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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십 대의 프랑스 청년이 있었어요. 책상 앞에서 철학을 가르치던 그는 어느 날 답답함을 느끼고 배를 탔어요. 도착한 곳은 브라질의 깊은 밀림이었죠. 거기서 그는 바깥세상과 거의 닿은 적 없는 부족들과 여러 달을 함께 지냈어요. 이 사람의 이름이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예요. 1908년에 태어나 2009년, 그러니까 백 살이 되어서야 세상을 떠난 사람이에요.
밀림에서 보낸 시간을 그는 훗날 슬픈 열대라는 책에 담았어요. 그런데 그가 그곳에서 품은 질문은 조금 엉뚱했어요. "이렇게 멀리 떨어져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풍습이, 왜 자꾸 비슷해 보일까?"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 볼게요. "나는 밥을 먹는다"와 "너는 빵을 먹는다"는 분명 다른 문장이에요. 쓰인 낱말이 다르니까요. 그런데 두 문장은 똑같은 틀을 쓰고 있어요. '누가, 무엇을, 한다'라는 자리요. 낱말은 얼마든지 갈아 끼울 수 있지만, 그 자리의 규칙은 그대로 남죠.
레비스트로스는 사람들의 풍습도 이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겉으로 보이는 풍습은 부족마다 다르지만, 그 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의 규칙'이 깔려 있다는 거예요. 그는 이 숨은 규칙을 구조라고 불렀어요. 그래서 그의 학문을 구조주의 인류학이라고 해요. 말의 규칙을 연구하던 언어학자들에게서 빌려 온 생각이었죠.

그가 가장 먼저 들여다본 건 가족과 결혼이었어요. 세상 거의 모든 사회에는 한 가지 비슷한 금지가 있어요. 가까운 친척끼리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거죠.
레비스트로스는 여기서 숨은 규칙을 봤어요. 우리 집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다는 건, 결국 다른 집과 결혼한다는 뜻이에요. 명절에 옆집과 음식을 나눠 먹으면 두 집이 가까워지죠. 결혼도 비슷해요. 한 집단이 다른 집단과 사람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연결되고 동맹을 맺는 거예요. 따로 흩어져 살던 무리들이 하나의 큰 사회로 엮이는 방법인 셈이죠.
겉보기엔 그냥 오래된 풍습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주면 받는다'는 단순한 규칙이 조용히 돌아가고 있던 거예요.

레비스트로스가 평생 가장 오래 매달린 건 신화였어요. 그는 세계 곳곳의 옛이야기 수백 편을 모아 나란히 놓고 비교했어요. 이 작업으로 네 권이나 되는 두꺼운 책을 썼을 정도예요.
그가 발견한 건 이거예요. 이야기들이 자꾸 둘씩 짝지은 반대말로 짜여 있다는 점이요. 날것과 익힌 것, 하늘과 땅, 삶과 죽음처럼요. 마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 때 '뜨겁다와 차갑다', '밝다와 어둡다'로 나눠 보는 것과 똑같아요.
레비스트로스는 사람의 머릿속에 이렇게 짝을 지어 나누는 공통된 버릇이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먼 부족들의 신화가, 마치 같은 문법으로 쓴 글처럼 닮아 보였던 거죠. 신화는 그 문법을 써서 세상의 풀기 어려운 질문을 다뤄 보려는 시도였어요.

그는 이런 비유도 들었어요. 옛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은, 집에 굴러다니는 물건으로 뚝딱 무언가를 고쳐 쓰는 솜씨와 닮았다고요. 못이 없으면 철사를 구부려 쓰고, 손잡이가 빠지면 끈으로 동여매는 그런 솜씨요.
정해진 부품이 없어도, 곁에 있는 재료를 이리저리 맞춰 그럴듯한 도구를 만들어 내잖아요. 신화도 그래요. 해와 달, 동물과 별 같은 익숙한 재료를 가져다 짜 맞춰서, 세상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를 설명해 내는 거예요. 도구는 거칠어 보여도 결코 엉성한 생각이 아니라는 게 그의 말이었어요.

레비스트로스 이전에는 이런 생각이 흔했어요. 밀림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덜 똑똑하고, 미신에 빠져 있을 뿐이라고요.
그는 이 오래된 생각을 차분히 내려놨어요. 부족의 신화와 풍습을 가까이 들여다보니, 그 안에는 우리 못지않게 촘촘하고 조리 있는 질서가 있었거든요. 다만 글이나 기계 대신 신화와 풍습이라는 도구로 생각을 풀어냈을 뿐이에요. 그는 사람의 마음이 어디서나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고 말한 거예요.
이건 꽤 큰 위로예요. 피부색도 언어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우리 모두 같은 머리의 규칙을 나눠 갖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풍습과 신화가 왜 그렇게 닮았는지 물었어요. 그의 답은, 겉모습 아래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공통의 규칙, 곧 구조가 깔려 있다는 것이었죠. 결혼은 집단끼리 사람을 주고받는 규칙이었고, 신화는 반대말을 짝지어 세상을 풀어 보는 공통의 문법이었어요. 그래서 그가 남긴 가장 큰 생각은 이거예요. 사람의 마음은 어디서나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것. 다음에 낯선 나라의 옛이야기를 만나면, 그 속에 어떤 짝지은 반대말이 숨어 있는지 한번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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