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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상상해 볼까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모르는 사람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어요. 그 사람이 이렇게 말해요. "내가 이 집을 처음 발견했으니까, 이제 여기는 내 거야." 황당하죠? 이미 우리 가족이 오래 살고 있는 집인데 말이에요.
그런데 500년쯤 전, 이것과 아주 비슷한 일이 진짜로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었어요. 유럽 사람들이 배를 타고 바다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해서는,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땅을 두고 "우리가 발견했으니 우리 것"이라고 했거든요. 이 일을 보고 "그게 정말 맞는 걸까?" 하고 진지하게 따져 물은 사람이 있었어요. 오늘 이야기할 프란시스코 데 비토리아예요.

비토리아는 1483년 무렵에 태어나 1546년까지 살았던 에스파냐, 그러니까 지금의 스페인 사람이에요. 그는 수도사였어요. 수도사는 종교에 평생을 바치며 공부하고 기도하는 사람인데, 비토리아는 그중에서도 두꺼운 책을 파고들며 어려운 문제를 하나하나 따지는 학자였어요.
그는 살라망카라는 도시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요즘으로 치면 아주 유명한 대학의 인기 교수님이었던 셈이죠. 가끔은 강의실을 가득 채운 사람들 앞에서 한 주제를 길게 풀어내는 특별 강연도 했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원주민과 정복 이야기를 꺼냈어요. 재미있는 건, 그는 아메리카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직접 보지 않고도, 들려오는 소식만으로 "이건 뭔가 이상한데" 하고 깊이 생각한 사람이었죠.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어요. "원주민들은 우리와 종교가 다르고 우리처럼 살지 않으니, 그들의 땅을 빼앗아도 괜찮아."
비토리아는 여기에 고개를 저었어요. 그는 '자연법'이라는 생각을 꺼냈어요. 자연법은 쉽게 말하면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태어날 때부터 가진 규칙'이에요. 친구가 어느 나라에서 왔든, 무슨 종교를 믿든, 때리면 안 되고 물건을 빼앗으면 안 되는 것과 같아요.
비토리아는 말했어요. 원주민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자기 마을과 땅을 스스로 다스리고 있다고요. 그러니 그 땅의 진짜 주인은 원래 살던 그들이라는 거예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주인 자격을 잃지는 않는다고 했죠.

비토리아는 한 걸음 더 나갔어요. 유럽 사람들이 정복을 정당하다고 우기려고 댄 이유들을 하나씩 꺼내서 따져 본 거예요. 마치 친구가 "이래서 내가 맞아"라며 늘어놓는 변명들을 차분히 하나씩 검토하는 것처럼요.
"먼저 발견했으니까 우리 거다?" 비토리아는 아니라고 했어요.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은 빈 땅이 아니니까요. "높은 사람이 그 땅을 줬으니까?" 이것도 아니라고 했어요. 어떤 황제나 권력자도 온 세상의 주인은 아니니까요. "종교를 안 믿으니까?" 믿고 안 믿고는 칼로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어요.
다만 비토리아는 모든 경우에 정복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어요. 그는 결론을 한쪽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어떤 경우에 무엇이 옳은지를 조건을 나눠 차근차근 따져 본 사람이었어요.

여기서 비토리아의 가장 큰 생각이 나와요. 그는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 것처럼,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고 봤어요. 이걸 어려운 말로 '만민법', 오늘날의 말로는 '국제법'이라고 불러요.
학교에 반이 여럿 있어도 운동장을 함께 쓰려면 모두가 따르는 약속이 필요하잖아요. 비토리아는 세계도 마찬가지라고 본 거예요. 힘이 센 나라가 약한 나라를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지킬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비토리아를 '국제법의 아버지' 가운데 한 명으로 꼽아요.

비토리아가 던진 질문은 사실 아주 단순해요. "힘이 있다고 해서, 약한 사람의 것을 빼앗아도 될까?" 500년 전 그는 "안 된다"고 또박또박 말했어요. 그것도 모두가 당연하게 빼앗던 시절에 말이에요.
오늘날 나라들이 전쟁에도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고, 약한 나라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권리를 말할 때, 그 뿌리에는 비토리아 같은 사람들의 오래된 고민이 깔려 있어요.

비토리아는 아메리카에 가 본 적도 없는 한 수도사였지만, 멀리서 들려온 소식에 "이건 정말 옳은 일일까" 하고 물었어요. 그는 원주민도 똑같은 사람이라 자기 땅의 주인이고, 종교가 다르다고 그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고 했어요. 또 사람들 사이뿐 아니라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고 봤죠. 힘보다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진 그의 질문은, 지금 우리가 권리와 국제법을 말하는 자리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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