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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831년, 프랑스의 스물여섯 살 청년 하나가 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나요. 이름은 알렉시 드 토크빌. 그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그러니까 왕과 귀족이 위에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 아래에 있는 세상이 당연하던 시절의 사람이에요.
그가 미국에 간 공식 이유는 '감옥 제도를 살펴보겠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가 정말 보고 싶었던 건 따로 있었어요. 바로 '왕도 귀족도 없이, 모두가 똑같이 한 표씩 가진 나라'가 진짜로 굴러가는 모습이었어요. 유럽에서는 아직 낯설던 그 풍경 말이에요.

약 아홉 달 동안 미국 곳곳을 돌아본 토크빌은 한 가지에 계속 눈이 갔어요. 바로 사람들 사이의 평등이었어요.
쉽게 그려 볼게요. 학교에 새로 전학을 갔는데, 거기엔 반장도 없고 잘난 척하는 대장도 없어요. 다들 서로를 '너랑 나랑 똑같지'라는 눈으로 봐요. 식당에서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같은 줄에 서서 같은 음식을 받아요. 토크빌이 본 미국이 딱 그랬어요.
그는 이 평등이 앞으로 온 세상이 가게 될 방향이라고 봤어요. 막을 수 없는 큰 물결처럼요. 그래서 그는 평등을 마냥 칭찬만 하지 않고, 한 발 더 들어가 물었어요. '이렇게 다 똑같아지면, 정말 좋기만 할까?'

여기서 토크빌이 던진 유명한 걱정이 나와요. 바로 '다수의 횡포'예요. 말이 어렵죠? 장면으로 바꿔 볼게요.
반에서 다수결로 뭘 정했어요. 스물여덟 명이 찬성하고, 두 명이 반대했어요. 다수결이니 정해진 건 맞아요. 그런데 그 두 명이 쉬는 시간마다 눈치를 봐요. 아무도 때리지 않았는데, 모두가 같은 쪽을 보고 있으니 다른 생각을 입 밖에 내기가 무서워지는 거예요.
토크빌은 다수가 숫자로만 이기는 게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까지 눌러 버릴 수 있다는 걸 봤어요. 왕이 한 명일 때는 그 왕만 미워하면 됐는데, 이제는 '모두'가 압력이 되니 빠져나갈 구석이 없어요. 그게 더 무섭다고 본 거예요.

토크빌은 또 다른 위험도 떠올렸어요. 그는 이걸 '부드러운 전제'라고 불렀어요. 무섭게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너무 잘 챙겨 줘서 생기는 위험이에요.
이런 부모를 떠올려 보세요. 아이 대신 숙제도 챙기고, 옷도 골라 주고, 친구 약속까지 잡아 줘요. 나쁜 마음은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아이는 점점 스스로 정하는 법을 잊어버려요. 편하니까요.
토크빌은 평등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각자 자기 집, 자기 가족 안으로만 쏙 들어가 버릴까 봐 걱정했어요. 다들 '나만 편하면 됐지' 하고 등을 돌리면, 거대한 정부 하나가 모든 걸 대신 정해 주게 돼요. 그러면 사람들은 자유를 빼앗긴 게 아니라, 자유를 스스로 반납해 버린 셈이 되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토크빌이 미국에서 발견한 답은 의외로 소박했어요. 바로 사람들이 자꾸 모여서 뭔가를 같이 한다는 점이었어요.
미국 사람들은 다리가 필요하면 정부만 쳐다보지 않고, 동네 사람끼리 모임을 만들어 직접 의논했어요. 도서관을 짓자, 학교를 고치자 하면서 작은 단체들을 끝없이 만들었어요. 토크빌은 이렇게 같이 일을 꾸려 본 경험이 사람을 '나만 아는 사람'에서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바꾼다고 봤어요.
그러니까 평등이 사람을 외톨이로 만들 위험을, 함께 모이는 습관이 막아 준다는 거예요. 큰 정부에 기대는 대신, 작은 모임에서 스스로 결정해 보는 연습이 자유를 지키는 힘이라는 뜻이에요.

토크빌은 평등을 미워한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평등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걸 일찍 알아본 사람이에요. 다만 그는 좋아 보이는 것에도 그늘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고 했어요. 모두가 같아질수록 다른 목소리가 눌릴 수 있고, 너무 편한 정부가 사람을 게으르고 작게 만들 수 있다고요. 그가 내민 해답은 거창하지 않았어요. 사람들과 모이고, 같이 정하고, 스스로 책임져 보는 것. 평등한 세상일수록 그 작은 습관이 자유를 지킨다는 이야기, 이게 토크빌이 2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건네는 한마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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