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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친구가 갑자기 일어나 냉장고로 걸어가요. 왜 그랬을까요? 우리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답해요. "목이 말랐고, 냉장고에 물이 있다고 믿었으니까." 너무 당연해서 설명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죠.
그런데 가만 보면 우리는 방금 보이지 않는 두 가지를 끌어다 썼어요. 하나는 '바람'(목이 마르다, 물을 원한다), 다른 하나는 '믿음'(냉장고에 물이 있다). 친구의 머릿속을 들여다본 것도 아닌데, 우리는 이 두 단어만으로 친구의 행동을 척척 설명하고 다음 행동까지 예측해요. 가족이든 처음 본 사람이든, 우리는 늘 이렇게 남의 마음을 읽으며 살아가요.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이 마음 읽기 방식에 철학자들은 '통속심리학'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단순해요. 누구나 배우지 않고도 쓰는, 마음에 대한 상식 이론이라는 거예요. '바람'과 '믿음'이 사람 속에서 부딪히고 합쳐져서 행동이 나온다고 보는 우리 모두의 생활 상식이죠.
비슷한 게 또 있어요. 우리는 학교에서 물리를 배우기 전에도 '무거운 건 빨리 떨어진다' 같은 나름의 물리 상식을 갖고 있잖아요. 이걸 통속물리학이라고 불러요. 통속심리학은 그 마음 버전인 셈이에요. 편리하고, 거의 늘 들어맞는 것처럼 보여요.

퍼트리샤 처칠랜드라는 캐나다 출신 철학자가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춰 서요. 1943년에 태어난 그는 묻습니다. '바람'이나 '믿음'이라는 말이, 정말 우리 뇌 안에 그런 모양으로 들어 있는 걸까요?
그가 드는 비유가 재미있어요. 옛날 사람들은 물건이 타는 걸 '플로지스톤'이라는 보이지 않는 물질이 빠져나가는 일이라고 설명했어요. 열은 '열소'라는 액체가 흘러 다니는 거라고 믿었고요. 둘 다 그럴듯했고 한동안 잘 써먹었지만, 과학이 깊어지자 그런 물질은 어디에도 없다는 게 드러났어요. 단어만 있고 실체는 없던 거죠.
처칠랜드는 '믿음'과 '바람'도 어쩌면 그런 옛 단어일 수 있다고 봐요. 뇌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믿음'이라고 딱지 붙은 칸은 안 나오거든요. 그렇다면 마음을 진짜로 설명하는 날에는, 이 상식 언어를 더 정확한 뇌의 언어로 갈아끼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이게 그의 통속심리학 비판이에요.

그래서 처칠랜드는 철학자가 좀처럼 안 하던 일을 했어요. 신경과학 강의실에 들어가 뇌세포가 신호를 주고받는 법을 직접 배운 거예요. 그리고 1986년에 펴낸 책 제목을 아예 '신경철학'이라고 지었어요. 마음을 안락의자에 앉아 머릿속 생각만으로 따지지 말고, 뇌라는 진짜 물건을 보면서 따지자는 선언이었죠.
그 전까지 많은 철학자는 마음과 뇌를 따로 떼어 다뤘어요. 처칠랜드는 그 사이의 벽을 허물려 했어요. 철학이 던지는 질문과 과학이 모은 사실을 한 책상 위에 같이 올려놓은 거예요. 그래서 그를 신경철학의 문을 연 사람 중 하나로 불러요.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요. 우리가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도덕도 뇌에서 끌어내 설명하려 했어요. 2011년 책 '브레인트러스트'에서 그는 묻습니다. 사람은 왜 남을 돌볼까요?
그의 답은 이래요. 엄마가 새끼를 챙기게 만드는 뇌의 화학물질, 예를 들어 옥시토신 같은 게 진화 과정에서 점점 넓어져, 가족을 넘어 이웃과 낯선 사람까지 보살피는 마음으로 자랐다는 거예요. 도덕이 하늘에서 내려온 규칙이 아니라, 무리 지어 살아남으려던 동물의 뇌에서 자라난 것이라는 설명이죠. 듣기에 따라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도덕을 우리 몸에 더 가까운 것으로 데려온 시도이기도 해요.

우리는 '바람'과 '믿음'이라는 두 단어로 매일 남의 마음을 읽으며 살아요. 처칠랜드는 이 편한 상식, 곧 통속심리학이 옛날의 플로지스톤처럼 단어만 있고 실체는 없을 수 있다고 의심했어요. 그래서 책상을 떠나 뇌를 직접 공부했고, 마음도 도덕도 뇌과학의 눈으로 다시 보려 했죠. 그가 옳은지는 아직 누구도 확정하지 못했어요. 다만 다음에 누군가 "쟤가 왜 저럴까"를 너무 쉽게 단정할 때, 그 마음 읽기가 정말 머릿속 진실인지 한 번 더 멈춰 보게 만든다는 것, 거기에 이 철학자의 쓸모가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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