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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러분이 교실 의자에 앉으려는데, 옆 친구가 갑자기 이렇게 묻는다고 해 봐요. "그 의자가 진짜 거기 있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네 눈이 너를 속이는 걸 수도 있잖아." 처음엔 장난 같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답이 막혀요. 내 눈이 보내는 그림, 내 손이 느끼는 단단함 말고는 의자를 확인할 길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 느낌마저 못 믿겠다면 어떡하죠? 약 250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진짜로 이런 질문을 두고 몇십 년을 고민한 철학자가 있었어요. 그 사람 이름이 토머스 리드예요.

토머스 리드는 1710년부터 1796년까지, 여든여섯 해를 살았던 스코틀랜드 사람이에요. 젊을 때는 시골 교회의 목사였고, 쉰네 살이던 1764년에는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도덕철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어요. 그 교수 자리는 바로 앞에 그 유명한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앉아 있던 자리였답니다. 리드는 평생 한 가지 질문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우리가 세상을 보고 만지는 그 느낌을, 정말 믿어도 될까?" 그가 이 질문에 매달리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같은 시대, 같은 스코틀랜드에 데이비드 흄이라는 무서운 철학자가 있었거든요.

흄은 거짓말을 못 하는 정직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더 무서웠죠. 그는 이렇게 따졌어요.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들, 예를 들어 "내일도 해가 뜬다"거나 "공을 손에서 놓으면 떨어진다" 같은 건 사실 한 번도 증명된 적이 없다고요.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 앞으로도 그러려니, 그냥 습관처럼 믿는 것뿐이라는 거예요. 흄은 한 발 더 나갔어요. 내 바깥에 세상이 정말 있는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같은 사람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고요. 논리만 한 줄 한 줄 따라가면 흄의 말에는 빈틈이 안 보여요. 그래서 사람들은 당황했어요. 그럼 우리는 아무것도 못 믿고 사는 신세인 걸까요?
리드는 흄의 논리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무릎을 쳤어요. "잠깐, 순서가 거꾸로잖아." 무슨 말이냐면요. 흄은 '완벽하게 증명된 것'에서 출발해서, 증명되지 않는 건 전부 버리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세상도, 나 자신도 다 버려야 하는 막다른 길에 닿은 거죠. 리드는 정반대로 갔어요. 우리에게는 도저히 의심하지 않고는 못 사는 믿음들이 먼저 있다는 거예요. "내 앞에 세상이 실제로 있다", "내 기억은 대체로 맞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생각하고 느낀다" 같은 것들요. 이런 밑바닥 믿음을 리드는 '상식'이라고 불렀어요. 여기서 상식은 머리가 좋다는 뜻이 아니라, 똑똑하든 아니든 누구나 안 믿고는 못 배기는 가장 깊은 바닥이라는 뜻이에요.

흄을 비롯한 당시 철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했어요. 우리가 사과를 볼 때 진짜 보는 건 사과가 아니라, 머릿속에 맺힌 사과 '그림'이라고요. 그러니 그 그림 너머에 진짜 사과가 있는지는 끝내 알 수 없다고 했죠. 리드는 바로 이 생각이 모든 문제의 뿌리라고 봤어요. 그는 말했어요. 우리는 머릿속 그림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과 자체를 본다고요. 마치 창문으로 바깥을 볼 때 유리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그 너머 풍경을 보는 것처럼요. 느낌은 세상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세상으로 곧장 이어지는 통로라는 거예요. 통로를 벽이라고 착각하니까 세상이 사라져 버린 거고요.

리드가 지키려던 건 '본다'는 것만이 아니었어요. '한다'는 것도 있었죠. 흄식으로 끝까지 의심하면, 내가 정말 스스로 골라서 행동하는지조차 흐릿해져요. 하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 무엇을 먹을지 고르고,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걸지 정하며 살아가요. 리드는 이렇게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힘, 즉 우리가 내 행동의 진짜 주인이라는 사실도 의심할 수 없는 상식이라고 봤어요. 믿을 수 있어야 한 걸음을 뗄 수 있고,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그 믿음 위에 발을 딛고 있다는 거죠.

토머스 리드는 "모든 걸 의심해 보자"는 흄에게, "의심할 수 없는 것부터 인정하고 시작하자"고 답한 철학자예요. 우리가 세상을 직접 보고, 기억을 믿고, 스스로 행동한다는 이 평범한 믿음들이야말로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출발점이라는 거죠. 다음에 의자에 앉기 전 누군가 "그게 진짜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묻거든, 리드의 한마디를 떠올려 보세요. 어떤 믿음은 증명해서 갖는 게 아니라, 그것 없이는 한 발짝도 못 떼기 때문에 갖는 거라고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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