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코멘트
0
개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목적의 왕국은 모든 사람이 서로를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소중한 목적으로 대하고, 동시에 그 규칙을 함께 만드는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상적인 공동체예요. 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나도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나도 지킨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반 친구들끼리 규칙을 정하는 학급 회의를 떠올려 보세요.
한 사람이 마음대로 규칙을 정해 다른 사람을 부려먹으면 불공평하죠.
그런데 모두가 규칙을 함께 만들고, 그 규칙을 만든 사람도 똑같이 지킨다면 어떨까요?
그 교실 안에서는 누구도 다른 사람의 도구가 아니라 똑같이 존중받는 구성원이 돼요.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년부터 1804년까지 살았어요)가 말한 '목적의 왕국'이 바로 이런 그림이에요.
독일어로는 'Reich der Zwecke', 곧 '목적들의 왕국'이라고 불러요.
여기서 '왕국'은 진짜 나라가 아니라, 서로를 목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상상 속에서 하나로 이어진 공동체를 가리켜요.
칸트는 이렇게 적었어요.
"Demnach muß ein jedes vernünftige Wesen so handeln, als ob es durch seine Maximen jederzeit ein gesetzgebendes Glied im allgemeinen Reiche der Zwecke wäre."
우리말로 풀면 "모든 이성적 존재는 자신의 준칙을 통해 언제나 목적들의 보편적 왕국에서 입법하는 구성원인 것처럼 행위해야 한다"예요.
어렵게 들리지만, 결국 '너도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니,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규칙만 만들어라'라는 뜻이에요.
목적의 왕국을 이해하려면 '수단'과 '목적'을 나눠 봐야 해요.
수단은 무언가를 위해 쓰는 도구예요.
목적은 그 자체로 소중해서 다른 것을 위해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고요.
칸트는 이렇게 말했어요.
"Handle so, daß du die Menschheit sowohl in deiner Person, als in der Person eines jeden andern jederzeit zugleich als Zweck, niemals bloß als Mittel brauchst."
곧 "너 자신의 인격에서든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에서든 인간성을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고, 결코 단순한 수단으로만 이용하지 않도록 행위하라"예요.
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단순한 수단으로만(bloß als Mittel)'이에요.
칸트는 사람을 수단으로 쓰는 걸 무조건 금지한 게 아니에요.
버스 기사님 덕분에 학교에 가듯, 우리는 늘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아요.
문제는 상대를 '오직 도구로만' 여기고 그 사람의 마음이나 뜻을 지워 버릴 때예요.
친구에게 거짓말로 숙제를 떠넘기면, 나는 친구를 내 편의를 위한 물건처럼 쓴 셈이죠.
반대로 친구의 사정을 존중하며 부탁한다면, 그 친구는 여전히 목적으로 대접받은 거예요.
보통 왕국에는 규칙을 만드는 왕과 규칙을 따르는 백성이 따로 있어요.
그런데 목적의 왕국은 특이해요.
모든 사람이 규칙을 만드는 '입법자'인 동시에, 그 규칙을 지키는 '구성원'이거든요.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은 한 줄로 타자'라는 규칙을 내가 제안했다고 해봐요.
그 규칙이 정당하려면, 나도 예외 없이 그 줄에 서야 해요.
나만 빠지는 규칙은 남을 부려먹는 명령일 뿐이지 모두의 규칙이 아니니까요.
이렇게 '내가 만든 규칙을 나도 똑같이 따를 수 있는가'를 물으면, 자연스럽게 남을 함부로 대하는 규칙은 걸러져요.
이 생각은 칸트가 도덕의 근본 원리로 삼은 '정언명령'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한 것 중 하나예요.
칸트는 같은 원리를 자연법칙의 정식, 보편법칙의 정식, 인간성을 목적으로 대하는 정식, 그리고 목적의 왕국 정식으로 나눠 말했어요.
목적의 왕국 정식은 그중에서도 '여럿이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그림으로 도덕을 보여 준다는 점이 특별해요.
헷갈리기 쉬운 점을 표로 정리해 볼게요.
| 구분 | 보통의 나라 | 목적의 왕국 |
|---|---|---|
| 규칙을 만드는 사람 | 소수의 지도자 | 모든 이성적 존재 |
| 사람의 자리 | 다스리거나 다스려짐 | 저마다 목적으로 존중됨 |
| 성격 | 실제로 존재 |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 |
목적의 왕국은 지도에 있는 나라가 아니에요.
지금 당장 완성된 곳도 아니고요.
그것은 우리가 행동할 때마다 '내 선택이 이런 세상을 만드는 데 어울리는가'를 비춰 보는 거울 같은 이상이에요.
그래서 칸트는 '그런 왕국의 구성원인 것처럼(als ob) 행위하라'라고 조건을 붙였어요.
완성됐다고 우기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각자가 처신하라는 뜻이에요.
목적의 왕국은 모두가 서로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소중한 목적으로 대하는 공동체를 그린 칸트의 이상이에요.
여기서 사람은 규칙을 만드는 입법자이면서 동시에 그 규칙을 지키는 구성원이라, '내가 만든 규칙을 나도 예외 없이 따를 수 있는가'를 물으면 남을 함부로 대하는 규칙은 걸러져요.
사람을 수단으로 쓰는 것 자체가 아니라 '수단으로만' 쓰는 것이 문제라는 점, 그리고 이 왕국은 이미 있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행동으로 다가가는 목표라는 점을 기억하면 돼요.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