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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억지로 붙잡아 오는 힘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루하루 쌓아 갈 때 저절로 온몸에 차올라 어떤 위협 앞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크고 굳센 기운이에요.
맹자(孟子, 기원전 372년쯤부터 289년쯤까지)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본 사람으로, 공자 다음가는 유학의 스승이라 하여 '아성(亞聖)'으로 불려요.
그런 맹자가 제자와 이야기하다 "나는 남보다 잘하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호연지기를 잘 기르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있어요.
여기서 이 말이 처음 나왔어요.
호연(浩然)은 물이 넘칠 듯 넓고 크게 흐르는 모양을, 기(氣)는 우리 몸과 마음을 채우는 기운을 뜻해요.
그러니까 호연지기는 '넓고 크게 흘러넘치는 기운'이에요.
겁 없이 아무 데나 대드는 만용이 아니라, 옳음 위에 서 있어서 누가 뭐라 해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에 가까워요.
힘이 세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이 굳세다는 뜻이라고 보면 쉬워요.
저금통을 떠올려 보세요.
하루에 백 원씩 넣으면 당장은 표가 안 나지만, 몇 달이 지나면 제법 묵직해져요.
호연지기도 그래요.
한 번의 멋진 행동으로 뚝딱 생기지 않고, 옳다고 여기는 일을 매일 하나씩 실천해 마음속에 쌓일 때 조금씩 차올라요.
맹자는 이 기운이 밖에서 갑자기 훔쳐 오듯 얻어지는 게 아니라, 안에서 오래 길러지는 것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스스로 떳떳한 행동이 밑거름이에요.
어제 친구를 속였다면 오늘 아무리 가슴을 펴려 해도 어딘가 켕겨서 기운이 새 나가죠.
반대로 작은 일에도 정직했다면, 그 떳떳함이 하나둘 모여 흔들리지 않는 심지가 돼요.
그러니 호연지기를 기른다는 건 대단한 결심을 하는 게 아니라, 오늘 하루 부끄럽지 않게 사는 일에서 시작해요.
맹자는 이 떳떳함의 뿌리를 '성실(誠)'에서 찾았어요.
그는 "反身而誠,樂莫大焉", 곧 '스스로를 돌이켜보아 성실하다면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고 했어요.
남이 봐 주지 않아도 내 마음에 부끄럽지 않은 상태, 거기서 오는 기쁨이 호연지기의 바탕이라는 거예요.
또 "誠者,天之道也;思誠者,人之道也", 곧 '성실함은 하늘의 도(道)요, 성실함을 생각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라고도 했어요.
하늘이 늘 어김없이 돌아가듯, 사람은 그 성실함을 닮으려 애쓰는 존재라는 뜻이죠.
이렇게 속을 성실함으로 채워 두면, 기운은 짜내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넘쳐요.
호연지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어요.
빨리 키우고 싶다고 서두르면 오히려 망가진다는 점이에요.
화분에 씨앗을 심어 놓고 답답하다며 매일 뿌리를 잡아당기면 어떻게 될까요?
뿌리가 상해서 싹이 그만 죽어 버려요.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이만큼 당당해야 해'라며 억지로 힘을 주면, 그건 진짜 기운이 아니라 겉멋 든 허세가 돼요.
맹자가 말한 기운은 조바심 없이, 옳은 행동이 쌓이는 만큼만 천천히 자라도록 두는 데서 나와요.
맹자에게는 이런 수양을 가리키는 또 다른 표현도 있어요.
"求其放心", 곧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찾는다'는 말이에요.
사람은 살다 보면 처음의 선한 마음을 자꾸 흘리는데, 그 마음을 도로 주워 담는 일이 곧 기운을 기르는 길이라는 거죠.
시험 전에 벼락치기를 해 본 사람은 알아요.
하루 전 몰아서 외운 지식은 시험장에서 쉽게 흔들려요.
반대로 평소에 조금씩 다져 둔 실력은 긴장해도 잘 무너지지 않죠.
호연지기도 그런 마음의 실력이에요.
큰 시련 앞에서 당당하려면, 그 순간에 용기를 쥐어짜는 게 아니라 평소에 떳떳한 선택을 쌓아 둬야 해요.
맹자는 이천 년도 더 전에 그 이치를 짚었어요.
발표를 앞두고 떨릴 때, 옳지 않은 일에 끌려갈 뻔할 때, 우리를 붙잡아 주는 건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정직하게 보낸 어제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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