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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르네 지라르는 우리가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는 이유가 그 물건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곁에 있는 누군가가 그걸 원하기 때문이라고 봤어요. 그리고 그렇게 쌓인 갈등을 애꿎은 한 사람에게 몰아 터뜨려 잠시 평화를 얻는 일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불렀어요.
"나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 르네 지라르가 평생 붙잡은 생각을 거칠게 줄이면 이 한 문장이 돼요.
그는 1923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태어나 2015년까지 살았고, 문학과 인류학과 종교를 한꺼번에 넘나든 보기 드문 학자였어요.
어렵게 들리지만 걱정 마세요.
이 글에서는 그가 남긴 두 가지 핵심, '모방 욕망'과 '희생양'을 장난감을 두고 다투는 아이들 이야기로 풀어 볼게요.
다 읽고 나면 친구를 따라 똑같은 걸 갖고 싶었던 어릴 적 마음이 새삼 떠오를 거예요.
장난감 상자에 똑같은 인형이 두 개 들어 있어요.
아이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친구가 그중 하나를 집어 드는 순간 갑자기 나머지 하나를 꼭 갖고 싶어 해요.
인형이 더 예뻐진 게 아니에요.
친구가 원한다는 사실, 그 하나가 인형을 갖고 싶게 만든 거예요.
지라르는 이 마음을 '모방 욕망'이라고 불렀어요.
우리 욕망은 나에게서 물건으로 곧장 뻗는 직선이 아니라, 늘 누군가를 한 번 거쳐 가는 삼각형이라는 거예요.
광고 모델이 입은 옷, 친구가 새로 산 신발, 형이 하던 게임.
가만히 보면 '내가 정말 원한 게 맞나' 싶은 순간이 의외로 많지요.
우리는 무엇을 원할지조차 옆 사람에게 배우는 셈이에요.
| 흔히 하는 생각 | 지라르의 생각 | |
|---|---|---|
| 욕망이 시작되는 곳 | 내가 그 물건이 좋아서 | 누군가 그걸 원하니까 |
| 욕망의 모양 | 나에서 물건으로 (직선) | 나에서 본보기를 거쳐 물건으로 (삼각형) |
| 경쟁자란 | 내 길을 막는 방해꾼 | 내 욕망을 가르쳐 준 선생님 |
문제는 모두가 같은 사람을 따라 한다는 데 있어요.
다들 같은 옷, 같은 자리, 같은 인기를 원하는데 가질 수 있는 건 하나뿐이라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처음엔 닮고 싶던 본보기가 어느새 거추장스러운 경쟁자로 바뀌고요.
따라 하면 할수록 둘은 점점 닮아 가고, 닮을수록 더 세게 부딪쳐요.
더 무서운 건, 한참 싸우다 보면 무엇 때문에 시작했는지조차 흐릿해진다는 점이에요.
남는 건 '쟤만 없으면 괜찮을 텐데'라는 감정뿐이지요.
한 사람의 다툼이 옆으로 옮아붙어 공동체 전체가 이 열기에 휩싸이면, 작은 말다툼이 걷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번져요.
끓어오른 갈등을 식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옛 공동체들은 우연히 알아챘어요.
모두의 화를 애먼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거예요.
그 사람이 진짜 잘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다 같이 한 명을 손가락질하는 순간, 서로를 향하던 칼끝이 한쪽으로 모이면서 거짓말처럼 조용해지거든요.
모두가 한목소리로 '저 사람 때문이야'라고 외치는 그 만장일치가 핵심이에요.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불렀어요.
더 묘한 건, 쫓겨난 사람이 평화를 되찾아 준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미움받아 내쫓긴 자리에서 나중엔 거꾸로 떠받들어지는 일까지 벌어져요.
그는 1972년에 펴낸 책 '폭력과 성스러움'에서, 오래된 신화와 제사 속에 바로 이 한 사람을 제물로 삼던 흔적이 숨어 있다고 봤어요.
이 이야기는 먼 옛날 신화 속에만 머물지 않아요.
단체 채팅방에서 한 사람을 골라 같이 흉볼 때 묘하게 분위기가 끈끈해지던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요.
인터넷에서 누군가를 다 함께 비난하다 어느 순간 잠잠해지는 일도 결이 비슷해요.
광고를 보고 갖고 싶어진 물건이 정말 내 취향이었는지 헷갈리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지라르가 남긴 건 깔끔한 정답이 아니에요. '내 욕망이 정말 내 것인지, 지금 이 미움이 정당한지' 한 번 멈춰 묻게 만드는 질문이에요.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휩쓸리던 마음에 잠깐 브레이크가 걸려요.
르네 지라르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일러 줬어요.
첫째,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개 남을 따라 원하는 거예요.
둘째, 그렇게 쌓인 갈등을 사람들은 애꿎은 한 명에게 떠넘겨 풀곤 했어요.
다음에 무언가가 간절히 갖고 싶어지거나 누군가가 갑자기 미워질 때, '이게 정말 내 마음일까?' 하고 한 박자 멈춰 보는 것.
그거면 지라르를 충분히 만난 거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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