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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옛날 로마에 다리를 저는 노예가 한 명 있었어요. 이름은 에픽테토스. 그런데 이 이름은 사실 진짜 이름이 아니에요. 그리스 말로 '얻어 온 것', 그러니까 '주워 온 물건' 정도의 뜻이거든요. 사람한테 붙이는 이름이라기보다, 시장에서 사 온 가구에 붙은 꼬리표에 가까웠던 거죠. 태어날 때부터 남의 소유물이었다는 뜻이에요.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주인이 장난삼아 그의 다리를 비틀었대요. 에픽테토스는 차분하게 "그러다 부러져요"라고 말했고, 정말 부러지자 화내지 않고 "그것 보세요, 부러진다고 했잖아요"라고 했대요. 진짜 있었던 일인지는 아무도 확인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그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했는지는 잘 보여 주죠.

에픽테토스는 서기 50년쯤, 지금의 튀르키예 땅에서 태어났어요. 주인은 네로 황제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었고요. 노예였으니 돈도, 집도, 자유도 없었어요. 자기 몸 하나도 자기 것이 아니었죠.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져요. 주인이 그를 철학 수업에 보내 줬거든요. 거기서 에픽테토스는 한 가지 질문에 사로잡혀요. '나는 가진 게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빼앗기지 않는 게 있을까?'
나중에 노예에서 풀려난 그는 로마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황제가 철학자들을 도시 밖으로 쫓아내자 그리스로 건너가 자기 학교를 열어요. 남의 물건이던 사람이 남을 가르치는 선생이 된 거예요.

그의 가르침은 사실 아주 단순해요. 세상일을 두 칸으로 나눠 보라는 거예요.
비 오는 날을 떠올려 볼까요. 비가 오느냐 마느냐는 내가 정할 수 없어요. 그건 '내 손 밖'에 있어요. 하지만 우산을 챙길지, 비를 맞고도 웃을지 짜증 낼지는 '내 손 안'에 있죠.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괴로운 이유가, 자꾸 손 밖에 있는 걸 손 안에 넣으려 해서라고 봤어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내일 날씨가 어떨지, 시험 결과가 어떨지, 이런 건 내가 쥘 수 없어요. 그런데 거기에 마음을 다 걸어 두면, 내 기분이 남의 손에 끌려다니게 돼요.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어요. "우리를 괴롭히는 건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일을 두고 우리가 내리는 생각이다." 같은 비를 맞아도 누구는 망했다고 하고 누구는 시원하다고 하잖아요. 일은 하나인데 마음은 내가 고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에픽테토스가 말한 자유는, 감옥 문을 여는 자유가 아니에요. 몸은 묶여 있어도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자유, 바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지 고르는 힘'이에요.
노예로 살아 본 사람이 한 말이라 더 무게가 있어요. 그는 정말로 몸이 자유롭지 않은 게 어떤 건지 겪어 봤거든요. 그런데도 주인은 내 다리는 묶을 수 있어도 내 생각까지 묶을 수는 없다고 한 거예요. 이게 바로 그가 말한 내면의 자유예요.

재미있는 건, 에픽테토스는 책을 한 권도 쓰지 않았다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 그의 말을 아는 건, 아리아노스라는 제자가 수업을 받아 적은 덕분이에요. 그중 핵심만 추린 작은 손바닥 책이 하나 있는데, 제목이 '엔케이리디온', 우리말로 '손안의 작은 책' 정도예요. 급할 때 주머니에서 꺼내 보라고 만든, 일종의 마음 사용 설명서였죠.
이 작은 책은 훗날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사람한테까지 영향을 줘요. 노예의 말이 황제의 마음을 다스린 셈이에요.

에픽테토스는 가진 것 하나 없는 노예로 태어났지만,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한 가지를 발견한 사람이에요. 바로 내 손 안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려내고, 손 안에 있는 마음만큼은 내가 고른다는 거죠. 비가 오는 건 못 막아도 그 비를 어떻게 맞을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그가 말한 내면의 자유는 딱 이만큼 단순하고, 그래서 노예도 황제도 똑같이 쓸 수 있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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