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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름에 흙탕물 한 컵을 떠서 식탁에 가만히 올려 둔 적 있나요? 처음엔 뿌옇지만, 손대지 않고 두면 흙이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고 물은 위에서부터 맑아져요. 그런데 컵을 흔들면 다시 뿌예지죠. 물 자체가 더러워진 게 아니라, 가라앉아 있던 흙이 휘저어진 것뿐이에요.
태국의 한 숲속 스님은 우리 마음이 꼭 이 물 같다고 했어요. 화가 나고 머리가 복잡한 건 마음이 원래 나빠서가 아니라, 바닥에 있어야 할 것들이 자꾸 휘저어져서 그렇다는 거예요. 이 스님이 평생 가르친 게 바로 '흐르는 물 같은 명상'인데, 이름만 들으면 무슨 뜻인지 알쏭달쏭해요. 천천히 풀어 볼게요.

이 스님의 이름은 아잔 차예요. '아잔'은 태국말로 스승이라는 뜻이라, 우리식으로는 '차 선생님'쯤 돼요. 1918년에 태어나 1992년까지, 일흔네 해를 살았어요. 태국 동북부 시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자랐고, 스무 살 무렵 정식 승려가 되었어요.
젊은 시절 그는 편한 절에 눌러앉지 않았어요. 밥그릇 하나만 들고 숲과 묘지를 떠돌며 수행하는 '숲속 전통'을 따랐죠. 모기와 더위, 두려움을 그대로 견디면서 마음을 지켜보는 길이었어요. 1954년에는 고향 근처 숲에 왓 빠 퐁이라는 절을 세웠어요.
신기한 건 그다음이에요. 말도 잘 안 통하는데 미국과 영국에서 젊은이들이 그를 찾아왔어요. 너무 많이 와서, 외국인만 머무는 절을 따로 지어 줄 정도였죠. 그 제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위빠사나, 그러니까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는 수행을 서양 곳곳에 퍼뜨렸어요. 오늘날 서점에서 보는 '마음챙김' 책들의 뿌리 한 가닥이 이 시골 스님에게 닿아 있는 셈이에요.

아잔 차가 사람들에게 자주 던진 질문이 있어요. "멈춰 있는 물은 봤지요? 흐르는 물도 봤고요. 그런데 흐르면서 멈춰 있는 물은 본 적 있나요?"
듣는 사람은 어리둥절해요. 물이 흐르면 움직이는 거고, 멈추면 가만있는 건데, 흐르면서 멈춘 물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그는 그게 바로 잘 닦인 마음이라고 했어요.
무슨 말일까요. 명상이라고 하면 보통 두 가지를 떠올려요. 하나는 마음을 푹 가라앉혀 아주 고요해지는 것, 다른 하나는 일어나는 일을 또렷이 알아차리는 것. 사람들은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고요하려면 멍해지고, 또렷하려면 마음이 분주해진다고요.
아잔 차는 그게 따로가 아니라고 했어요. 깊은 강을 떠올려 보세요. 수면은 거울처럼 잔잔한데, 그 아래로는 엄청난 물이 묵직하게 흐르고 있어요. 겉은 고요하지만 속은 살아 흐르죠. 잘 닦인 마음이 딱 그래요. 겉으로는 흔들림 없이 평온한데, 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또렷이 흐르듯 알아차려요. 고요함과 깨어 있음이 한 몸인 거예요.

이 비유가 왜 위로가 되냐면, 우리는 보통 마음속 흙탕물을 보고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하고 자책하거든요. 그런데 흙탕물 컵을 떠올리면 얘기가 달라져요. 흙은 물의 본모습이 아니에요. 그냥 잠깐 휘저어진 것뿐이고, 가만두면 다시 가라앉아요.
그래서 아잔 차의 가르침은 "화를 없애라"가 아니라 "컵을 그만 흔들고 잠깐 지켜보라"에 가까워요. 누가 나를 화나게 했을 때, 그 화를 억지로 누르거나 더 휘젓는 대신, 흙이 가라앉는 걸 가만히 보듯 내 마음의 화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거예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물이 저절로 맑아지는 순간이 와요.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어요. 설거지를 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한 번만 또렷이 느껴 보는 것. 그 짧은 순간이 흐르면서 멈춘 물을 맛보는 연습이에요. 아잔 차가 깊은 숲에서 한 일도, 사실 이렇게 단순한 것의 반복이었어요.

아잔 차는 태국 숲속에서 평생 마음을 지켜본 스님이고, 그가 남긴 '흐르는 물 같은 명상'은 어려운 교리가 아니라 흙탕물 한 컵의 이야기였어요. 마음이 복잡한 건 물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잠깐 휘저어진 것뿐이고, 가만히 지켜보면 가라앉는다는 것. 그리고 잘 닦인 마음은 겉은 잔잔하면서 속은 또렷이 깨어 흐르는, 깊은 강 같은 상태라는 것. 오늘 마음이 뿌예질 때, 컵을 더 흔드는 대신 잠깐 내려놓고 지켜보는 것부터 기억해 두면 좋겠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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