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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러분이 일기장에 몰래 적어 둔 부끄러운 일을, 누가 책으로 묶어 천오백 년 넘게 온 세상 사람이 읽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보통은 끔찍하겠죠.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한 사람이 있어요. 지금부터 약 천육백 년 전, 오늘날의 북아프리카 알제리 땅에 살던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사람이에요. 그는 마흔 살 무렵에 책 한 권을 썼는데, 그 안에 자기가 저지른 잘못과 흔들리던 마음을 숨기지 않고 다 적었어요. 그 책 이름이 바로 '고백록'이에요. '고백'이라는 말 그대로, 신 앞에서 자기 속을 털어놓는 글이죠.

아우구스티누스는 처음부터 점잖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반대였죠. 그는 고백록에서 열여섯 살 때 친구들과 남의 집 배나무에서 배를 훔친 일을 두고두고 곱씹어요. 배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나쁜 짓이 재미있어서 훔쳤다는 거예요. 훔친 배는 먹지도 않고 돼지한테 던져 줬다고 해요. 어른이 된 뒤에도 그는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잘나가는 선생이었고, 결혼하지 않은 채 여자친구와 함께 살며 아들도 두었어요. 진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이 사상 저 사상을 십 년 가까이 기웃거리기도 했고요. 한마디로, 머리는 좋은데 마음은 늘 어딘가 허전한 청년이었어요.

아우구스티누스가 붙잡고 있던 문제는 이거였어요. 좋은 직업도 있고 똑똑하다는 칭찬도 듣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안 쉬어질까. 그는 고백록 맨 앞에 이런 뜻의 문장을 적어요. "우리 마음은 당신 안에서 쉬기 전까지는 쉬지 못합니다." 좋아하는 게임을 밤새 해도, 맛있는 걸 잔뜩 먹어도, 어느 순간 또 허전해지는 그 느낌 있잖아요. 그는 그 허전함을 평생 따라다니던 숙제로 봤어요. 그리고 그 답을 바깥에서, 더 큰 성공이나 더 많은 쾌락에서 찾으려 하면 할수록 더 목말랐다고 솔직하게 적어요.

그러다 서른한 살 무렵, 지금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결정적인 일이 일어나요.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정원으로 뛰쳐나가 울고 있는데, 옆집에서 아이 목소리가 들렸대요. "집어서 읽어라, 집어서 읽어라." 그는 옆에 두었던 성경을 집어 아무 데나 펼쳤고, 거기 적힌 한 구절을 읽는 순간 마음이 탁 풀렸다고 해요. 마치 오래 막혀 있던 물길이 한 번에 뚫린 것처럼요. 자기 힘으로 착해지려고 발버둥 치는 걸 그만두고, 신에게 기대기로 마음을 돌린 거예요. 이렇게 살던 방향을 통째로 바꾸는 것을 '회심'이라고 불러요. 그는 이듬해 부활절에 세례를 받아요. 마음으로 한 결심을 겉으로도 분명히 한 거죠.
고백록이 특별한 건 단순히 어떤 사람이 착해진 이야기여서가 아니에요. 그전까지 글은 보통 바깥세상, 그러니까 전쟁이나 영웅이나 세상 이치를 다뤘어요. 그런데 아우구스티누스는 처음으로 카메라를 자기 안으로 돌렸어요. 내 기억은 어떻게 생겼을까,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왜 알면서도 나쁜 짓을 할까. 이렇게 자기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보며 글을 쓴 거예요. 그래서 고백록은 서양에서 자기 내면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첫 자서전으로 꼽혀요. 또 그는 이렇게 신앙과 깊은 생각을 잇는 글을 많이 남겨서, 기독교를 머리로도 따져 묻고 정리한 교부 철학자, 곧 초기 교회의 큰 스승으로 불려요.

아우구스티누스는 배를 훔치고 방황하던 청년이, 정원에서 마음의 방향을 바꾸고 그 과정을 솔직하게 적은 사람이에요. 그 책 고백록은 부끄러운 일까지 털어놓았기에 오히려 천오백 년 넘게 사랑받아요. 마음이 왜 안 쉬어질까 하는 그의 질문, 그리고 답을 바깥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으려 한 태도가, 사람들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오랜 전통의 문을 열었거든요. 똑똑해지는 것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그의 고백은,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와닿는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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