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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숭고는 거대하거나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우리가 잠깐 무력감을 느끼지만, 바로 그 순간 그것을 하나로 붙잡으려는 이성이 자연보다 더 큰 마음의 힘을 드러내는 감정이에요. 두려움이 곧장 감탄으로 뒤집히는 그 자리가 숭고예요.
밤하늘 은하수를 올려다보다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진 적 있나요?
무섭도록 아름답고, 그런데도 눈을 못 떼겠는 그 묘한 기분.
칸트는 바로 그 기분에 이름을 붙였어요.
숭고예요.
칸트는 1724년 프로이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1804년까지 평생 그 도시를 거의 떠나지 않은 철학자예요.
그는 1781년 《순수이성비판》, 1788년 《실천이성비판》에 이어 1790년 《판단력비판》을 내놓아 이른바 세 비판서를 완성했어요.
앞의 두 책이 각각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가'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다뤘다면, 《판단력비판》은 '우리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곧 미학과 목적론을 다뤄요.
이 미학 부분 안에 아름다움과 숭고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사실 칸트는 훨씬 젊은 1764년에도 《미와 숭고의 감정에 관한 고찰》이라는 글을 썼으니, 이 주제를 오래 품고 있었던 셈이에요.
잘 정돈된 꽃밭을 떠올려 보세요.
색이 어울리고, 모양이 알맞고,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칸트가 말하는 '아름다움'이 이런 거예요.
대상의 형태가 우리 마음에 딱 들어맞아 조용한 기쁨을 주죠.
그런데 몰아치는 폭풍이나 하늘을 가린 거대한 산은 편안하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를 짓누르고, 우리 상상력으로는 한눈에 담기지도 않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 앞에서 감탄해요.
이게 숭고예요.
아름다움이 '어울림'에서 온다면, 숭고는 '너무 커서 담기지 않음'에서 와요.
| 구분 | 아름다움 | 숭고 |
|---|---|---|
| 대상 | 아담하고 형태가 또렷함 | 거대하거나 압도적임 |
| 느낌 | 편안한 기쁨 | 두려움 섞인 감탄 |
| 예 | 꽃, 새소리, 잔잔한 물결 | 폭풍, 높은 산, 밤하늘 |
| 마음의 반응 | 대상에 머무름 | 대상을 넘어 나 자신을 봄 |
칸트는 숭고를 크게 두 갈래로 나눠 설명했어요.
하나는 '크기'가 주는 숭고예요.
끝이 안 보이는 사막, 셀 수 없이 많은 별, 아득한 은하수처럼요.
우리 눈과 상상력은 그 크기를 한 덩어리로 붙잡으려다 그만 힘이 부쳐요.
'도저히 다 담을 수가 없구나' 하는 순간, 우리는 작아진 기분이 들어요.
다른 하나는 '힘'이 주는 숭고예요.
번개 치는 폭풍, 무너지는 절벽, 집채만 한 파도처럼요.
그 위력 앞에서 인간은 개미처럼 무력하게 느껴져요.
다만 여기엔 조건이 하나 있어요.
우리가 안전한 자리에서 그것을 바라볼 때만 이 감정이 감탄으로 바뀐다는 거예요.
정말 파도에 휩쓸리는 중이라면 숭고를 느낄 여유가 없겠죠.
여기가 칸트 이야기의 핵심이에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탄은, 사실 자연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대단해서 생기는 감정이라는 거예요.
순서를 따라가 볼게요.
먼저 상상력이 그 크기나 힘을 붙잡으려다 실패해요.
그래서 잠깐 무력감이 와요.
그런데 바로 그때 우리 안의 '이성'이 나서요.
눈으로는 다 못 담아도, 이성은 '무한'이라는 것을 생각으로 떠올릴 수 있거든요.
눈앞의 폭풍이 아무리 세도, 그 앞에서 두려움에 굴하지 않는 마음의 힘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죠.
그러니까 숭고의 감정은 이렇게 뒤집혀요.
'나는 저 자연 앞에서 이렇게 작구나' 하는 무력감이, '그런데 나에게는 저 크기를 생각하고 저 힘에 흔들리지 않는 이성이 있구나' 하는 뿌듯함으로요.
자연이 우리를 짓누르는 그 순간, 우리는 오히려 자연보다 큰 마음을 발견하는 셈이에요.
숭고가 두려움과 감탄을 함께 품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숭고는 거대한 자연이 잘생겨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에요.
크기든 힘이든 우리를 압도하는 무언가 앞에서 상상력이 잠깐 무릎을 꿇고, 곧이어 그것을 넘어서는 이성의 힘을 우리 안에서 발견할 때 생기는 감정이에요.
그래서 숭고는 대상이 아니라 결국 우리 자신을 가리켜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먹먹해질 때, 칸트라면 이렇게 말할 거예요.
그 감동은 별이 준 게 아니라, 그 별을 '무한'이라 부를 줄 아는 당신 마음이 준 거라고요.
《판단력비판》의 숭고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지가 아니라, 작아지는 순간에도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이야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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