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투스 엠피리쿠스 - 데카르트와 몽테뉴를 흔든 회의주의 의사
섹스투스 엠피리쿠스는 회의주의자이자 의사였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가르친 철학자가, 직업으로는 매일 사람의 몸에 칼을 댔어요.
섹스투스 엠피리쿠스는 서기 200년경 활동한 의사이자 철학자였어요.
이름의 '엠피리쿠스'는 직업을 그대로 나타내요.
당시 엠피리쿠스 학파라는 의학 유파에 속했는데, 이 학파는 오늘날로 치면 이런 의사들이에요. "교과서 이론은 잠깐 내려놓고, 지금 내 앞 환자가 뭐라고 하는지부터 들어보자."
그런데 동시에 그는 피론주의 철학자였어요.
피론주의란 "어떤 것도 확실하다고 단정 짓지 말고, 판단을 유보하면 마음의 평정이 온다"는 사상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확증편향 조심해, 우리가 아는 건 생각보다 훨씬 적어"를 2000년 전에 먼저 외친 거예요.
그래서 이런 장면이 벌어졌어요.
아침에 강의실에서 "인간은 어떤 것도 확실히 알 수 없다"고 가르친 사람이, 오후에 진료실에서 "오늘 이 약 드시고 이틀 후에 오세요"라고 처방전을 써줘야 했어요.
AI 진단을 절대 믿지 말라고 강연하면서 자기는 매일 그 AI로 환자를 보는 의사와 정확히 같은 처지였어요.
하지만 섹스투스는 이 모순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의 논리는 이랬어요. "확실하지 않아도 행동은 해야 한다. 단지 그게 절대적 진리라고 착각하지 말 것."
그에게 처방전은 진리가 아니라 지금 이 환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