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무스가 낳은 알, 루터가 부쉈다 - 르네상스 최대 지식인의 모순
에라스무스는 친구 집 침대에서 일주일 만에 광기예찬을 썼다
1509년 여름, 한 사제가 친구 집 침대에서 농담처럼 쓴 책이 르네상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됐어요.
에라스무스는 이탈리아에서 영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알프스를 넘다 몸져누웠어요.
런던 근교 첼시에 사는 친구 토마스 모어 집에 몸을 뉘었고, 침대에서 할 일이 없으니 장난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일주일 만에 완성한 그 책이 바로 『광기예찬』이에요.
제목 자체가 말장난이에요.
그리스어로 '어리석음'은 '모리아(Moria)'인데, 친구 이름 모어(More)와 발음이 겹치거든요.
어리석음의 여신이 직접 나서서 "어리석은 게 뭐가 나빠요? 사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저예요"라고 떠드는 형식이에요.
그런데 이 책에서 어리석음의 여신이 가장 신나게 조롱하는 대상이 교황이고 수도사이고 신학자예요.
쓴 사람이 가톨릭 사제인데 가톨릭 성직자들을 대놓고 비웃은 거예요.
에라스무스 생전에만 36판이 찍혔고, 르네상스 최대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친구 집에서 심심풀이로 만든 풍자 영상이 갑자기 1천만 뷰를 찍어 평생 따라다니는 격이에요.
에라스무스는 이 책 하나로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고, 그게 이후 그의 삶을 내내 따라다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