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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오스틴은 사람들이 늘어놓는 변명을 시시한 핑계가 아니라 인간 행동의 속을 보여주는 단서로 봤어요. "실수로 그랬다"와 "사고로 그랬다"처럼 비슷해 보이는 변명의 미세한 차이를 파고들면, 우리가 책임을 어떻게 나누는지가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접시를 깬 아이가 말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실수로 떨어뜨린 거예요." 어른들은 보통 이런 말을 그냥 핑계로 흘려듣죠.
그런데 한 철학자는 바로 이 순간에 멈춰 섰어요. "잠깐, 실수로 그랬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이지?"
그 사람이 영국 옥스퍼드의 철학자 J.
L.
오스틴이에요.
1911년부터 1960년까지 살았고, 마흔여덟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요.
오스틴은 어려운 철학 용어를 새로 만드는 대신, 우리가 매일 쓰는 평범한 말들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봤어요.
이런 태도를 일상언어 철학이라고 불러요.
사람들이 오랜 세월 다듬어 온 일상 단어 속에는 똑똑한 한 사람이 머리로 짜낸 것보다 훨씬 정교한 구분이 숨어 있다고 봤거든요.
그가 가장 좋아한 재료가 바로 변명이었어요.
변명은 사람이 "내가 한 일이지만 온전히 내 책임은 아니다"라고 말하려는 순간이잖아요.
그러니 변명을 모으면, 인간이 행동과 책임을 어떻게 나누어 생각하는지가 보인다는 거예요.

오스틴은 '변명을 위한 변론'이라는 1956년 강연에서 유명한 당나귀 이야기를 들어요.
열두 살도 단번에 알아들을 만큼 쉬운 예라 그대로 가져와 볼게요.
당신에게 당나귀가 한 마리 있고, 이웃에게도 한 마리 있어요.
어느 날 당신은 당신의 늙은 당나귀를 총으로 처리하려고 해요.
그런데 일이 두 가지 방식으로 잘못될 수 있어요.
첫째, 당신 당나귀를 겨눠 방아쇠를 당겼는데 그 순간 녀석이 움직여서 총알이 빗나가 이웃의 당나귀를 맞혔어요.
둘째, 두 당나귀를 헷갈려서 이웃의 당나귀를 당신 것인 줄 알고 쐈어요.
둘 다 이웃의 당나귀가 죽었지만, 당신이 이웃에게 할 변명은 완전히 달라요.
| 상황 | 무엇이 어긋났나 | 우리가 쓰는 말 |
|---|---|---|
| 겨눴는데 빗나감 | 의도는 맞았고 결과가 틀어짐 | "사고로 그랬어요" |
| 대상을 헷갈림 | 처음부터 잘못 골랐음 | "실수로 그랬어요" |
같은 결과인데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다른 단어를 골라요. '사고로'는 계획은 옳았는데 세상이 끼어들어 어긋난 경우고, '실수로'는 내 판단 자체가 처음부터 빗나간 경우죠.
오스틴은 이렇게 말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책임이 어디서 갈라지는지가 저절로 드러난다고 봤어요.
변명이라는 작은 말이 사실은 행동의 지도를 그리고 있었던 거예요.

오스틴의 또 다른 큰 발견은 말 자체에 관한 거예요.
우리는 흔히 말이란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보고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하늘이 파랗다"처럼요.
이런 문장은 참인지 거짓인지 따질 수 있죠.
그런데 어떤 말은 설명이 아니라 행동이에요.
친구에게 "내일 꼭 갈게, 약속해"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은 무언가를 묘사한 게 아니라 약속이라는 행동을 한 거예요.
결혼식에서 "네, 맹세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결혼이 성립하고, 심판이 "아웃"이라고 외치는 순간 타자는 물러나야 해요.
이런 말들은 참인지 거짓인지 따질 수 없어요.
대신 제대로 효력을 발휘했는지 아닌지를 따지죠.
오스틴은 이걸 말로 일을 해내는 방식, 즉 언어 행위라고 불렀어요.
그의 강의를 묶은 책 제목이 바로 '말과 행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예요.
말하기가 곧 행위가 된다는 이 생각은 훗날 제자뻘 학자들에게 이어져 언어철학의 큰 줄기가 됐어요.
변명 이야기와도 연결돼요. "사과할게요"라는 말은 사과라는 행동이고, "실수였어요"라는 변명은 내 행동의 책임을 다시 그려 보이려는 또 하나의 언어 행위니까요.

오스틴은 거창한 이론보다 평범한 말 한마디를 깊이 들여다본 철학자였어요.
변명을 모아 인간이 책임을 어떻게 나누는지 읽어 냈고, 당나귀 한 마리로 '사고로'와 '실수로'의 차이를 보여 줬어요.
그리고 약속이나 맹세처럼 말하기 자체가 행동이 되는 순간을 발견했죠.
다음에 누군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라고 말할 때, 그 짧은 변명 속에 행동과 책임의 지도가 들어 있다는 걸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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