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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열여섯 살쯤 된 한 소년이 친구들과 어울려 이웃집 배나무를 털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그 소년은 배가 고프지 않았고, 집에는 훨씬 맛있는 배가 있었거든요. 훔친 배는 한 입 베어 물고는 돼지에게 던져 버렸대요. 먹으려고 훔친 게 아니라, 그냥 '나쁜 짓을 한다'는 그 짜릿함 때문에 훔친 거예요.
이 이야기를 어른이 되어 책에 솔직하게 적은 사람이 아우구스티누스예요. 지금으로부터 약 1600년 전, 354년부터 430년까지 북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사람이지요. 그는 묻습니다. 나는 왜 손해를 보면서까지 나쁜 짓에 끌렸을까. 이 작은 배 사건이 그가 평생 붙들고 씨름한 두 가지 생각의 출발점이 됩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첫 번째 생각은 '원죄'예요. 말이 어렵지만 장면은 단순해요.
반듯한 책상이 아니라, 한쪽 다리가 살짝 짧은 책상을 떠올려 보세요. 그 위에 구슬을 가만히 올려놓으면 어떻게 되나요. 손대지 않아도 구슬은 스르르 한쪽으로 굴러가요. 책상이 처음부터 기울어 있으니까요.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 마음이 꼭 이 기울어진 책상 같다고 봤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만히 두면 자꾸 욕심이나 나쁜 쪽으로 마음이 굴러간다는 거예요. 배를 훔친 소년처럼요. 그는 이 기울어짐이 사람마다 따로 배운 버릇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모든 사람이 물려받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처음부터 마음에 깔려 있는 기울어짐을 그는 원죄라고 불렀습니다.

그 무렵 펠라기우스라는 사람이 이런 주장을 폈어요. 사람은 마음만 굳게 먹으면 자기 힘으로 충분히 착해질 수 있다고요. 책상이 기울었어도 손가락으로 구슬을 꾹 붙잡고 있으면 안 굴러가지 않냐는 거지요.
아우구스티누스는 여기에 고개를 저었어요. 그는 자기 경험을 떠올렸어요. 젊은 시절 그는 '이제 그만 바르게 살아야지' 하고 수없이 다짐했지만, 번번이 다시 옛 습관으로 굴러떨어졌거든요. 잠깐 구슬을 붙잡을 수는 있어도, 손에 힘이 빠지는 순간 또 굴러가더라는 거예요. 의지만으로는 기울어진 책상 자체를 똑바로 펼 수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어요.

그럼 방법이 없을까요. 여기서 두 번째 생각인 '은총'이 나와요.
은총은 쉽게 말하면 '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거저 받는 선물'이에요. 시험을 못 봤는데 선생님이 그냥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 잘못을 했는데 부모님이 먼저 안아 주는 것에 가까워요. 내가 잘해서 받아 낸 상이 아니라, 주는 쪽의 마음에서 나온 거지요.
아우구스티누스는 기울어진 책상을 똑바로 받쳐 주는 그 손길이 사람 바깥에서, 곧 신에게서 온다고 믿었어요. 자기 힘으로 착해진 게 아니라, 거저 받은 도움 덕분에 비로소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는 거예요. 실제로 그는 서른한 살 무렵 정원에서 마음이 크게 바뀌는 경험을 한 뒤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어요. 그 변화를 자기 공로가 아니라 받은 선물로 여긴 셈이지요.

흥미로운 건 그가 이 이야기를 풀어 간 방식이에요. 그는 '고백록'이라는 책에서 자기 부끄러운 과거와 흔들리던 마음을 마치 일기처럼 솔직하게 적었어요.
그전까지 글이란 보통 바깥세상의 사건이나 영웅의 업적을 적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아우구스티누스는 카메라를 자기 안쪽으로 돌렸어요. '나는 왜 이런 마음이 들까'를 끝까지 파고든 거예요. 그래서 고백록은 자기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 첫 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이런 자기 탐구의 방식은 이후 서양 사람들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글로 적는 오랜 전통의 출발점이 됐어요. 원죄와 은총이라는 무거운 이야기가, 멀리 있는 교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솔직한 마음에서 나왔다는 점이 그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배도 안 고픈데 배를 훔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며 두 가지를 붙들었어요. 하나는 원죄, 사람 마음이 처음부터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 있다는 생각이에요. 다른 하나는 은총, 그 기울어짐을 자기 힘이 아니라 받을 자격 없이 거저 받은 도움으로 바로잡는다는 생각이지요. 노력만으로 똑바로 설 수 있다던 펠라기우스와 달리, 그는 바깥에서 온 선물을 더 중요하게 봤어요.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적어, 내면을 탐구하는 글쓰기의 길을 열었습니다.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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