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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에세(essai)는 프랑스어로 '시도·시험'이라는 뜻이에요. 몽테뉴는 정해진 답을 가르치는 대신, 자기 생각을 이리저리 시험해 본 기록에 이 이름을 붙였어요. 그래서 오늘 우리가 쓰는 '에세이'라는 글의 종류가 여기서 시작됐어요.
요리를 배울 때를 떠올려 볼게요.
완성된 정식 레시피를 외우는 것과, 소금을 조금 넣어 보고 맛보고 다시 조절하는 것은 아주 달라요.
앞이 '정답 외우기'라면 뒤는 '시험해 보기'예요.
미셸 드 몽테뉴는 1533년부터 1592년까지 프랑스에서 살았던 사상가인데, 자기 글에 바로 이 '시험해 보기'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프랑스어 essai는 '해 봄, 시도, 시험'을 뜻해요.
라틴어 위키피디아는 이 말을 라틴어 experimenta, conata, tentamina, pericula로 옮겼는데 모두 '시도·시험·실험'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에세는 잘 정리된 학문 논문이 아니라, 한 사람이 어떤 주제를 놓고 자기 판단을 이리저리 굴려 본 기록이에요.
결론을 딱 내리는 글이 아니라, 생각이 움직이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주는 글인 셈이죠.
에세가 '시험'이라는 걸 가장 잘 보여 주는 건 이 책이 완성되지 않고 계속 자라났다는 점이에요.
몽테뉴의 <수상록(Essais)>은 세 권으로 되어 있는데, 판본이 시기마다 달라요.
| 판본 | 특징 |
|---|---|
| 1580년판 | 1권과 2권만 있음 |
| 1588년판 | 3권을 새로 더함 |
| 1595년판 | 몽테뉴가 죽은 뒤 양녀 마리 드 구르네가 원고를 정리해 펴냄 |
몽테뉴는 이미 낸 책의 여백에 손으로 계속 문장을 덧붙였어요.
지금 학자들이 기준으로 삼는 판본도 1588년판에 그가 직접 써 넣은 추가분을 더한 '보르도본(Bordeaux copy)'이에요.
한 번 쓰고 끝내는 게 아니라, 생각이 바뀌면 그 자리에 새 생각을 얹은 거죠.
이런 태도는 그의 서재에도 새겨져 있어요.
페리고르 성 서재의 들보에는 라틴어로 'iudicio alternante'라는 문구가 지금도 남아 있는데, '판단을 번갈아 가며'라는 뜻이에요.
하나의 답에 못 박히지 않고 이쪽저쪽을 저울질하는 마음, 그게 바로 에세를 쓰는 마음이었어요.
에세의 밑바탕에는 '나는 확실히 안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 조심스러움이 깔려 있어요.
몽테뉴는 1576년쯤 자기 개인 메달을 만들면서 그리스어 'Epecho'('나는 판단을 유보한다')와 프랑스어 'Que sais-je?'('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새겼어요.
옛 프랑스어로는 'Que sçay-je?'라고 썼고요.
이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물음은 자기를 낮추는 겸손이 아니라, 글을 쓰는 방식 그 자체였어요.
답을 이미 손에 쥐고 독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나도 잘 모르니 함께 따져 보자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에세에는 자기가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한 말이 다를 때도 있어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른 게 당연하니까, 그걸 굳이 매끈하게 지우지 않았던 거죠.
다만 이런 태도를 두고 '몽테뉴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포기한 사람'이라고 단정하면 지나쳐요.
그는 관습을 넘어선 이성이나 자연 같은 기준을 여전히 붙잡을 수 있다고 여러 대목에서 말했거든요.
에세는 답을 버리는 글이 아니라, 답에 도착하기 전까지 성실하게 걸어가는 글이에요.
몽테뉴가 붙인 이 이름은 하나의 글쓰기 종류를 새로 만들었어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에세이'가 바로 그거예요.
딱딱한 논문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기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 가는 글 말이에요.
영향은 곧바로 퍼졌어요.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은 1597년에 낸 자기 책 <Essays>를 '생각의 파편들', '흩어진 명상들'이라고 불렀는데, 이건 몽테뉴 <수상록>에서 곧장 받은 영향으로 여겨져요.
또 존 플로리오가 1603년에 <수상록>을 영어로 처음 옮기면서 영국에서 널리 읽히는 고전이 됐고,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한 장면은 플로리오 번역의 표현을 그대로 따랐다고 봐요.
참고로 몽테뉴는 이 책에서 플루타르코스를 500번 넘게 인용했는데, 남의 글을 실컷 끌어와 자기 생각과 부딪혀 보는 것도 에세의 방식이었어요.
에세(essai)는 프랑스어로 '시도·시험'이라는 뜻이고, 몽테뉴는 정답을 가르치는 대신 자기 생각을 시험해 본 글에 이 이름을 붙였어요.
그래서 <수상록>은 판을 거듭하며 여백에 계속 문장이 덧붙었고, 서재 들보의 'iudicio alternante'(판단을 번갈아 가며)처럼 하나의 답에 못 박히지 않았어요.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je?)'라는 물음은 그 글쓰기의 마음이었고요.
이 시험하는 글쓰기가 베이컨을 거쳐 오늘 우리가 쓰는 '에세이'가 됐다는 것, 그 한 가지만 기억해도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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