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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노자에게 덕(德)은 착하게 굴려고 애쓰는 도덕이 아니라, 만물을 낳는 큰 흐름인 도(道)가 나 하나에 나눠 담겨 저절로 배어 나오는 본래의 힘이에요. 도를 얻어 내 안에 깃든 몫이 곧 덕이라서, 참된 덕은 자랑하지 않고 오히려 어리석은 듯 조용합니다.
노자는 초나라 사람으로, 도(道)와 덕(德)을 닦아 오천여 자 분량의 책 한 권을 남긴 사람이에요.
그 책이 바로 『도덕경』이고, 제목에 '덕'이 떡하니 들어갈 만큼 덕은 이 책을 떠받치는 두 기둥 중 하나예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덕은 우리가 흔히 쓰는 '덕이 많다', '착하다'와는 결이 달라요.
옛날부터 덕(德)이라는 글자는 '얻을 득(得)'과 통한다고 봤어요.
무엇을 얻었느냐면, 온 세상 만물을 낳고 기르는 큰 흐름인 도(道)를 얻은 거예요.
도가 세상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강물이라면, 그 강물이 내 논밭에도 한 줄기 흘러들어 곡식을 자라게 하는 힘 — 그게 바로 나의 덕이에요.
조금 더 요즘 식으로 비유해 볼게요.
도가 커다란 발전소라면, 덕은 그 전기가 내 방 전등에까지 들어와 불을 밝히는 몫이에요.
나무에게는 나무의 덕, 물에게는 물의 덕, 사람에게는 사람의 덕이 있죠.
저마다 도에게서 받아 지닌 본래의 성질과 힘, 그게 노자의 덕입니다.
노자의 덕이 어떤 것인지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젊은 공자가 예(禮)를 배우러 노자를 찾아왔을 때, 노자가 이렇게 타일렀다고 전해져요.
良賈深藏若虛,君子盛德容貌若愚 — 훌륭한 장사꾼은 좋은 물건을 깊이 감춰 가게가 텅 빈 듯이 하고, 군자는 큰 덕(盛德)을 지녀도 겉모습은 어리석은 듯이 한다.
좋은 물건일수록 진열장에 죄다 꺼내 놓지 않고 안쪽 깊이 넣어 두잖아요.
노자가 보기에 진짜 덕도 그래요.
덕이 넉넉한 사람은 "나 이만큼 착해요" 하고 티내지 않아요.
오히려 좀 모자란 듯, 어수룩한 듯 보이죠.
물이 얕으면 돌만 살짝 지나가도 요란하게 소리를 내지만, 깊은 물은 조용히 흐르는 것과 같아요.
겉으로 자랑하는 순간 그건 이미 남에게 보이려고 꾸민 것이지, 안에서 저절로 배어 나온 덕이 아니라는 거예요.
같은 시대의 공자와 그 제자들도 덕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어요.
하지만 노자의 덕은 방향이 꽤 달라요.
유가는 인(仁)·의(義)·예(禮) 같은 규범을 열심히 배우고 실천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어요.
반대로 노자는 그렇게 애써 만든 도덕을 오히려 미심쩍어했죠.
실제로 『도덕경』에는 인위적으로 짜낸 도덕을 끊으라는 강한 표현까지 나오고, '큰 도가 무너진 뒤에야 인이니 의니 하는 말이 생겨났다'는 시선도 담겨 있어요.
| 구분 | 유가의 덕(공자 계열) | 노자의 덕 |
|---|---|---|
| 어디서 오나 | 배우고 갈고닦아 쌓아 올림 | 도에서 받아 본래부터 지님 |
| 드러내는가 | 인·의·예로 실천해 보여 줌 | 안에 감추고 자랑하지 않음 |
| 애쓰는가 | 노력해서 착해지려 함 |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
쉽게 말해 유가의 덕이 '열심히 쌓는 저금통'이라면, 노자의 덕은 '이미 몸속에 흐르고 있는 피' 같은 거예요.
새로 만들어 붙이는 게 아니라, 원래 받은 것을 억지로 비틀지 않고 그대로 살려 두는 쪽이죠.
오늘날 우리가 보는 『도덕경』은 상·하 두 편, 모두 81장으로 되어 있어요.
앞쪽 1장부터 37장까지를 「도경(道經)」, 뒤쪽 38장부터 81장까지를 「덕경(德經)」이라고 불러요.
이름 그대로 절반 가까이가 덕을 이야기하는 셈이에요.
재미있는 건 순서예요.
1973년 후난성 마왕두이 무덤에서 나온 비단 책과, 뒷날 베이징대학이 소장하게 된 죽간본을 보면, 지금 판본과 달리 「덕경」이 「도경」보다 앞에 놓여 있었어요.
옛날 어느 시기에는 도보다 덕을 먼저 펼쳐 읽었다는 뜻이죠.
덕이 곁다리가 아니라 그만큼 무겁게 다뤄졌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훗날 송나라 진종 임금이 노자를 높이며 붙인 존호에도 '상덕(上德)', 곧 높은 덕이라는 말이 들어갈 정도였고요.
노자는 자연스러운 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렇게 말했어요.
天之道,损有余而补不足 — 하늘의 도는 남는 것을 덜어 부족한 것을 보탠다.
하늘의 방식은 넘치는 쪽에서 조금 덜어다 모자란 쪽을 채워 균형을 맞춰요.
반대로 사람의 방식은 흔히 모자란 사람에게서 빼앗아 이미 넉넉한 사람에게 몰아주죠.
노자의 덕은 앞쪽, 그러니까 저절로 균형을 찾아가는 힘에 가까워요.
우리 일상에도 이 덕은 조용히 스며들 수 있어요.
좋은 일을 하고도 굳이 알리려 들지 않는 마음, 내가 잘났다고 나서기보다 한 발 물러서는 여유, 억지로 착한 척하지 않아도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태도.
노자가 말한 덕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을 조급하게 비틀지 않고 가만히 살려 두는 데서 시작합니다.
노자의 덕은 도를 '얻어' 저마다 안에 깃든 본래의 힘이에요.
도가 온 세상을 흐르는 큰 강물이라면, 덕은 그 물줄기가 나 하나에게 나눠 담긴 몫이죠.
그래서 참된 덕은 유가처럼 애써 쌓거나 남에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물건을 깊이 감춘 가게처럼, 어리석은 듯 조용히 안에 지니는 것입니다.
『도덕경』 81장의 뒤 절반이 「덕경」이고 옛 판본에서는 덕을 먼저 읽기도 했다는 사실은, 노자에게 덕이 곁가지가 아니었음을 말해 줘요.
다음에 '덕' 하면, 자랑하는 착함 말고 저절로 배어 나오는 조용한 힘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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