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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발화수반행위는 말을 입 밖에 내는 바로 그 순간 약속하기, 명령하기, 경고하기 같은 행동을 실제로 해내는 것을 뜻해요. 오스틴은 "약속할게"라고 말하면 이미 약속이라는 행위가 벌어진 것이라고 봤어요.

1955년,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한 강연장에 영국에서 온 철학자가 섰어요.
옥스퍼드 대학의 J.
L.
오스틴이었죠.
그때까지 많은 철학자는 말이란 세상을 그려 보이는 도구이고, 그러니 "참이냐 거짓이냐"만 따지면 된다고 여겼어요. "하늘은 파랗다" 같은 문장처럼요.
그런데 오스틴은 청중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결혼식에서 "네, 맹세합니다"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했어요.
이 작은 질문 하나에서 언어를 보는 전혀 새로운 길이 열렸어요.
이 강연은 훗날 『말과 행위』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어요.

함께 생각해 볼게요.
제가 친구에게 "내일 꼭 갚을게"라고 말하면, 저는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보고한 걸까요?
아니에요.
저는 약속을 한 거예요.
입을 여는 그 순간, 약속이라는 일이 이미 벌어졌어요.
종이에 도장을 꾹 찍듯, 말이 행동을 찍어 낸 셈이죠.
오스틴은 이런 말들을 잔뜩 모아 봤어요. "사과드려요", "이 배의 이름을 무궁화호라 정합니다", "여기서 그만!" 이 문장들은 세상을 묘사하지 않아요.
대신 말로 무언가를 해내요.
사과를 하고, 이름을 붙이고, 멈추게 하죠.
마치 가위가 종이를 자르듯, 여기서는 말 자체가 손 역할을 해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와 동시에 수행되는 행동을 오스틴은 발화수반행위라고 불렀어요.
이름은 딱딱하지만 속뜻은 단순해요. "말에 딸려 오는 행동"이라는 뜻이에요.
오스틴처럼 어려운 개념을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일상의 말에서 찾아내는 철학을 일상언어철학이라고 불러요.

오스틴은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갔어요.
우리가 한마디를 내뱉을 때, 사실은 세 가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본 거예요.
길에서 누가 "저기 개 조심해요!"라고 외치는 장면으로 풀어 볼게요.
| 세 가지 행동 | 무슨 일인가요 | '개 조심해요'의 경우 |
|---|---|---|
| 발화행위 | 소리를 내어 문장을 말하는 일 | '개 조심해요'라는 말소리를 냄 |
| 발화수반행위 | 그 말로 해내는 행동 | 상대에게 위험을 경고함 |
| 발화효과행위 | 그 말이 상대에게 일으킨 결과 | 상대가 놀라 걸음을 멈춤 |
이 가운데 한복판에 있는 발화수반행위가 바로 오스틴의 핵심 주제예요.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똑같은 "개 조심해요"라도 상황에 따라 다정한 경고가 될 수도, 장난스러운 농담이 될 수도, 비켜 달라는 부탁이 될 수도 있어요.
입에서 나온 소리는 같은데, 그 말로 해내는 행동은 전혀 다른 거죠.
그래서 말을 이해한다는 건 단어 뜻만 아는 게 아니라, 그 말이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채는 일이에요.

그렇다고 입에서 나온다고 다 이뤄지는 건 아니에요.
길을 걷던 낯선 사람이 갑자기 "두 분의 결혼을 선언합니다"라고 외친다고 결혼이 성립하진 않잖아요.
오스틴은 발화수반행위가 진짜 효력을 가지려면 주변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했어요.
주례를 설 자격이 있는 사람이, 진짜 결혼식이라는 자리에서, 진심을 담아 말할 때라야 그 선언이 힘을 얻어요.
이 조건을 오스틴은 적절성 조건이라고 불렀어요.
약속도 마찬가지예요.
지킬 마음이 처음부터 없으면서 "약속할게"라고 말하면, 그건 말의 형식만 빌린 빈말이 되고 말아요.
말이 행동이 되려면 말 한마디만이 아니라 그 말을 둘러싼 상황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거예요.

발화수반행위는 멀리 있는 어려운 이론이 아니에요.
우리는 매일 말로 약속하고, 사과하고, 경고하고, 초대하고, 부탁해요.
오스틴이 우리에게 알려 준 건 의외로 간단해요.
말은 세상을 그리기만 하는 그림이 아니라, 세상에 실제로 일을 벌이는 손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에 누군가에게 "고마워요" 한마디를 건넬 때, 그게 그냥 소리가 아니라 감사라는 하나의 행동이라는 걸 떠올려 보면 좋겠어요.
오스틴이 강연장에서 던진 질문은, 사실 우리 입속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던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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