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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지금으로부터 약 1600년 전인 410년에, 세상을 뒤흔든 사건이 하나 터졌어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했던 도시 로마가 쳐들어온 적군에게 약탈당한 거예요. 로마는 그때까지 80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외적에게 점령당한 적이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로마는 그냥 큰 도시가 아니라 "절대 무너지지 않는 곳"이었죠. 우리로 치면, 한 번도 진 적 없다고 믿었던 우리나라 수도 한복판이 하루아침에 짓밟힌 것 같은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충격이 좀 가시자, 사람들은 범인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손가락은 기독교인들을 향했어요. "원래 우리가 모시던 옛 신들을 너희가 버렸잖아. 그래서 신들이 화가 나서 로마가 벌을 받은 거야!" 이런 비난이었죠.

이 비난에 발끈하지 않고 차분히 답한 사람이 바로 아우구스티누스예요. 그는 354년 북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기독교 사상가였고, 나중에는 히포라는 도시의 주교, 그러니까 교회를 이끄는 책임자가 됐어요.
젊을 때는 꽤 방황도 했어요. 그는 자기 마음이 왜 이렇게 자꾸 흔들리고 나쁜 쪽으로 끌리는지를 솔직하게 들여다본 『고백록』이라는 책을 썼어요. 남을 평가하는 책이 아니라 "내 속마음"을 거울 보듯 파고든 거의 첫 책이라, 사람이 자기 내면을 탐구하는 전통이 여기서 열렸다고들 해요.
그리고 로마 함락 사건을 오래 곱씹으며 쓴 책이 바로 『신국론』, 곧 "신의 도시에 관하여"예요. 분량이 어마어마해서 다 쓰는 데 10년이 훌쩍 넘게 걸렸어요. 비난 한마디에 책 한 권이 아니라 거의 한 도서관을 지은 셈이죠.

그 두꺼운 책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해요.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해요. "세상에는 두 개의 도시가 있다."
여기서 도시는 지도에 찍힌 장소가 아니에요. 어떤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의 무리를 뜻해요. 운동장에 두 팀 응원단이 자리를 나누지 않고 뒤섞여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겉옷만 봐서는 누가 어느 편인지 몰라요. 하지만 속으로 응원하는 팀은 분명히 갈리죠.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두 도시도 이런 거예요. 눈에 보이는 국경이 아니라, 마음으로 갈리는 무리요.

그럼 두 무리를 가르는 기준은 뭘까요? 아우구스티누스의 답은 "무엇을 가장 사랑하느냐"예요.
한쪽은 끝까지 자기 자신만 사랑해서, 신이든 이웃이든 다 자기 아래로 보는 사람들의 도시예요. 이걸 "땅의 도시"라고 불렀어요. 일상으로 옮기면, 내가 잘되는 거라면 남을 밟아도 괜찮다고 여기는 마음이에요. 다른 한쪽은 신을 사랑해서 기꺼이 자기를 내려놓는 사람들의 도시예요. 이건 "신의 도시"라고 불렀고요. 남을 위해 내 몫을 기꺼이 양보하는 마음에 가깝죠.
그러니 두 도시는 사는 동네로 갈리는 게 아니라, "나를 우선할까, 그보다 큰 것을 우선할까" 하는 마음의 방향으로 갈려요.
여기서 꼭 기억할 점이 있어요. 이 두 도시는 따로 떨어진 두 나라가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둘이 완전히 뒤섞여 있어요. 한 가족 안에도, 한 교회 안에도, 심지어 한 사람 마음 안에도 두 도시가 같이 들어 있을 수 있어요. 아침엔 양보하는 마음이었다가 저녁엔 나만 챙기는 마음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겉만 보고 "저 사람은 신의 도시 사람, 이 사람은 땅의 도시 사람" 하고 도장을 찍을 수 없어요. 누가 어디에 속하는지는 맨 마지막에야 갈린다고 아우구스티누스는 봤어요. 마치 추수 때가 되어야 알곡과 쭉정이를 가르는 것처럼요.

이제 처음의 비난에 답이 나와요. 로마가 무너진 건 옛 신을 버려서가 아니에요. 로마는 아무리 위대해도 결국 "땅의 도시"에 속한 나라였어요. 그리고 땅의 도시에 속한 것은, 그게 거대한 제국이든 단단한 건물이든 언젠가 무너져요. 무너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러니 영원할 줄 알았던 로마가 무너졌다고 세상이 끝난 게 아니에요.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 셈이에요. "무너지는 것에 너무 큰 희망을 걸지 마세요. 진짜 변하지 않는 것은 따로 있어요." 이 생각은 그 뒤로 천 년 넘게 서양 사람들이 눈앞의 "나라"와 "영원한 것"을 따로 떼어 생각하게 만든 큰 뿌리가 됐어요.

아우구스티누스는 로마가 무너진 충격 앞에서, 세상을 "두 도시"로 보는 그림을 내놓았어요. 도시를 가르는 건 위치가 아니라 마음, 곧 자기를 가장 사랑하느냐 그보다 큰 것을 사랑하느냐였어요. 자기만 사랑하는 땅의 도시와 신을 사랑하는 신의 도시는 지금은 한데 섞여 있다가 마지막에야 갈려요. 그래서 눈에 보이는 나라가 무너졌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라는 거죠. 무너지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라는 이 오래된 생각 하나만 손에 쥐어도, 신국론의 핵심은 잡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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