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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러분을 부르는 이름은 몇 개나 될까요? 집에서는 누군가의 아들이거나 딸이고, 학교에서는 친구의 이름으로 불려요. 동생한테는 형이나 누나이고, 가게에 가면 손님이 되죠. 부르는 이름은 이렇게 여러 개지만, 그 이름들이 가리키는 사람은 한 명이에요. 이름이 많다고 해서 사람이 여럿으로 늘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부터 800년쯤 전, 한 사람이 바로 이 생각을 신에게 적용해 봤어요. 신을 부르는 이름이 무려 99개나 되는데, 그 99개가 결국 하나를 가리킨다고요. 그 사람이 바로 이번에 이야기할 이븐 아라비예요.

이븐 아라비는 1165년에 지금의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어요. 그 무렵 그곳은 이슬람 문화가 활짝 꽃핀 땅이라 책과 학문이 넘쳐 났어요.
그가 열다섯 살쯤이었을 때, 당시 가장 유명한 철학자였던 이븐 루시드가 어린 그를 만나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머리로 따지는 철학자가, 마음으로 신을 느낀다는 어린 소년이 궁금했던 거예요. 그만큼 이븐 아라비는 일찍부터 남달랐어요. 그는 평생 길을 떠나 멀리 메카까지 여행했고, 수백 편의 글을 남겼어요. 후대 사람들은 그를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고 불렀죠.
그는 수피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어요. 수피는 이슬람 안에서 신을 머리로 따지기보다 마음으로 가깝게 느끼려 한 사람들을 말해요. 규칙을 달달 외우는 것보다, 신을 직접 만나는 경험을 더 귀하게 여겼죠.

이슬람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신을 부르는 아름다운 이름이 99개 있다고 전해 내려와요. 예를 들면 '자비로운 분', '용서하는 분', '모든 것을 만든 분', '공정한 분', '참고 기다리는 분' 같은 이름들이에요.
이건 그냥 멋진 별명을 99개 모아 놓은 게 아니에요. 이름 하나하나가 신이 어떤 분인지를 한 조각씩 알려 줘요. '자비로운 분'이라는 이름은 신의 따뜻한 면을 보여 주고, '공정한 분'이라는 이름은 신의 엄격한 면을 보여 주는 식이죠. 99개를 다 합쳐도 신을 완전히 담아낼 수는 없지만, 우리가 신을 조금씩 알아 가는 작은 창문이 되어 줘요.

이븐 아라비의 진짜 특별한 생각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요. 그는 신이 원래 아무도 볼 수 없게 깊이 숨어 있다고 봤어요. 너무 크고 깊어서 '신은 바로 이런 분이다'라고 딱 잡아 말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럼 그렇게 숨어 있는 신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븐 아라비는 거울을 떠올렸어요. 맑은 날, 햇빛이 물웅덩이와 유리창과 풀잎의 이슬에 비치는 걸 본 적 있죠? 해는 하늘에 하나뿐인데 비친 모습은 여기저기 수없이 많아요. 그는 세상이 바로 그런 거울이라고 했어요. 신은 하나지만, 세상 만물에 그 모습이 조금씩 비쳐 나타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비친 모습 하나하나가 바로 신의 이름들이고요. '자비로운 분'이라는 이름은 누군가 베푸는 따뜻한 마음에 비치고, '모든 것을 만든 분'이라는 이름은 새로 돋는 새싹에 비치는 식이에요.
그래서 그는 '진짜로 있는 것은 신 하나뿐'이라고까지 말했어요. 이걸 어려운 말로 존재의 단일성, 원래 쓰던 말로는 와흐다트 알 우주드라고 불러요. 말은 어렵지만 뜻은 단순해요. 강물도 빗물도 바닷물도 결국 다 같은 물이듯이, 세상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큰 존재가 여러 모습으로 비친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이 생각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 놔요. 신을 저 멀리 하늘 위에만 있는 무서운 존재로 두지 않고, 내 옆의 나무 한 그루에도, 길에서 만난 사람 한 명에게도 신의 모습이 비쳐 있다고 보게 되니까요. 그러면 세상 모든 것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귀한 것이 돼요.
또 이 생각은 서로 달라 보이는 것들을 하나로 이어 줘요. 너와 나, 사람과 자연이 사실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거라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인 셈이니까요. 이븐 아라비의 글이 800년이 지난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읽히는 이유예요. 신을 멀리 있는 규칙이 아니라 가까이서 느끼는 무언가로 풀어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이슬람 신비주의 철학을 완성한 사람이라고 불러요.

신을 부르는 이름은 99개지만, 그 이름들이 가리키는 분은 하나예요. 이븐 아라비는 숨어 있는 하나의 신이 세상이라는 거울에 여러 모습으로 비친 것이 바로 이 99개의 이름이라고 봤어요. 강물도 바닷물도 다 같은 물이듯, 세상 모든 것이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거죠. 이름이 여럿이라고 신이 여럿인 게 아니라는 것, 이 단순한 생각 하나가 그를 수피즘의 거장으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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