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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경(敬)은 마음을 한곳에 모아 흐트러뜨리지 않고 늘 또렷하게 깨어 있는 상태로 붙잡아 두는 공부예요. 퇴계 이황은 많이 아는 것보다 이 마음가짐을 하루 종일 지켜 내는 것을 배움의 진짜 뿌리로 봤어요.
혹시 물이 담긴 컵을 들고 조심조심 걸어 본 적 있나요?
넘칠까 봐 눈은 컵에, 발걸음은 천천히, 마음은 온통 그 물에 가 있죠.
딴생각을 하는 순간 물이 출렁 넘쳐요.
퇴계가 말한 경(敬)이 바로 이 상태예요.
마음이 여기저기 흩어지지 않게 한곳으로 모으고, 졸지도 풀리지도 않게 늘 또렷이 깨어 있는 것이죠.
흔히 경을 '공경 경'이라고 배워서 어른께 인사하는 예절쯤으로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퇴계에게 경은 남을 대하는 태도이기 이전에 내 마음을 다루는 방법이에요.
마음이라는 게 가만 두면 원숭이처럼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거든요.
밥 먹다가 어제 일이 떠오르고, 공부하다가 딴 데로 새고요.
그 마음을 놓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 붙들어 두는 힘, 그게 경이에요.
이황(李滉, 1501~1570)은 조선 경상도 안동에서 태어난 학자예요.
벼슬도 여러 번 했지만, 쉰일곱 살 무렵 고향에 도산서당을 짓기 시작해 일흔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책 읽고 마음 닦고 제자 가르치는 일에 마음을 쏟았어요.
퇴계가 살던 시대의 학자들은 우주와 마음을 이치(理)와 기운(氣)으로 설명하려고 아주 깊은 이론 논쟁을 벌였어요.
그런데 퇴계는 그 어려운 이론이 머릿속 지식으로만 남으면 소용이 없다고 봤어요.
아무리 옳은 이치를 알아도 마음이 흐트러져 있으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어떻게 하면 그 이치를 내 삶에서 진짜로 살아 낼까'를 물었고, 그 답이 바로 경이었어요.
경은 어려운 이론과 매일의 삶을 이어 주는 다리인 셈이죠.
경은 명상하듯 눈 감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이 아니에요.
오히려 걷고 말하고 밥 먹는 모든 순간에 마음을 깨어 있게 두는 거예요.
몇 가지로 나눠 보면 이래요.
퇴계가 임금에게 올린 <성학십도(聖學十圖)>도 이 마음을 늘 곁에 두고 잊지 말라는 뜻으로, 열 폭 그림을 병풍이나 작은 책으로 만들어 계속 눈에 띄게 하려 했어요.
벽에 붙여 둔 좌우명처럼, 경을 하루 종일 붙잡아 두려는 장치였던 셈이에요.
경을 요즘 말로 '집중'이라고만 옮기면 절반만 맞아요.
게임에 빠져 몇 시간 몰입하는 것도 집중이지만, 그건 경이 아니거든요.
둘의 차이를 표로 정리해 볼게요.
| 비교 | 그냥 몰입 | 퇴계의 경(敬) |
|---|---|---|
| 방향 | 재미있는 것에 빨려 들어감 | 내가 마음을 붙들어 둠 |
| 상태 | 나를 잊고 대상에 끌려감 | 나를 또렷이 지켜봄 |
| 시간 | 그때뿐, 끝나면 흩어짐 | 하루 온종일 이어 감 |
핵심은 '누가 주인이냐'예요.
몰입은 재미난 대상이 내 마음을 끌고 가지만, 경은 내가 내 마음의 고삐를 쥐고 있어요.
그래서 경은 무언가에 빠지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든 나를 놓치지 않는 깨어 있음이에요.
지금 우리는 5초마다 알림이 울리고, 영상 하나 다 보기도 전에 다른 걸 누르는 시대에 살아요.
마음이 원숭이처럼 뛰어다니기에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죠.
퇴계가 400여 년 전에 붙든 문제가 오히려 지금 더 절실해진 거예요.
경은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지금 시작할 수 있어요.
밥 먹을 때 휴대폰을 내려놓고 밥맛에만 마음을 두는 것, 걸을 때 발바닥에 닿는 땅을 느끼는 것, 화가 날 때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한 걸음 물러나 나를 바라보는 것.
이 작은 연습들이 다 경이에요.
마음의 주인 자리를 남에게, 알림에게 내주지 않고 내가 지키는 훈련이죠.
경(敬)은 마음을 한곳에 모아 흐트러뜨리지 않고 늘 깨어 있게 붙잡아 두는 공부예요.
퇴계 이황은 아무리 옳은 이치를 알아도 마음이 흩어져 있으면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아서, 이 마음가짐을 배움의 뿌리로 삼았어요.
경은 눈 감고 앉아 있는 명상이 아니라 걷고 말하고 먹는 모든 순간에 나를 놓치지 않는 깨어 있음이고, 재미난 것에 빨려 드는 몰입과 달리 내가 내 마음의 고삐를 쥐는 힘이에요.
물 담긴 컵을 조심히 나르듯, 오늘 밥 한 끼에 마음을 오롯이 두는 것부터가 퇴계가 말한 경의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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