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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뉴스에서 끔찍한 사건을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범인의 얼굴을 상상해요. 눈빛이 사납고 마음속에 증오가 가득 찬, 보통 사람과는 어딘가 다른 '괴물'일 거라고요. 그래야 마음이 편하거든요. 나쁜 일은 나쁜 사람이 하는 거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안심이 되니까요.
그런데 1906년에 태어난 한 철학자는 평생 이 생각을 의심했어요. 이름은 한나 아렌트.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었고, 나치가 권력을 잡은 1933년에 목숨을 지키려고 고향을 떠나, 프랑스를 거쳐 결국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이에요. 직접 쫓기는 처지가 되어 본 사람이 묻습니다. 정말 끔찍한 일은 괴물만 저지를까요?

1961년, 아렌트는 한 재판을 지켜보러 멀리 예루살렘까지 가요. 피고는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이었어요. 나치 시절,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죽음의 수용소로 실어 나르는 일을 맡았던 책임자였죠. 기차 시간표를 짜고, 누구를 어디로 보낼지 서류로 정리하던 사람이에요.
아렌트는 재판정에서 끔찍한 괴물을 볼 거라 예상했어요. 그런데 유리 부스 안에 앉아 있는 건 안경을 쓴 평범한 중년 아저씨였어요. 그는 자기가 한 일을 두고 이렇게 말해요. "저는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제 일을 성실히 했을 뿐이에요."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꼬박꼬박 해낸 모범 직원처럼요. 아렌트는 이 장면을 잡지에 기사로 쓰고, 1963년에 책으로 묶어 내요.

여기서 아렌트는 유명한 말을 만들어요. '악의 평범성'이에요. 말이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단순해요. 엄청난 악이 꼭 엄청난 악당한테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아이히만의 진짜 문제는 마음속 증오가 아니었어요. 그는 '생각하기'를 멈춘 사람이었어요. 내가 지금 서류에 적는 이 이름들이 진짜 사람이라는 것, 이 기차가 누군가의 목숨을 끝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한 번도 자기 머리로 떠올려 보지 않은 거죠. 시키니까 했고, 다들 하니까 했고, 잘하면 칭찬받으니까 했어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단체 채팅방에서 누군가를 같이 놀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때,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분위기에 맞춰 한마디 보태는 거예요.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닌데, 잠깐 멈춰서 '이게 저 친구한테 어떤 일일까' 생각하지 않으면 결과는 잔인해질 수 있어요. 아렌트가 본 악은 뿔 달린 괴물이 아니라 이런 모습이었어요.

아렌트의 책은 나오자마자 거센 비난을 받았어요. 끔찍한 학살의 책임자를 '평범하다'고 부르는 게 그를 봐주는 것처럼 들렸거든요. 피해자들에게는 더없이 아픈 말이었고요.
하지만 아렌트의 뜻은 아이히만을 용서하자는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반대예요. '괴물이라서 그랬다'고 해 버리면, 우리는 안심하고 손을 놓게 돼요. 나와는 상관없는 별종의 이야기가 되니까요. 아렌트는 그 편한 결론을 깨고 싶었어요. 생각을 멈춘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자리에 설 수 있다고, 그러니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아렌트가 평생 파고든 또 다른 주제가 전체주의예요. 나치 독일이나 스탈린 시절 소련처럼, 한 가지 생각만 옳다고 정해 놓고 사회 전체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체제죠.
이런 체제가 무서운 건 총칼 때문만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도록 길들이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같은 구호를 외치고, 의심하는 사람은 위험인물로 찍혀요. 그러면 아이히만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수십만 명씩 만들어져요. 각자는 작은 부품처럼 자기 몫만 해요. 그런데 그 부품들이 맞물려 돌아가면 거대한 비극이 굴러가요. 아렌트는 그래서 전체주의를, 사람에게서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 자체를 빼앗는 새로운 종류의 무서움이라고 봤어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렌트의 답은 거창하지 않아요. 멈춰서 생각하는 거예요.
남이 시킨다고, 다들 그렇게 한다고 바로 따라가기 전에 한 번 멈춰서 묻는 거죠. '이게 정말 옳은 일일까? 이 일이 누군가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아렌트는 이렇게 스스로 묻고 판단하는 힘을 정치적 판단이라고 불렀어요. 대단한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서 그 마음을 상상해 보는 것, 그게 핵심이에요.
이건 정치인만의 일이 아니에요. 학교에서, 회사에서, 채팅방에서, 우리 모두가 매일 작은 판단을 내려요. 아렌트는 바로 그 작은 멈춤이 큰 악을 막는 첫 단추라고 믿었어요.

한나 아렌트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꼭 괴물은 아니라는 것을 아이히만 재판에서 보았어요. 악은 증오보다 '생각을 멈춘 자리'에서 더 흔하게 자란다는 것, 그게 악의 평범성이에요. 전체주의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게 길들여 이런 악을 대량으로 굴러가게 하고요. 그래서 아렌트가 남긴 숙제는 단순하지만 무거워요.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 전에 잠깐 멈춰서,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바로 그 작은 멈춤이 우리를 지켜 줘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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