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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새해 첫날에 "내일부터 일찍 일어나야지" 하고 다짐해 본 적 있나요? 그런데 막상 아침이 되면 손이 알아서 알람을 꺼 버려요. 분명 내가 원했는데, 정작 그 순간엔 내 마음이 내 말을 안 들어요. 이상하지 않나요. 내 의지인데 왜 내 뜻대로 안 될까요. 지금부터 만날 사람은 1600년쯤 전에 바로 이 답답함을 누구보다 깊이 파고든 사람이에요. 이름은 아우구스티누스고요.

아우구스티누스는 354년부터 430년까지, 지금의 북아프리카 알제리 땅에서 살았어요.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았지만 젊은 시절엔 꽤 방황했어요. 출세하려고 도시를 옮겨 다니고, 한동안은 화려한 말솜씨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돈을 벌었죠. 마음 한구석은 늘 "이게 맞나" 싶어 불안했는데, 그러면서도 생활을 바꾸진 못했어요. 머리로는 알면서 몸은 옛 습관에 묶여 있던 거예요. 우리가 다이어트 결심하고도 야식을 시키는 것과 비슷하죠.

그의 인생이 크게 꺾인 순간이 있어요. 어느 날 정원에서 마음이 너무 괴로워 울고 있는데, 담장 너머에서 아이 목소리가 "집어서 읽어라" 하고 들렸대요. 그는 옆에 있던 성경을 펼쳐 눈에 들어온 구절을 읽고, 거기서 오래 끌어온 갈등을 내려놓았다고 해요. 이 장면이 중요한 건, 바뀌는 결정적 순간이 자기 힘을 쥐어짜서가 아니라 바깥에서 온 작은 계기로 찾아왔다는 점이에요. 이 경험이 나중에 그의 생각을 통째로 물들여요.
마흔 무렵 그는 고백록이라는 책을 써요. 신께 털어놓는 일기 같은 글인데, 놀라운 건 남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속을 끝까지 파고든다는 점이에요. 그전까지 책은 보통 바깥세상을 설명했는데, 그는 "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들여다봤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 책을 두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의 출발점이라고 불러요. 그 유명한 기도도 여기 나와요. "제게 절제를 주소서. 하지만 지금 당장은 말고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아직은 싫은 어정쩡한 마음을 솔직하게 적은 거죠.

여기서 그의 가장 큰 고민이 시작돼요. 한쪽에는 자유의지가 있어요. 내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골라서 행동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잘못도 내 탓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쪽엔 예정이라는 생각이 있어요. 모든 걸 아는 신이라면 내가 내일 뭘 할지 이미 다 알고, 누가 결국 구원받을지도 미리 정해 뒀다는 거죠. 그럼 이상해져요. 다 정해져 있다면 내 선택은 그냥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흉내일 뿐일까요? 이 물음이 그를 평생 따라다녀요.

아우구스티누스의 답은 이래요. 자유는 분명 있지만, 그 자유만으로 나를 좋은 쪽으로 끌고 가긴 어렵다는 거예요. 아침에 못 일어나는 그 마음처럼요. 그는 이걸 은총이라는 말로 풀었어요. 혼자선 못 일어나는 사람을 누가 손잡아 일으켜 주듯, 신의 도움이 있어야 비로소 사람이 바뀐다는 거죠. 같은 시대에 펠라기우스라는 사람은 "사람은 제 힘만으로 충분히 착해질 수 있다"고 했는데, 아우구스티누스는 거기에 강하게 반대했어요. 우리가 매번 결심에 무너지는 걸 보면 순전히 제 힘만은 아니라는 거였죠.

그럼 이런 의문이 들어요. 신이 다 정해 놨다면 나는 굴러가는 대로 살면 되는 것 아닐까요?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정해져 있다는 것과 내가 진짜로 원해서 고른다는 것은 서로 부딪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부모가 아이의 선택을 미리 짐작해도 그 선택은 여전히 아이의 것이듯이요. 그래서 그에게 자유의지와 예정은 둘 중 하나를 버리는 문제가 아니라, 둘 다 끌어안고 풀어야 할 매듭이었어요. 이 매듭은 그 뒤로도 천 년 넘게 서양 철학자와 신학자들이 계속 붙잡고 씨름하게 돼요.

아우구스티누스는 "하고 싶은데 안 되는" 흔한 답답함을 누구보다 깊이 파고든 사람이에요. 우리에겐 분명 고르는 자유가 있지만 그 자유만으로 나를 다 바꾸진 못한다는 것, 그래서 바깥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어요. 자유의지와 예정은 서로를 지우는 적이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할 한 쌍의 질문이고요. 다음에 새해 결심이 또 무너지더라도, 1600년 전 한 사람이 바로 그 마음을 붙들고 평생을 고민했다는 걸 떠올리면 조금은 덜 외로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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