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할둔이 밧줄로 성벽을 내려간 이유
이븐 할둔은 17세에 흑사병으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었다
문명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처음 체계적으로 적은 학자는, 17세에 자기 가족이 무너지는 걸 먼저 봤어요.
이븐 할둔은 1332년 튀니스에서 태어났어요.
그의 가문은 원래 스페인 세비야의 명문 귀족이었는데, 1248년 기독교 왕국이 세비야를 함락하자 북아프리카로 이주한 망명 귀족이었어요.
수백 년이 지나도 안달루시아 혈통을 자랑하던 집안이었습니다.
17살 되던 해인 1348년, 흑사병이 튀니스를 덮쳤어요.
흑사병은 14세기 유럽과 지중해 전역을 휩쓴 페스트 대유행으로, 당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재앙이었어요.
이 전염병은 이븐 할둔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의 스승들까지 한꺼번에 데려갔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수능 준비 중인 17살이 팬데믹으로 가족과 선생님 전부를 잃은 셈이에요.
그런데 바로 이 아이가 훗날 문명의 흥망성쇠를 처음으로 이론화하는 학자가 됩니다.
자기가 무너지는 세계를 먼저 눈으로 보고 나서야, 비로소 "왜 세계는 무너지는가"를 쓸 수 있었던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