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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지금 몇 시냐고 물으면 누구나 답할 수 있어요. 벽시계나 휴대폰을 보고 "세 시 십 분"이라고 말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질문을 아주 살짝만 바꿔 볼게요. "그래서 시간이 도대체 뭔데?" 이렇게 물으면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져요. 분명 매일 쓰고, 늦으면 혼나고, 방학을 기다리는 그 시간인데, 막상 "이게 뭐다" 하고 설명하려니 입이 안 떨어져요.
지금으로부터 약 1600년 전에도 똑같은 곤란을 느낀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이렇게 적었어요. "누가 내게 시간이 무엇이냐 묻지 않으면 나는 안다. 그러나 막상 묻는 사람에게 설명하려 하면, 나는 모른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바로 그 답답함을, 그 사람은 글로 정확히 붙잡아 둔 거예요.

그 사람의 이름은 아우구스티누스예요. 354년에 지금의 북아프리카 땅에서 태어나 43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일흔여섯 해를 살았어요. 젊을 때는 꽤 방황하던 청년이었는데, 나이가 들며 자기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그 기록을 모은 책이 「고백록」이에요. 제목은 고백이지만 단순한 반성문이 아니라,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한 겹씩 들여다본 일기 같은 책이에요. 남의 잘잘못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파고든 이런 글쓰기는 그 전까지 흔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안을 들여다보는 글'의 문을 연 사람으로 꼽혀요. 그리고 그가 이 책의 뒷부분에서 길게 붙잡고 씨름한 물음이 바로 "시간이란 무엇인가"였어요.

그가 왜 그렇게 헤맸는지 같이 따라가 볼게요. 시간을 흔히 과거, 현재, 미래 셋으로 나누잖아요. 그런데 하나씩 잡아 보면 자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요.
과거를 떠올려 봐요. 어제 먹은 저녁은 이미 지나가 버렸어요. 지금 어디에도 없어요. 그럼 미래는요? 내일 시험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 역시 지금 없어요. 없는 것 둘을 빼고 나면 '지금'만 남는데, 이 지금이 또 이상해요. "지금!" 하고 말하는 순간 그 지금은 벌써 과거가 돼 버려요. 현재는 폭이 없는 칼날 같아서, 붙잡으려는 순간 사라져요.
그러니까 시간을 이루는 세 조각이 전부 "지금 여기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도 우리는 시간이 분명히 흐른다고 느껴요. 없는 것들로 이루어진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생생할까요. 이게 아우구스티누스가 막혔던 지점이에요.
그의 답은 뜻밖이에요. 시간은 저 바깥, 시계 안이나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 있다는 거예요.
노래 한 곡을 외워서 부른다고 생각해 봐요. 아직 부르지 않은 뒷부분은 '기대'로 마음속에 있고, 방금 부른 앞부분은 '기억'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어요. 그리고 지금 부르는 한 음에 '주목'하고 있죠. 노래가 진행될수록 기대는 점점 줄고 기억은 점점 늘어나요. 이렇게 마음이 앞뒤로 길게 늘어나는 일, 아우구스티누스는 그것을 시간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그는 이렇게 정리해요. 과거는 '기억하는 현재', 현재는 '바라보는 현재', 미래는 '기대하는 현재'라고요. 셋 다 결국 지금 이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우리가 시간을 잰다는 것도, 사실은 마음에 남은 인상의 길이를 재는 거예요.
아우구스티누스가 한 일은 답을 딱 떨어지게 맞힌 게 아니에요. 그는 시간이 무엇인지 끝까지 다 풀었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대신 질문이 향하는 방향을 통째로 바꿨어요.
그전까지 사람들은 시간을 별의 운동이나 바깥 세계의 흐름에서 찾으려 했어요. 그런데 그는 손전등을 자기 안쪽으로 돌렸어요. "시간을 알고 싶으면 마음을 들여다봐라." 이 한 걸음 덕분에, 세상이 아니라 그것을 겪는 '나'를 살피는 방식이 철학의 큰 길로 자리 잡았어요. 시간을 묻다가 결국 마음을 묻게 된 셈이에요.
시간은 매일 쓰면서도 막상 설명하려면 막히는, 묘하게 미끄러운 것이에요.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도 미래도 지금 없고 현재마저 붙잡을 수 없다는 막다른 골목에서, 시간을 바깥이 아니라 기억과 주목과 기대로 늘어나는 마음 안에서 찾았어요. 답을 딱 맞혔다기보다, 묻는 방향을 바깥에서 안으로 돌려놓은 것이 그의 진짜 발자국이에요. 다음에 시계를 볼 때, 시간이 정말 저 시곗바늘에 있는지 아니면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에 있는지 한 번 떠올려 보면 좋겠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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