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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도(道)는 세상 만물이 거기서 생겨나 다시 그리로 돌아가는 근원이자 길이에요. 너무 크고 근본이라서 어떤 말로도 딱 붙잡아 이름 붙일 수 없다는 게 노자가 말한 도의 핵심이에요.
"길이 어디 있냐"고 물으면 우리는 손가락으로 도로를 가리키죠.
그런데 노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길 하나를 이야기해요.
바로 도(道)예요.
한자 도(道)는 원래 '길'을 뜻하는 글자인데, 노자는 이 글자를 빌려 '세상 모든 것이 생겨나고 자라고 사라지는 큰 흐름'을 가리켰어요.
노자는 주(周)나라 왕실의 서고를 지키던 사관으로 전해져요.
나라가 기우는 걸 보고 서쪽 관문에 이르렀을 때, 문지기 윤희(尹喜)의 청으로 도와 덕의 뜻을 오천여 자로 적은 책을 남기고 떠났다고 하죠.
그 책이 지금의 『도덕경(道德經)』이에요.
그러니까 도는 노자 사상의 출발점이자, 책 이름 맨 앞에 놓인 가장 큰 낱말이에요.
도를 쉽게 그려 볼게요.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씨앗이 나무가 되고, 나무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죠.
이 모든 일을 뒤에서 굴러가게 하는 보이지 않는 이치, 그게 도예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의 바탕이죠.
노자가 도를 두고 가장 힘주어 말한 건 "말로 다 담을 수 없다"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물을 예로 들어 볼게요.
'물'이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우리는 컵 속의 물만 떠올려요.
하지만 강물, 빗물, 바닷물, 구름, 얼음까지 다 물이잖아요.
이름은 늘 대상을 한 조각으로 잘라서 붙잡아요.
도는 세상 전체를 낳는 근원이라 그 무엇보다 크고 앞서요.
그래서 어떤 이름을 붙여도 도의 한 귀퉁이밖에 못 담아요.
'이것이 도다'라고 딱 정하는 순간, 그건 이미 진짜 도가 아니라 도의 껍데기가 되는 거죠.
그래서 도는 억지로 도라고 불러 볼 뿐, 한 낱말에 가둘 수 없는 것이에요.
이런 태도는 노자 자신의 삶과도 닮았어요.
자료에 따르면 노자의 학문은 '자신을 감추고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데(自隱無名) 힘썼다'고 해요.
이름을 앞세우지 않는 사람이, 이름 붙일 수 없는 도를 이야기한 셈이죠.
도는 가만히 멈춰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돌고 뒤집혀요.
노자는 이렇게 말해요.
祸兮,福之所倚;福兮,祸之所伏。
화(禍)여, 복(福)이 그에 기대어 있고, 복(福)이여, 화(禍)가 그 속에 엎드려 있다는 뜻이에요.
나쁜 일 속에 좋은 일의 씨앗이 있고, 좋은 일 속에 나쁜 일의 그림자가 숨어 있다는 말이죠.
시험에 떨어져 속상했는데 그 덕에 더 맞는 길을 찾기도 하고, 크게 성공했다가 방심해서 넘어지기도 하죠.
도가 굴러가는 방식이 딱 이래요.
한쪽 끝까지 가면 반대쪽으로 되돌아와요.
도가 나눠 주는 방식도 특이해요.
노자는 天之道,损有余而补不足, 곧 '하늘의 도는 남는 것을 덜어 부족한 것을 보탠다'고 해요.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흘러 결국 평평해지듯, 도는 넘치는 쪽을 깎고 모자란 쪽을 채워 균형을 맞춰요.
그리고 도는 사람 편을 특별히 들지 않아요.
天地不仁,以萬物為芻狗, 곧 '천지는 인자하지 않아 만물을 풀강아지(제사에 쓰고 버리는 짚 인형)처럼 대한다'고 했죠.
냉정하게 들리지만, 누구도 편애하지 않고 모두를 똑같이 대한다는 뜻이에요.
해가 착한 사람 밭에만 비추지 않는 것과 같아요.
『도덕경』은 워낙 짧고 함축적이라, 도가 정확히 무엇이냐를 두고 오랫동안 풀이가 갈렸어요.
대표적인 두 갈래를 볼게요.
| 구분 | 왕필(王弼, 226~249년) | 허상공(河上公) 계열 |
|---|---|---|
| 도를 무엇으로 보나 | 만물이 있게 하는 근거인 '무(無)' | 세상을 이루는 기운인 '원기(元氣)' |
| 성격 | 논리적이고 철학적 | 우주론적이고 물질적 |
왕필은 도가 모든 존재를 있게 하는 바탕이라서, 정작 그 자신은 하나의 '무언가'일 수 없다고 봤어요.
그래서 도를 '무(無)', 즉 '텅 빔'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했죠.
반대로 허상공 쪽은 도를 세상을 채우고 있는 근원의 기운으로 봤어요.
같은 도를 두고, 한쪽은 '비어 있음'으로, 한쪽은 '가득 찬 기운'으로 읽은 거예요.
이렇게 풀이가 갈린다는 건 도가 애매해서가 아니라, 원래 이름으로 딱 잡히지 않는 것이라 그래요.
참고로 무위(無爲)·덕(德)·자연(自然)·유약(柔弱)처럼 도에서 뻗어 나온 개념들은 저마다 따로 살펴볼 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으니, 여기서는 도 자체에만 머물러 둘게요.
도를 한마디로 붙잡으려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요.
그럴 땐 이름을 붙이려 애쓰기보다, 계절이 바뀌고 물이 낮은 데로 흐르는 걸 가만히 보는 편이 도에 더 가까이 가는 길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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