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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유약(柔弱)은 부드럽고 약해 보이는 것이 오히려 오래 버티고 끝내 굳센 것을 이긴다는 노자의 생각이에요. 힘으로 맞서면 부러지지만, 물이나 갈대처럼 낮추고 휘어지면 꺾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한겨울에 눈이 펑펑 내리면 두껍고 딱딱한 나뭇가지는 우지끈 부러지는데, 가늘고 낭창낭창한 버드나무 가지는 눈 무게에 축 휘었다가 눈이 녹으면 다시 튀어 올라요.
겉으로는 딱딱한 가지가 더 세 보이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건 약해 보이던 쪽이지요.
노자가 말한 유약(柔弱)이 바로 이 이야기예요.
유(柔)는 부드러움, 약(弱)은 약함이에요.
약한 게 좋다니 이상하게 들리지만, 노자는 정반대로 봤어요.
노자는 도(道)와 덕(德)의 뜻을 오천여 자로 담은 『도덕경』을 지었다고 전해지는, 도가의 뿌리가 된 인물이에요.
그의 생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유약이에요.
『여씨춘추』라는 옛 책은 노자를 두고 이렇게 짧게 적었어요.
"老耽貴柔(노탐귀유)", 곧 "노담(老聃, 노자)은 부드러움(柔)을 귀하게 여겼다"는 말이에요.
딱 한마디지만, 노자가 무엇을 가장 아꼈는지 정확히 짚은 셈이지요.
물을 떠올려 보세요.
물은 손으로 쥐면 스르르 빠져나갈 만큼 약해요.
모양도 없어서 그릇이 시키는 대로 담기지요.
그런데 그 무른 물이 몇 년, 몇십 년 같은 자리로 흐르면 단단한 바위에도 구멍을 내고, 큰물이 나면 집도 밀어 버려요.
딱딱한 것은 한 번 세게 부딪치면 금이 가고 부러지지만, 부드러운 것은 부딪쳐도 휘어지며 흘려보내니 오래 남는 거예요.
노자가 약함을 귀하게 여긴 건 겁이 많아서가 아니에요.
굳세게 힘자랑하는 것이 사실은 부러지기 쉬운 길이고, 낮추고 물러서는 것이 끝까지 버티는 길이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두 태도를 나란히 놓으면 이래요.
| 굳셈(剛強) | 부드러움(柔弱) |
|---|---|
| 세 보이고 앞에 나섬 | 약해 보이고 뒤로 물러섬 |
| 부딪치면 부러짐 | 휘어지며 흘려보냄 |
| 잠깐 이기는 듯함 | 끝까지 살아남음 |
유약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노자가 세상을 어떻게 봤는지 알아야 해요.
노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딱 잘라 나뉘지 않고 서로 등을 맞대고 있다고 봤어요.
『도덕경』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祸兮,福之所倚;福兮,祸之所伏(화혜, 복지소의; 복혜, 화지소복)", 곧 "화(禍)여, 복(福)이 그에 기대어 있고, 복이여, 화가 그 속에 엎드려 있다"는 뜻이에요.
지금 잘나간다고 계속 잘나가는 게 아니고, 지금 힘들다고 끝까지 힘든 게 아니라는 말이지요.
또 노자는 "天之道,损有余而补不足(천지도, 손유여이보부족)", 곧 "하늘의 도는 남는 것을 덜어 부족한 것을 보탠다"고 했어요.
잔뜩 채워 넘치는 쪽은 덜어지고, 비어서 부족한 쪽은 채워진다는 거예요.
그러니 억지로 힘을 키우고 가득 채우려 애쓰는 것보다, 조금 모자란 듯 부드럽게 낮추는 편이 자연의 흐름에 맞다고 본 거예요.
유약은 이 큰 그림 안에서 나온 삶의 태도예요.
물론 모두가 노자에게 고개를 끄덕인 건 아니에요.
유가 학자였던 순자(荀子)는 노자를 이렇게 꼬집었어요.
"老子有見於詘,無見於信(노자유견어굴, 무견어신)", 곧 "노자는 굽힘(詘)은 보았으나 펼침(信, 뻗음)은 보지 못했다"는 말이에요.
무슨 뜻일까요.
순자가 보기에 노자는 몸을 낮추고 물러나 휘어지는 힘은 잘 봤지만, 때로는 힘차게 나서고 곧게 펴야 할 자리도 있는데 그건 놓쳤다는 거예요.
늘 굽히기만 하면 아무 일도 못 이루지 않느냐는 비판이지요.
이 지적은 유약을 오해하지 않도록 도와줘요.
노자의 유약은 "무조건 약하게 살라"가 아니라,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쪽에 가까워요.
굽힘 하나만 놓고 봐도 이렇게 찬반이 갈릴 만큼, 유약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주제예요.
친구와 다툴 때 무조건 이기려고 목소리를 높이면 관계가 뚝 부러져요.
반대로 한 발 물러서서 "네 말도 맞아" 하고 부드럽게 받으면 오히려 오래가는 사이가 되지요.
시험이나 일에서도 조급하게 힘을 다 쥐어짜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보다, 여유를 조금 남겨 꾸준히 가는 편이 멀리 갈 때가 많아요.
이게 노자가 말한 유약의 지혜예요.
다만 순자의 말처럼, 물러서기만 하고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으면 그것도 반쪽이에요.
유약은 겁먹고 도망치라는 게 아니라, 딱딱하게 힘자랑하는 태도가 가장 부러지기 쉽다는 걸 기억하라는 말이에요.
유약은 부드럽고 약해 보이는 것이 굳센 것보다 오래 버티고 끝내 이긴다는 노자의 생각이에요.
『여씨춘추』가 "노담은 부드러움을 귀하게 여겼다"고 적었듯, 노자는 물처럼 낮추고 휘어지는 힘을 아꼈어요.
화와 복이 서로 기대어 있고 하늘은 남는 것을 덜어 부족한 데 보탠다는 세계관이 그 바탕이었지요.
순자는 노자가 굽힘만 보고 펼침은 못 봤다고 비판했는데, 이 지적까지 함께 새기면 유약은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태도라고 기억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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