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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상상해 볼게요. 한 남자가 엄마의 장례식에 갔는데,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슬픈 척도 안 하고, 다음 날 바닷가에 놀러 가고 영화도 봐요. 사람들은 수군거려요. "저 사람 좀 이상하지 않아?" 나중에 이 남자는 살인을 저지르고 재판을 받는데, 재판에서 사람들이 따지는 건 살인 그 자체보다 "왜 엄마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느냐"예요.
이 이야기를 쓴 사람이 알베르 카뮈예요. 1913년부터 1960년까지 살았던 프랑스 작가이고, 마흔네 살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어요. 방금 말한 이야기가 그의 대표 소설 이방인이고요. 오늘은 이 소설과, 거기 담긴 '무관심'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천천히 풀어 볼게요.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뫼르소예요. 사람들은 그를 차갑고 감정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뫼르소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마음에 없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에요.
슬프지 않은데 우는 척,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한다고 말하는 척. 우리는 그런 걸 예의라고 부르며 자주 해요. 뫼르소는 그게 안 돼요. 엄마가 죽어서 슬프긴 하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눈물 쇼'는 하지 않아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를 괴물 보듯 해요.
여기서 카뮈가 던지는 질문이 나와요. 진짜 죄는 사람을 죽인 걸까요, 아니면 남들처럼 슬픈 척하지 않은 걸까요?

이 소설에서 '무관심'은 두 군데에서 나타나요.
첫째는 뫼르소의 무관심이에요. 그는 출세에도, 결혼에도 별 욕심이 없어요. "그러든 말든 상관없다"가 입버릇이에요.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남들이 중요하다고 정해 놓은 것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에 가까워요.
둘째는 세상의 무관심이에요. 카뮈가 보기에 이 세상은 우리가 착하게 살든 나쁘게 살든 딱히 상을 주거나 벌을 주지 않아요. 비는 좋은 사람 머리 위에도, 나쁜 사람 머리 위에도 똑같이 내리죠. 우주는 우리한테 아무 관심이 없어요. 소설 마지막에서 뫼르소는 이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을 받아들이며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요.

조금 어려운 말이 나올 차례예요. 바로 '부조리'예요.
부조리는 이런 거예요. 우리는 "내 삶에는 의미가 있을 거야, 세상은 공평할 거야" 하고 자꾸 답을 구해요. 그런데 세상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답도 안 해 줘요. 이 둘 사이의 어긋남, 묻는 사람과 침묵하는 세상 사이의 그 틈을 카뮈는 부조리라고 불렀어요.
마치 시험 문제를 푸는데 정답지가 처음부터 없는 것과 같아요. 답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리는 두 가지 길 중에 골라요. 절망해서 포기하거나, 아니면 그래도 끝까지 풀어 보거나.

카뮈는 또 다른 책 시지프 신화에서 이 이야기를 이어 가요. 시지프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데,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아요. 그런데 정상에 닿는 순간 바위는 다시 굴러떨어지고, 그는 또 밀어 올려야 해요. 끝도 없이요.
말도 안 되게 허무한 벌이죠. 그런데 카뮈는 여기서 뜻밖의 말을 해요.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고요. 답이 없어도, 보상이 없어도, 자기 몫의 바위를 묵묵히 미는 그 태도 자체가 세상을 향한 멋진 맞섬이라는 거예요. 포기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끝까지 사는 것, 그게 카뮈가 말한 반항이에요.

80여 년 전 프랑스 작가의 이야기지만, 사실 우리 일상과 닿아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알아주는 사람이 없지?" 하고 서운할 때가 있잖아요. 카뮈는 말해요. 세상이 원래 그렇게 무관심하다는 걸 먼저 인정하라고요.
그건 슬픈 결론이 아니에요. 오히려 남의 인정이나 정답에 매달리지 않고, 내가 고른 삶을 떳떳하게 살아도 된다는 허락에 가까워요.

카뮈의 이방인은 엄마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한 남자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슬픈 척, 행복한 척'을 다시 보게 해요. 무관심에는 두 얼굴이 있어요. 남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뫼르소의 태도, 그리고 우리에게 답을 주지 않는 세상의 침묵이요. 카뮈는 이 침묵을 부조리라 부르고, 그 앞에서 포기 대신 끝까지 사는 것을 반항이라 불렀어요. 답이 없는 세상에서도 내 바위를 미는 일, 그게 카뮈가 우리에게 남긴 단단한 위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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