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에우클레이데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분이 도형과 증명으로 가득한 수학책을 떠올려요. 학교에서 배운 '유클리드 기하학'의 그 유클리드 말이에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할 사람은 그 수학자가 아니에요. 같은 이름을 쓰지만, 그리스의 작은 도시 메가라에 살았던 철학자 에우클레이데스예요. 기원전 435년쯤에 태어나 365년쯤까지 살았다고 전해져요. 한 명은 평생 도형을 다뤘고, 우리가 볼 이 사람은 '좋게 산다는 게 뭘까'를 평생 물었어요.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헷갈리기 쉬우니, 처음부터 분명히 하고 시작할게요.

이 철학자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어요. 메가라는 이웃 도시 아테네와 사이가 나빠서, 한때 아테네는 "메가라 사람이 아테네 땅에 들어오면 사형"이라는 법까지 만들었대요. 그런데 에우클레이데스에게는 아테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소크라테스였죠.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그는 해가 지면 여자 옷을 길게 걸치고 얼굴을 가린 채 메가라를 나섰대요. 두 도시 사이는 걸어서 하루가 꼬박 걸리는 사십 킬로미터쯤이에요. 밤새 걸어 아테네로 숨어들어 소크라테스의 말을 듣고, 동이 트기 전에 다시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해요. 들키면 목숨을 잃는데도 말이죠.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이렇게까지 한 사람이라면, 그 배움이 그에게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죠.

에우클레이데스가 소크라테스에게 가장 깊이 받은 것은 '좋음', 그러니까 '선'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소크라테스는 늘 잘 사는 것,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어요. 돈이나 힘보다, 무엇이 정말 좋은지를 아는 게 먼저라고 봤죠.
쉽게 말하면 이래요. 길을 모르면 아무리 빨리 걸어도 엉뚱한 곳에 닿잖아요. 소크라테스는 인생도 똑같다고 봤어요. 무엇이 좋은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그 앎이 우리를 좋은 행동으로 데려간다는 거예요. 에우클레이데스도 이 생각을 평생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그런데 에우클레이데스에게는 또 다른 스승이 있었어요. 직접 만난 건 아니고, 그보다 앞선 시대의 '엘레아학파'라는 사람들이 남긴 생각이었어요. 이들의 핵심은 좀 낯설어요. "진짜로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단 하나뿐"이라는 거예요.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물은 얼음도 됐다가 김도 됐다가 해요. 겉모습은 계속 바뀌죠. 하지만 '물 그 자체'는 하나예요. 엘레아 사람들은 세상 전체가 그렇다고 봤어요. 눈에 보이는 변화는 겉껍데기일 뿐, 정말로 있는 '하나'는 늘 그대로라는 거죠.

자, 이제 재미있는 일이 벌어져요. 에우클레이데스는 두 스승의 생각을 하나로 붙였어요. 소크라테스의 '좋음'과 엘레아의 '변하지 않는 하나'를 포개 놓은 거예요.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정말로 있는 것은 '좋음' 하나뿐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지혜라 부르든, 신이라 부르든, 이성이라 부르든, 다 같은 하나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뿐이라고요. 마치 한 사람을 누구는 '엄마', 누구는 '선생님', 누구는 '김씨'라고 부르지만 사람은 한 명인 것처럼요.
그리고 한 가지를 덧붙였어요. 좋음이 진짜 하나뿐이라면, 그 반대인 '나쁨'은 진짜로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어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빛이 없는 상태인 것처럼요. 소크라테스의 윤리와 엘레아의 논리를 이렇게 붙인 것이, 바로 그가 세운 '메가라학파'의 출발점이에요.

메가라학파는 또 한 가지로 유명해졌어요. 말과 논리의 빈틈을 파고드는 솜씨였죠. 에우클레이데스는 누군가의 주장을 반박할 때, 결론을 두고 다투지 않고 그 주장이 딛고 선 맨 처음 전제를 흔들었다고 해요. 집을 무너뜨리려면 지붕이 아니라 기둥을 건드리는 셈이죠.
이 전통은 제자들에게 이어졌어요. 그중 에우불리데스라는 제자는 지금도 회자되는 말의 수수께끼를 남겼어요. 예를 들어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이 말은 참일까 거짓일까?" 같은 거예요. 참이라 하면 거짓이 되고, 거짓이라 하면 참이 되는 이상한 문장이죠. 이런 수수께끼들은 말이 우리를 얼마나 쉽게 헷갈리게 하는지를 보여 줬어요.

에우클레이데스는 수학자 유클리드가 아니라, 메가라에 살며 소크라테스를 흠모한 철학자예요. 그는 소크라테스에게 '좋음'을, 엘레아 사람들에게 '변하지 않는 하나'를 배워, 둘을 포개 "진짜로 있는 건 좋음 하나뿐"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그리고 그 생각을 지키려 말의 빈틈을 따지는 메가라학파를 세웠죠. 이름이 같아 가려지기 쉽지만, 그는 도형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좋은가'를 끝까지 물은 사람으로 기억할 만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3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