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옥스퍼드 대학교에 처음 온 손님이 있다고 해볼게요. 안내자가 도서관도 보여 주고, 운동장도, 강의실 건물도, 기숙사도 하나하나 보여 줬어요. 다 둘러본 손님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습니다. "건물은 다 봤는데, 그래서 대학교는 어디 있나요?"
좀 우습죠. 손님은 대학교가 도서관이나 운동장 옆에 따로 서 있는 또 하나의 건물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하지만 대학교는 그런 게 아니에요. 도서관과 운동장과 사람들이 함께 굴러가는 그 전체가 바로 대학교예요. 옆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요.
이 이야기를 즐겨 든 사람이 영국 철학자 길버트 라일이에요. 1900년부터 1976년까지 76년을 산 사람인데, 그는 우리가 '마음'을 이야기할 때 바로 이 손님과 똑같은 실수를 한다고 봤어요.

라일은 이런 실수에 이름을 붙였어요. '범주 오류'예요. 말이 어렵죠? 장면으로 그려 볼게요.
친구가 야구팀을 구경시켜 줬어요. 투수도, 포수도, 타자도, 외야수도 다 봤어요. 그런데 당신이 "선수는 다 봤는데, 팀워크는 어느 자리에 서 있어?"라고 묻는다면요? 팀워크는 투수 옆에 서 있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아니잖아요. 선수들이 함께 움직이는 방식, 그게 팀워크예요. 종류가 다른 거예요.
범주 오류는 이렇게 종류가 다른 것을 같은 줄에 세워 놓고 찾는 잘못이에요. 선수와 팀워크를, 건물과 대학교를 같은 칸에 넣으니까 엉뚱한 질문이 나오는 거죠.

라일이 보기에 사람들은 마음을 딱 이렇게 다루고 있었어요. 몸은 눈에 보이는 기계예요. 손도 움직이고 입도 움직이죠. 그러면 마음은? 그 기계 안에 몰래 들어앉아 몸을 조종하는, 눈에 안 보이는 또 하나의 무엇이라고 여긴 거예요.
라일은 이 생각을 콕 집어 '기계 속의 유령'이라고 불렀어요. 1949년에 낸 책에서요. 몸이라는 기계 안에 유령 같은 마음이 따로 살면서 명령을 내린다는 그림이죠. 이 그림은 사실 그보다 300년쯤 앞선 철학자 데카르트한테서 내려온 거예요.
라일은 이게 바로 그 옥스퍼드 손님의 실수라고 봤어요. 몸이라는 눈에 보이는 것 옆에, 마음이라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물건을 같은 줄에 세워 놓고 "그래서 마음은 어디 있지?" 하고 찾는다는 거예요.

그럼 마음은 뭘까요? 라일의 답은 단순해요. 마음은 몸 안에 숨은 유령이 아니라, 사람이 무언가를 하는 모습 그 자체에 드러난다는 거예요.
친구가 똑똑하다고 말할 때를 떠올려 봐요. 우리는 친구 머릿속을 열어 '똑똑함'이라는 부품을 본 게 아니에요. 어려운 문제를 척척 푸는 모습, 농담을 빠르게 받아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거죠. 똑똑함은 행동으로 드러나는 거지, 안에 따로 들어 있는 물건이 아니에요. 팀워크가 선수들의 움직임에 드러나듯이요.
그러니 "마음이 어디 있냐"고 안쪽을 뒤지는 건 처음부터 틀린 질문이에요. 마음은 사람이 보고 느끼고 골라서 행동하는 그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거든요.

라일이 남긴 재미있는 구분이 하나 더 있어요. '아는 것'에도 두 종류가 있다는 거예요.
하나는 사실을 아는 거예요. 자전거 바퀴가 두 개라는 것, 페달이 어디 붙어 있는지 아는 것처럼요. 다른 하나는 할 줄 아는 거예요. 실제로 자전거에 올라타 비틀거리지 않고 달리는 것이죠.
이 둘은 달라요. 자전거 설명서를 100번 외운 사람도 막상 타면 넘어질 수 있어요. 반대로 신나게 달리는 아이가 그 원리를 말로는 설명 못 할 수도 있고요. 라일은 우리가 마음을 '머릿속 지식 창고'로만 보다가, 몸으로 익혀 할 줄 아는 이 큰 부분을 자꾸 놓친다고 봤어요. 그래서 그는 어려운 전문어 대신 우리가 평소 쓰는 말, '안다'나 '잘한다' 같은 일상 표현을 찬찬히 살피는 데서 답을 찾으려 했어요.

길버트 라일이 한 일은 마음을 없앤 게 아니에요. 마음을 엉뚱한 칸에 넣고 찾던 우리 버릇을 바로잡은 거예요. 대학교가 건물 옆에 따로 없듯, 팀워크가 선수 옆에 따로 없듯, 마음도 몸 안에 숨은 유령으로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보고 고르고 행동하는 모습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 그리고 안다는 것에는 사실을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것, 두 갈래가 있다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마음이라는 말을 훨씬 덜 헷갈리며 쓸 수 있을 거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3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