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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침에 눈을 뜨면 방이 있고, 창밖엔 나무와 자동차와 사람이 보여요. 우리는 세상이 수많은 따로따로의 것들로 가득 차 있다고 자연스럽게 믿어요. 책상은 책상이고 나는 나, 서로 다른 조각들이 모여 세상이 된다고요.
그런데 약 2500년 전, 한 사람이 진지하게 이렇게 물었어요. "정말 그럴까? 혹시 세상은 사실 끊김 없는 하나의 덩어리이고, 게다가 끝도 없이 무한한 건 아닐까?" 그 사람이 바로 멜리소스예요.

멜리소스는 그리스의 사모스라는 섬에서 살았어요. 놀랍게도 그는 책상 앞에만 앉아 있던 학자가 아니라 바다를 누비던 함대 사령관이었어요. 기원전 440년 무렵, 그는 사모스의 배들을 이끌고 당시 가장 강했던 아테네 함대와 싸워 이긴 적도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는 깊은 생각에 빠진 철학자였어요. 그가 따른 것은 엘레아학파라는 흐름인데, 앞선 스승 파르메니데스의 생각을 이어받았어요. 쉽게 말하면 "눈에 보이는 변화에 속지 말고, 머리로 끝까지 따져 보자"는 학파였죠.

멜리소스의 출발점은 단순해요. "있는 것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만약 무언가가 생겨났다면, 생기기 전에는 없었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없음'에서 '있음'이 툭 튀어나올 수 있을까요? 빈손에서 사과가 저절로 생기지 않듯이요.
그래서 그는 결론 내려요. 있는 것은 생겨난 적이 없고, 그러니 사라지지도 않는다고요. 시작도 끝도 없다는 거예요. 시간으로 보면 늘 있었고 앞으로도 늘 있는 셈이죠.

여기서 멜리소스는 스승보다 한 걸음 더 나가요. 파르메니데스는 있는 것이 공처럼 둥글고 끝이 딱 정해진 모양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멜리소스는 고개를 저어요.
생각해 봐요. 끝이 있다는 건 그 바깥에 무언가 다른 게 있다는 뜻이에요. 운동장 끝에 담장이 있으면 담장 너머에 또 다른 공간이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있는 것' 바깥에 뭐가 있겠어요? 바깥엔 '없음'뿐인데, 없음은 없으니까 경계가 될 수 없어요. 그러니 있는 것은 끝이 없다, 즉 무한하다는 게 그의 결론이에요.

끝이 없다면 그 안은 어떨까요? 멜리소스는 그 무한한 것이 빈틈 없이 하나로 꽉 차 있다고 봤어요. 만약 중간에 텅 빈 곳, 즉 '빈 공간'이 있다면 그건 '없음'인데, 없음은 있을 수 없으니까요.
빈틈이 하나도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물건이 움직이려면 옮겨 갈 빈자리가 있어야 해요. 꽉 찬 만원 버스에서는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것처럼요. 빈자리가 아예 없으니, 멜리소스가 보기엔 진짜 세상은 움직임도 변화도 없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하나의 덩어리예요. 우리가 보는 변화는 일종의 착각이라는 거죠.

멜리소스의 결론은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과 너무 달라서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실제로 그의 주장은 오래 살아남은 정답이 되진 못했어요.
하지만 그가 보여 준 방법이 중요해요. 그는 "내 눈에 이렇게 보이니까"가 아니라 "한 단계씩 따져 보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어"라고 말로 또박또박 논증했어요. 보이는 것과 생각으로 따진 것이 부딪칠 때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이후 수천 년 철학과 과학에 두고두고 숙제로 남았어요.

멜리소스는 바다에서 함대를 이끌던 장군이자, 세상의 근본을 끝까지 따진 철학자였어요. 그는 있는 것은 생기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끝이 없이 무한하며, 빈틈 없는 하나라고 논증했어요. 스승 파르메니데스가 '끝이 있는 하나'를 말했다면, 멜리소스는 '끝이 없는 하나'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람이죠. 답 자체보다,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하고 생각만으로 끝까지 밀어붙인 그 태도가 오래 기억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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