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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기다리던 소풍날 아침에 비가 쏟아진다고 해봐요. 창밖을 보며 우리는 짜증을 내요. "왜 하필 오늘이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좀 이상해요. 비는 내가 멈출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에 대고 화를 내고 있는 거예요. 화를 낸다고 구름이 걷히지도 않고요. 약 이천 년 전, 바로 이 지점을 콕 집어 이야기한 사람이 있어요. 에픽테토스라는 철학자예요. 그는 우리가 왜 자꾸 괴로운지, 그 비밀이 마음을 쓰는 방향에 있다고 봤어요.

에픽테토스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우리 마음을 들여다봐요. 마음에 손이 두 개 달려 있다고 상상해 봐요. 하나는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손이에요. 맛있는 간식, 좋은 성적, 친구의 인정 같은 걸 "갖고 싶어" 하며 끌어당겨요. 이게 욕망이에요. 다른 하나는 밀어내는 손이에요. 아픈 것, 창피한 일, 손해 보는 것을 "싫어" 하며 밀쳐 내요. 이게 회피예요. 우리는 눈 뜨고 있는 내내 이 두 손을 바쁘게 움직여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고, 또 무언가에서 손을 거두면서요. 에픽테토스는 바로 이 두 손을 어디로 뻗느냐가 인생을 가른다고 봤어요.

에픽테토스는 서기 50년 무렵에 태어났어요. 놀랍게도 그는 노예로 태어났어요. 그리스어로 에픽테토스라는 말 자체가 얻어진 자, 그러니까 사들인 물건이라는 뜻이에요. 번듯한 이름조차 없이 물건처럼 불린 거예요. 로마의 한 주인 밑에서 종살이를 했고, 한쪽 다리를 절었다고 전해져요. 그런데 그는 노예이던 시절부터 무소니우스 루푸스라는 스승에게 스토아 철학을 배웠어요. 주인집에서 풀려난 뒤에는 한동안 로마에서 가르치다, 황제가 철학자들을 도시 밖으로 쫓아내자 그리스의 니코폴리스라는 곳으로 옮겨 학교를 열었어요. 정작 본인은 책을 한 권도 쓰지 않았어요. 지금 우리가 읽는 그의 말은 제자 아리아노스가 받아 적어 담화록과 편람이라는 책으로 남긴 거예요. 135년 무렵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평생 가진 것 없이 살면서도 마음의 자유를 가르쳤어요.

노예였던 그가 깨달은 건 뜻밖에 단순했어요. 세상일은 딱 두 종류로 나뉜다는 거예요. 하나는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에요. 내 생각, 내 행동,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싫어할지, 이건 내 손안에 있어요. 반대로 날씨, 몸이 아픈 것,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시험 점수, 이건 내 손 밖에 있어요. 아무리 애를 써도 끝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들이죠. 노예였던 그는 이걸 누구보다 잘 알았어요. 주인이 시키는 일, 매 맞는 것, 어디로 팔려 가는지까지 그의 뜻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도 그는 말했어요. 그 모든 걸 빼앗겨도, 무엇을 바라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정하는 내 마음만은 누구도 빼앗지 못한다고요.

여기서 욕망과 회피의 절제가 나와요. 절제라고 하면 갖고 싶은 걸 꾹 참는 모습부터 떠올라요. 하지만 에픽테토스가 말한 절제는 조금 달라요. 끌어당기는 손과 밀어내는 손을, 내 손 밖의 것에 함부로 뻗지 말라는 거예요. 비가 안 오기를 바라는 건 손 밖의 것을 붙잡으려는 거예요. 그러면 비가 올 때마다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요. 대신 우산을 챙기는 내 행동, 비가 와도 즐겁게 보내려는 내 마음, 손안의 것에만 욕망을 두라는 거예요. 싫어함도 똑같아요. 피할 수 없는 일을 자꾸 싫어하면 평생 괴로워요. 내가 고칠 수 있는 나쁜 습관처럼, 정말로 바꿀 수 있는 것만 싫어하면 돼요. 게임에서 지기 싫어 친구를 미워하기보다, 내가 연습할 수 있는 부분에 마음을 쓰는 거죠. 손에 든 힘은 똑같은데, 방향만 바꾸면 그 힘이 괴로움 대신 자유를 줘요.

이 이야기는 먼 옛날 노예의 푸념이 아니에요. 우리도 매일 손 밖의 것을 붙잡으려다 마음을 다쳐요. 남의 칭찬 한마디에 하루 기분이 출렁이고, 이미 지나가 바꿀 수 없는 일을 후회하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해요. 전부 내 손 밖의 것들이에요. 에픽테토스는 그쪽으로 뻗은 손을 거두어 내 안으로 돌리라고 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가진 게 적어도 빼앗길 게 없는 단단한 마음이 생겨요. 노예조차 자유로울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 있어요.
에픽테토스는 노예로 태어나 평생 마음의 자유를 가르친 철학자예요. 그의 핵심은 세상을 내 손안의 것과 손 밖의 것으로 나누는 일이었어요. 욕망과 회피의 절제란,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마음의 두 손을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에서 거두어, 내가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돌리는 일이에요. 날씨가 아니라 내 우산을, 남의 평가가 아니라 내 행동을 바라보는 것. 그렇게 손의 방향을 바꾸면, 누구도 빼앗지 못하는 자유가 내 안에 남아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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