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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회의에서 내가 낸 의견을 아무도 듣지 않고 그냥 지나갔을 때, 혹은 줄을 서 있는데 마치 내가 거기 없는 사람인 것처럼 누가 새치기를 했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사실 손해 본 건 별로 없어요. 시간 몇 분, 어쩌면 아무것도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속이 부글부글 끓어요. "무시당했다"는 느낌 하나 때문에요.
이 흔한 기분을 평생의 주제로 붙잡은 철학자가 있어요. 독일 사람 악셀 호네트예요. 그는 이렇게 물었어요. 사람은 왜 손해보다 무시에 더 아파할까. 그리고 그 물음의 답에서 사회 전체를 다시 읽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의 다툼은 주로 '몫'의 문제로 설명됐어요. 카를 마르크스가 대표적이에요. 누가 더 많이 가졌고 누가 적게 가졌는가, 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싸움이 벌어지면 그 밑바닥엔 결국 돈과 자원이 있다고 본 거죠.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호네트가 보기엔 뭔가 빠져 있었어요. 파업하는 노동자들이 종이에 적어 드는 건 임금 액수만이 아니었거든요. "사람대접 해 달라"는 말이 늘 함께 있었어요. 빵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사람으로 봐 달라'는 문제가 섞여 있던 거예요. 호네트는 이 두 번째 목소리에 이름을 붙였어요. 바로 인정이에요.

호네트는 우리가 받고 싶어 하는 인정을 세 칸으로 나눴어요. 마치 사람에게 세 개의 마음 주머니가 있는 것처럼요.
첫 번째는 사랑이에요.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넌 그냥 너라서 소중해"라고 받는 인정이죠. 아기가 울 때 누군가 안아 주는 그 경험이 첫 번째 주머니를 채워요.
두 번째는 권리예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너도 똑같이 한 표를 가졌고, 똑같이 법의 보호를 받아"라고 받는 인정이에요. 나이나 재산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같은 몫으로 주어지는 존중이죠.
세 번째는 사회적 가치예요. "네가 하는 일, 네가 잘하는 그것이 우리에게 쓸모 있고 멋지다"라고 받는 인정이에요. 요리사가 손님의 "맛있다" 한마디에 힘이 나는 것, 그게 세 번째 주머니예요.
세 주머니는 서로 달라서 하나가 채워져도 다른 게 비면 사람은 허전해요. 가족에겐 사랑받아도 사회에선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면 여전히 마음이 아픈 것처럼요.

이 세 주머니가 비거나 짓밟히면 어떻게 될까요. 호네트는 그 반대말을 '무시'라고 불렀어요. 맞고 다치는 것은 첫 번째 주머니를 부수고, 권리를 빼앗기는 것은 두 번째를, 깔보고 모욕하는 것은 세 번째를 망가뜨려요.
그리고 사람은 무시를 당하면 가만히 있지 않아요. 빼앗긴 인정을 되찾으려고 움직여요. 호네트는 역사 속 큰 변화들이 바로 이 움직임이었다고 봐요. 신분제에 맞선 사람들, 투표권을 달라던 여성들,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다"라고 외친 이들 모두가 더 많은 빵이 아니라 더 온전한 인정을 요구한 거예요. 이걸 인정 투쟁이라고 불러요.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엔진을, 그는 돈이 아니라 인정을 향한 갈망에서 찾은 셈이에요.

악셀 호네트는 1949년에 독일에서 태어났어요. 그가 속한 흐름을 프랑크푸르트학파라고 불러요. 사회를 그냥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가 될까"까지 묻는 학자들의 모임이에요.
이 학파에는 앞선 큰 인물 위르겐 하버마스가 있었는데, 호네트는 그 뒤를 잇는 사람으로 꼽혀요. 실제로 이 학파의 본거지인 프랑크푸르트의 사회연구소를 2001년부터 2018년까지, 17년 동안 이끌었어요. 그가 1992년에 펴낸 책 '인정 투쟁'이 그의 생각을 가장 잘 담은 대표작이에요. 재미있는 건 이 아이디어의 씨앗을 그가 200년쯤 전 철학자 헤겔의 젊은 시절 글에서 발견했다는 점이에요. 오래된 생각을 꺼내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 거죠.

호네트의 이야기는 결국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어요.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인정을 먹고 산다는 거예요. 우리가 무시당했을 때 느끼는 그 억울함은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사랑과 권리와 사회적 가치라는 세 주머니 중 하나가 비었다는 정직한 신호예요. 다음에 누군가 "사람대접 해 달라"고 말할 때, 그 말이 돈보다 깊은 곳에서 나온다는 걸 떠올려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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