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완전한 인간"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뭐가 떠오르세요? 시험도 백 점, 달리기도 일등, 한 번도 실수 안 하는 사람? 아마 그런 빈틈없는 우등생 같은 모습이 떠오를 거예요. 그런데 800년 전 한 이슬람 사상가가 말한 "완전한 인간"은 그런 뜻이 전혀 아니었어요. 그가 그린 완전한 인간은 오히려 한 장의 거울에 가까웠죠. 사람이 어떻게 거울을 닮을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천천히 풀어 볼게요.
이븐 아라비는 1165년에 태어나 1240년까지, 일흔다섯 해를 살았던 사람이에요. 지금의 스페인 남쪽, 그때는 무슬림이 다스리던 안달루시아라는 땅에서 태어났죠. 어릴 때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평생 남긴 글이 수백 편에 이른다고 전해져요. 그중 '메카의 열림'이라는 책은 어찌나 두꺼운지, 오늘날 펴내면 두꺼운 책 수십 권 분량이에요. 사람들은 그를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고 불렀어요.
그는 수피라고 불리는 이슬람 신비주의 전통에 속했어요. 수피는 쉽게 말하면, 신을 머리로 따지기보다 마음으로 가깝게 느끼려던 사람들이에요. 멀리 있는 규칙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는 무언가로 신을 만나고 싶어 했죠.
이븐 아라비의 가장 유명한 생각은 "진짜로 있는 것은 결국 하나다"라는 거예요. 어려운 말로 와흐다트 알 우주드, 우리말로 "존재 단일성"이라고 해요. 무슨 뜻일까요?
바다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파도가 수천 개 쳐요. 큰 파도, 작은 파도, 하얀 거품까지 다 달라 보이죠. 하지만 파도를 한 줌 떠서 손바닥에 올려 보면? 그냥 바닷물이에요. 파도는 바다가 잠깐 그런 모양을 했을 뿐이지, 따로 떨어진 무언가가 아니에요. 이븐 아라비는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다고 봤어요. 나무, 별, 나, 너. 다 따로따로 있어 보이지만, 진짜로 있는 건 신 하나뿐이고, 세상 모든 것은 그 하나가 잠깐 드러난 모습이라는 거예요.
여기서 헷갈리기 쉬워요. "세상이 다 신이라면, 나도 신이라는 거야?" 이렇게 들리거든요. 하지만 이븐 아라비의 말은 그게 아니에요. 파도가 바닷물로 되어 있다고 해서, 작은 파도 하나가 바다 전체인 건 아니잖아요. 파도는 바다에 기대어 잠깐 생겼다 사라지는 모양일 뿐이죠.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신으로 가득 차 있지만, 우리가 신인 건 아니에요. 이 차이를 놓치면 그의 생각을 거꾸로 이해하게 돼요.
드디어 거울 이야기예요. 바다가 아무리 넓어도, 자기 모습을 스스로 들여다볼 수는 없잖아요. 거울이 있어야 비춰 볼 수 있죠. 이븐 아라비는 사람이 바로 그 거울이라고 했어요. 신이 자기 자신을 비춰 보는 거울 말이에요.
그런데 거울도 종류가 많죠. 먼지 낀 거울은 모습이 흐릿하게 비쳐요. 반대로 잘 닦인 거울은 환하게 비치고요. 이븐 아라비는 마음이 아주 맑아서 신을 가장 또렷하게 비추는 사람, 그 사람을 "완전한 인간"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니까 완전한 인간은 실수 한 번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과 신이 하나라는 사실을 가장 깨끗하게 비추는 맑은 거울 같은 사람이에요.
이 오래된 생각은 8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요. 왜냐하면 "너와 나, 세상 모든 게 깊은 곳에서 이어져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미워하는 사람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도, 사실은 같은 바다의 다른 파도라면? 함부로 대하기가 조금 어려워지죠.
이븐 아라비의 글은 이슬람 세계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의 철학자와 시인에게도 오래 영향을 줬어요. 너무 어렵고 신비롭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건 그만큼 그의 생각이 깊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븐 아라비가 말한 "완전한 인간"은 빈틈없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신과 세상이 하나라는 사실을 가장 맑게 비추는 거울 같은 사람이에요. 그 바탕에는 "진짜로 있는 것은 결국 하나"라는 존재 단일성 생각이 깔려 있고요. 파도가 곧 바다이듯, 나도 세상도 큰 하나의 한 조각이라는 시선이죠. 이 한 가지만 기억해도 이븐 아라비를 절반은 만난 셈이에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