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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알람을 끄고 일어나서, 씻고, 학교나 회사에 가고, 집에 와서 자고, 다음 날 또 똑같이 반복해요.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스칠 때가 있죠. 분명 열심히 사는데, 그 끝에 뭐가 기다리는지는 잘 모르겠는 막막한 기분이요.
이 기분을 평생 붙들고 파고든 사람이 있어요.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예요. 1913년부터 1960년까지 살았고, 마흔넷이던 1957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어요. 그가 평생 매달린 단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 '부조리'예요. 어려워 보이는 말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월요일 아침마다 느끼는 그 기분과 아주 가까워요.

부조리라는 말은 장면으로 그려 보면 쉬워요. 셔츠 단추를 한 칸 잘못 끼우면, 단추도 멀쩡하고 구멍도 멀쩡한데 둘이 안 맞아서 옷매무새가 자꾸 비뚤어지죠. 카뮈가 말한 부조리도 이런 어긋남이에요.
한쪽엔 "내 삶에는 의미가 있어야 해, 이 모든 게 무엇을 위한 건지 알고 싶어" 하는 우리 마음이 있어요. 다른 쪽엔 아무 대답도 해 주지 않는 조용한 세상이 있고요. 하늘에 물어도, 별에게 물어도 또렷한 답이 돌아오지 않아요. 답을 바라는 뜨거운 마음과 입을 꾹 다문 세상, 이 둘이 안 맞아서 생기는 어긋남이 바로 부조리예요. 세상이 나빠서가 아니라, 짝이 안 맞아서 생기는 느낌인 거죠.

이 어긋남이 답답하니까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길로 도망쳐요. 하나는 "의미가 없으니 살 이유도 없다"며 삶을 놓아 버리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사실 다 정해진 큰 뜻이 있을 거야" 하고 서둘러 믿어 버린 다음 눈을 감는 거고요.
카뮈는 둘 다 받아들이지 않아요. 둘 다 단추가 어긋났다는 사실을 못 본 척하는 일이라고 봤거든요. 그가 권하는 길은 셋째예요. 어긋남을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그 자리에서 계속 살아가는 거예요.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도망치지 않는 것, 카뮈는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요.

이 생각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인물이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예요. 카뮈는 1942년에 쓴 책 '시지프 신화'에서 그를 데려와요.
시지프는 신들의 미움을 사서 벌을 받아요.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벌이에요. 그런데 꼭대기에 닿는 바로 그 순간, 바위는 다시 저 아래로 굴러떨어져요. 그러면 시지프는 터덜터덜 내려가 또 밀어 올려야 해요. 영원히요. 끝도 없고 보람도 없는 일이죠.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우리 모습과 어딘가 닮았어요.

보통 우리는 시지프를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카뮈는 책 마지막에서 뜻밖의 말을 해요. "우리는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고요.
왜 그럴까요? 바위가 다시 굴러떨어질 걸 시지프도 알아요. 그걸 알면서도 그는 다시 내려가 바위에 손을 얹죠. 신이 시킨 벌이라며 끌려가는 게 아니라, 그 바위를 자기 것으로 끌어안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벌받는 노예가 아니에요.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거예요. 카뮈는 이 태도를 '반항'이라고 불러요. 세상이 끝내 답을 안 줘도 거기에 무릎 꿇지 않고, 내 하루를 끝까지 내 손으로 사는 마음이요.

카뮈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는 건, 의미를 다 찾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해 주기 때문이에요. 거창한 정답을 손에 쥐어야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답이 없는 채로도 오늘을 또렷이 살아 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부조리는 우울한 결론이 아니에요. 오히려 눈을 똑바로 뜨고 사는 사람의 이야기예요. 바위가 굴러떨어질 걸 알면서도 다시 손을 얹는 그 반복 속에, 누가 대신 정해 주지 않은 나만의 의미가 생기니까요.

부조리는 의미를 바라는 우리 마음과 답해 주지 않는 세상이 짝이 안 맞아 생기는 어긋남이에요. 카뮈는 그 어긋남에서 삶을 놓거나 눈을 감는 대신, 똑바로 보면서도 계속 사는 길을 골랐어요. 바위를 영원히 밀어 올리는 시지프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손을 얹을 때, 그는 운명의 주인이 되고 카뮈는 그를 행복하다고 상상하라 했죠. 답이 없어도 내 하루를 내 손으로 사는 그 반항하는 태도, 그게 카뮈가 평생 우리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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