌다"는 말이에요.
여기서 이(理)는 만물이 그렇게 되는 까닭, 즉 세상의 밑바탕이 되는 이치를 뜻하고요.
기(氣)는 그 이치를 실제 모양과 재료로 빚어내는 기운, 우리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들을 이루는 힘이에요.
조선의 유학자 율곡 이이(李珥, 1536년부터 1584년까지 살았어요)는 이 두 글자를 짝지어, 하나의 짧은 원리를 세웠어요.
"이치는 두루 통하지만, 기운은 저마다 갇혀 있다."
이 한 문장 안에 세상이 왜 근본은 같으면서도 겉모습은 제각각인지, 그의 답이 들어 있어요.
이이는 이 생각을 벗이자 논쟁 상대였던 성혼에게 보낸 편지 《답성호원(答成浩原)》에서 깊이 풀어냈답니다.
햇빛을 떠올려 볼까요.
같은 햇빛이 온 동네 창문마다 똑같이 쏟아져요.
그런데 어떤 창은 크고 어떤 창은 작고, 어떤 창은 색유리예요.
그래서 방마다 밝기도 다르고 빛깔도 달라지죠.
여기서 햇빛은 어디서나 하나이고 막힘없이 통하니까 이(理)예요.
창문은 저마다 크기와 색이 정해져 빛을 제 나름으로만 받아들이니까 기(氣)고요.
사람과 개와 돌멩이를 봐도 그래요.
셋 다 "그것이 그것답게 존재하는 이치"를 품고 있고, 그 밑바탕의 이치는 서로 통해요.
하지만 사람은 사람의 모양, 개는 개의 모양, 돌은 돌의 모양으로 굳어져 있어요.
이 서로 다른 모양과 한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기예요.
그래서 이이는 "이는 통하고 기는 갇힌다"고 한 거예요.
같은 물을 둥근 그릇, 네모 그릇에 나눠 부으면 물은 하나인데 담긴 모양은 달라지는 것과 비슷해요.
중요한 점이 있어요.
이이는 이와 기가 따로 떨어져 있다가 만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앞뒤도 없이 동시에 붙어 있다고 봤어요.
이는 우주의 본바탕(體)인 조리(條理)이고, 기는 그 조리를 실제로 굴러가게 하는 작용(用)이에요.
몸과 그 몸이 하는 일처럼, 둘은 떼어 낼 수 없어요.
다만 근본을 따질 때는 이가 뿌리가 된다고 했어요.
《답성호원》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推本其所以然,則理是樞紐根柢,故不得不以理爲先."
풀이하면 "그러한 까닭을 미루어 근본을 삼으면, 이(理)가 관건이 되는 뿌리이므로 부득불 이를 우선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에요.
이치가 먼저 있고 기운이 그것을 실어 나른다는 그림이죠.
두 글자를 표로 견줘 볼게요.
| 구분 | 이(理) | 기(氣) |
|---|---|---|
| 성질 | 통한다(通) | 갇힌다(局) |
| 범위 | 하나로 두루 같음 | 사물마다 제각각 |
| 역할 | 본바탕(體), 조리 | 작용(用), 모양과 재료 |
| 비유 | 같은 햇빛 | 크기·색이 다른 창문 |
"근본이 하나라면 세상도 다 똑같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물을 수 있어요.
바로 그 물음에 이통기국이 답을 줘요.
세상 만물이 서로 통하고 이어지는 이유는 이(理)가 하나로 통하기 때문이고, 그런데도 하나하나가 다 다른 이유는 기(氣)가 저마다 갇혀 있기 때문이에요.
같음과 다름을 한꺼번에 설명하는 지혜인 셈이죠.
또 하나.
이통기국은 이이의 큰 사상 가운데 한 조각이에요.
그가 기(氣)의 작용을 강조한 다른 이론들, 이를테면 기발이승일도설이나 퇴계와 벌인 사단칠정 논쟁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어요.
이통기국은 그중에서도 "이와 기가 세상에 어떻게 펼쳐지는가"를 가장 간결하게 보여 주는 원리라고 기억하면 좋아요.
이통기국을 우리 삶에 옮겨 보면 이래요.
사람마다 태어난 곳, 몸, 처지, 성격은 다 달라요.
그건 저마다의 기(氣)가 갇혀 있는 모습이에요.
그런데 그 다름 아래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닌 같은 이치, 같은 존엄이 통하고 있어요.
그래서 겉모습이 다르다고 근본까지 다른 건 아니라는 눈, 반대로 근본이 같다고 모두를 똑같이 찍어 누르면 안 된다는 눈, 이 두 시선을 함께 갖게 해 줘요.
실생활에 쓸모 있는 학문만 참된 학문이라 여겼던 이이답게, 이 원리도 어렵고 먼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실마리로 남았어요.
이통기국은 "이치는 통하고, 기운은 갇힌다"는 네 글자예요.
만물에 깃든 이치(理)는 어디서나 하나로 통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기운(氣)은 사물마다 모양과 한계가 달라 제각기 갇혀요.
같은 햇빛이 창문마다 다르게 들어오듯, 뿌리는 하나여도 세상은 다양하게 펼쳐지는 거죠.
이와 기는 처음부터 붙어 있되 근본은 이에 두는 이이의 시선이 여기에 담겨 있어요.
다름은 기 때문이고 같음은 이 때문이라는 이 한 문장을, 오래 기억해 두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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