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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철학자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보통은 조용한 방에서 턱을 괴고 앉아 "마음이란 무엇일까" 같은 질문을 머릿속으로만 굴리는 사람을 떠올리기 쉬워요. 책상과 종이, 그리고 깊은 생각. 딱 거기까지요.
그런데 1943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퍼트리샤 처칠랜드는 좀 달랐어요. 그는 마음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도서관에만 머물지 않고, 진짜 뇌를 들여다보는 해부 실험실로 찾아갔어요. 신경세포가 어떻게 생겼는지, 뇌의 각 부분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직접 배우기 시작한 거예요. 철학자가 과학 실험실에 앉아 있는 모습은 그때만 해도 꽤 낯선 풍경이었죠.
왜 그랬을까요? 처칠랜드의 생각은 단순했어요. 마음이 뇌에서 나오는 거라면, 뇌를 모른 채 마음을 이야기하는 건 자동차 보닛을 한 번도 열어 보지 않고 엔진을 설명하려는 것과 비슷하다는 거예요.

처칠랜드가 닦은 이 길에 붙은 이름이 바로 '신경철학'이에요. 말은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의외로 간단해요. '신경'은 뇌와 신경세포를 가리키고, '철학'은 마음과 앎에 관한 오래된 질문들을 다루는 학문이에요. 이 둘을 하나로 붙였으니, 뇌과학의 도움을 받아 마음의 수수께끼를 풀어 보자는 태도인 셈이죠.
1986년에 처칠랜드는 바로 이 제목을 단 책을 펴냈어요. 그전까지 많은 철학자는 "마음은 마음이고 뇌는 뇌, 둘은 서로 다른 이야기"라며 사이에 선을 그었어요. 마음은 철학자가, 뇌는 과학자가 맡으면 된다는 식이었죠. 처칠랜드는 그 선을 흐릿하게 지웠어요. 마음을 이해하려면 철학자도 뇌과학을 배워야 하고, 뇌과학자도 철학의 오래된 질문을 알아야 한다고 본 거예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볼게요. 우리는 흔히 기쁨, 사랑, 결심 같은 것을 몸과 따로 떨어진 '마음속'의 일처럼 느껴요. 마치 몸이라는 집 안에 마음이라는 손님이 따로 세 들어 사는 것처럼요.
처칠랜드는 이 그림을 바꿔요. 기쁨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순간도 모두 뇌 속 신경세포 수억 개가 바쁘게 신호를 주고받은 결과라는 거예요. 손님이 따로 사는 게 아니라, 집 자체가 살아 움직이며 마음을 빚어낸다는 쪽에 가깝죠. 그러니 마음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신호가 오가는 뇌를 들여다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돼요. 마음과 뇌를 둘로 나누던 오랜 습관을, 처칠랜드는 하나로 다시 붙인 거예요.

처칠랜드가 특히 흥미롭게 파고든 건 '도덕'이었어요. 남을 돕고 싶어 하고, 가족을 아끼고, 한번 한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 말이에요. 이런 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규칙일까요, 아니면 우리 뇌와 관련이 있을까요?
처칠랜드는 2011년에 낸 책에서 한 가지 단서를 이야기해요. 포유류 어미가 새끼를 돌볼 때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이 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가까운 존재를 살뜰히 챙기는 이 마음이 시간이 지나며 점점 넓어져 친구와 이웃까지 아끼는 도덕으로 자라났을 수 있다는 거예요. 도덕이 차가운 규칙집에 적힌 명령이 아니라, 서로 보살피며 함께 살아온 오랜 습관에서 자라났다는 이야기죠. 다만 이건 모든 것을 다 밝혀낸 최종 결론이 아니라, 뇌과학이 내놓은 중요한 실마리에 가까워요. 처칠랜드 자신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걸 분명히 했고요.

예전에는 철학과 과학이 서로 남남처럼 지냈어요. 철학은 생각으로, 과학은 실험으로, 각자 자기 일만 하면 된다고요. 처칠랜드는 이 둘이 손을 잡을 때 '마음'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걸 평생에 걸쳐 보여 줬어요. 그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대학에서 오래 가르쳤고, 같은 길을 걷던 철학자 폴 처칠랜드와 함께 이 생각을 키워 갔어요.
물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건 아니에요. "마음에는 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보는 철학자도 여전히 많아요. 그래도 처칠랜드 덕분에 "마음을 말하려면 뇌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진지하게 다뤄지는 질문이 되었어요.

처칠랜드의 신경철학은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래요. 마음을 알고 싶으면 뇌를 함께 보자는 것. 그는 사랑이나 도덕처럼 가장 인간적인 마음조차 뇌가 하는 일과 이어져 있다고 보았고, 그래서 철학과 뇌과학이 같은 책상에 마주 앉아야 한다고 했어요. 다음에 "나는 왜 이런 마음이 들까" 하고 궁금해질 때, 그 답의 한 조각이 우리 머릿속 뇌에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게 처칠랜드가 우리에게 건넨 가장 큰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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