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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침에 알람이 울려요.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학교나 회사에 가요. 내일도 똑같고, 모레도 똑같아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걸 도대체 왜 계속하지?" 딱히 답이 안 나와요. 그런데도 우리는 다음 날 또 알람을 끄고 일어나죠.
이렇게 멈칫하는 순간, 80여 년 전에 한 작가가 똑같이 멈춰 섰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처럼 어깨를 으쓱하고 지나가는 대신, 거기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들었어요. 그 질문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봤거든요.

그 사람은 알베르 카뮈예요. 1913년부터 1960년까지 살았고, 프랑스어로 글을 쓴 작가이자 철학자예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자랐고, 마흔여섯이라는 이른 나이에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마흔셋에는 노벨 문학상도 받았고요.
서른이 되기도 전에 쓴 책 한 권의 첫 문장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어요. "정말로 진지한 철학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1942년에 나온 시지프 신화라는 책이에요.
무슨 뜻일까요? 철학이라고 하면 보통 "세상은 무엇으로 되어 있나", "옳고 그름은 뭔가" 같은 거대한 질문을 떠올려요. 그런데 카뮈는 그런 건 다 나중 문제래요. 진짜 먼저 풀어야 할 질문은 이거라는 거예요. "이 삶을 계속 살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그가 자살을 입에 올린 건 죽음을 권해서가 절대 아니에요. 우리가 매일 아무 생각 없이 "그래도 산다"고 답하고 넘어가는 그 선택을, 한 번쯤은 똑바로 들여다보자는 거였어요.

카뮈의 핵심 단어는 '부조리'예요. 말은 어렵지만 장면은 쉬워요.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가 아무 말도 안 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계속 말을 거는데 수화기 너머는 조용하기만 해요. 답답하죠. 내 쪽은 이렇게 간절히 묻는데 저쪽은 침묵하는 이 어긋남, 이게 부조리의 느낌이에요.
우리 마음은 늘 이유를 찾아요.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이 고생이 다 무슨 의미가 있지?" 그런데 세상은 그 물음에 딱 떨어지는 답을 주지 않아요. 의미를 달라고 외치는 사람과, 입을 꾹 다문 우주. 이 둘이 마주 본 자리에서 생기는 어긋남을 카뮈는 부조리라고 불렀어요. 세상이 못됐다는 뜻도, 내가 잘못됐다는 뜻도 아니에요. 그냥 둘이 안 맞는 거예요.

카뮈는 이 어긋남을 옛 그리스 이야기 하나로 그려요. 책 제목이기도 한 시지프 신화예요.
시지프는 신들에게 벌을 받아요.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려야 하는데, 다 올리고 나면 바위가 도로 아래로 굴러떨어져요. 그러면 또 터덜터덜 내려가서 처음부터 다시 밀어 올려요. 영원히요. 끝도 없고 보람도 남지 않는 일이죠.
그런데 이게 남 얘기 같지가 않아요. 매일 똑같은 출근길, 치워도 또 쌓이는 설거지, 풀어도 또 나오는 숙제. 우리 삶도 바위를 올렸다 떨어뜨리길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그래서 시지프는 카뮈에게 먼 옛날의 죄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에요.

여기까지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아요. 답도 없는데 같은 일을 영원히 반복한다니. 그럼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책을 여는 그 무서운 질문, "살 가치가 있는가"가 바로 이 지점을 찌른 거였어요.
그런데 카뮈의 대답은 분명히 "아니"예요. 스스로 삶을 끝내는 것도, "다 뜻이 있을 거야" 하고 거짓 위로로 눈을 감아 버리는 것도 답이 아니라고 해요. 그가 고른 세 번째 길은 '반항'이에요. 세상이 의미를 안 주면 안 주는 대로, 그 사실을 똑바로 알면서도 고개 들고 끝까지 살아 내는 거예요. 도망치지도 않고, 속지도 않으면서요.
그래서 책의 맨 끝에 그 유명한 문장이 나와요. "우리는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바위가 또 굴러떨어질 걸 뻔히 알면서도 다시 내려가는 그 발걸음, 그 발걸음만큼은 온전히 시지프의 것이라는 거예요. 결과가 헛되어도 바위를 미는 일은 내가 하는 거니까요. 정상을 향해 애쓰는 그 마음 하나로 사람은 충분히 자기 삶을 채울 수 있다고 카뮈는 봤어요.

카뮈는 "이 삶을 살 가치가 있는가"를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질문으로 봤어요. 우리 마음은 의미를 찾는데 세상은 침묵하고, 그 어긋남이 부조리예요. 무거운 바위를 영원히 밀어 올리는 시지프가 바로 그 모습이고요. 카뮈의 답은 도망도 거짓 위로도 아닌, 어긋남을 알면서도 끝까지 사는 반항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하자고 했죠. 다음에 똑같은 하루 앞에서 "이걸 왜 하지?" 싶어질 때, 카뮈라면 그 물음을 서둘러 지우지 말고 그냥 끌어안고 가라고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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