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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울 때 꼭 나오는 말이 있어요.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말이죠. 듣기엔 멋진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딘가 이상해요. 나는 오늘 법을 하나도 만들지 않았고, 세금을 얼마나 걷을지 정한 적도 없거든요. 그런 일은 저 멀리 국회나 정부에 있는 사람들이 해요.
그런데도 "국민이 다스린다"고 말하는 건, 마치 식당에 밥을 먹으러 온 손님이 "이 식당은 제가 운영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살짝 어색하죠. 바로 이 어색함을 그냥 넘기지 않고 정면으로 파고든 사람이 있어요. 조지프 슘페터라는 학자예요.

조지프 슘페터는 1883년부터 1950년까지 살았던 경제학자이자 정치 이론가예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그는 평생 "세상이 듣기 좋은 말대로가 아니라, 진짜로 어떻게 굴러가는가"를 궁금해한 사람이에요. 그럴듯한 구호보다, 실제로 벌어지는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했죠.
그래서 그는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던 민주주의라는 말도 다시 들여다봤어요. 1942년에 펴낸 책에서요. "국민이 다스린다"는 그 멋진 정의가 정말 현실과 맞는 말인지, 한 줄 한 줄 따져 본 거예요.

슘페터가 먼저 의심한 건 '국민의 뜻'이라는 말이었어요. 우리는 흔히 국민의 뜻이 하나로 딱 정해져 있고, 정치는 그걸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반 친구 서른 명에게 "내일 소풍 어디로 갈까" 하고 물어보면 답이 제각각이에요. 산에 가자, 바다에 가자, 그냥 쉬자. 그러면 '우리 반의 뜻'은 대체 무엇일까요? 사실 그런 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아요. 게다가 나라 살림은 소풍 장소 고르기보다 훨씬 복잡해서, 대부분의 사람은 세세한 정책을 잘 모르고 알 시간도 없어요. 슘페터는 그래서 "국민이 직접, 또렷한 뜻을 모아 나라를 다스린다"는 그림은 현실보다는 동화에 가깝다고 봤어요.

그럼 슘페터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다시 그렸을까요. 동네에 치킨집이 두 곳 있다고 해 봐요. 두 가게는 손님을 더 많이 끌려고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늘리고, 자기 맛이 최고라고 외쳐요. 손님은 직접 치킨을 튀기지 않아요. 그냥 더 마음에 드는 가게를 골라 돈을 쓸 뿐이죠. 그런데도 두 가게는 손님 눈치를 엄청나게 봐요. 손님이 발길을 끊으면 망하니까요.
슘페터는 민주주의도 이와 똑같다고 봤어요. 정치인들은 치킨집 사장이고, 그들이 두고 다투는 건 우리의 '표'예요. 정치인들은 표를 더 얻으려고 서로 경쟁하죠. 그러니까 민주주의란 국민이 직접 다스리는 일이 아니라,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이 벌이는 경쟁"이라는 거예요. 국민이 하는 일은 치킨을 튀기는 게 아니라, 어느 가게로 갈지 고르는 일이고요.

여기서 오해하기 쉬워요. 슘페터가 "국민은 힘이 없다"고 말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국민에게는 아주 중요한 힘이 하나 있다고 봤어요. 바로 사장을 뽑고, 마음에 안 들면 다음 선거에서 갈아치우는 힘이에요.
회사로 치면 국민은 사장이 아니라, 사장을 채용하고 해고하는 주주 같은 거예요. 매일의 결정은 뽑힌 사람들이 하지만, 그들이 함부로 굴면 다음에 표를 안 주면 그만이죠. 슘페터는 바로 이 "평화롭게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점이 민주주의의 진짜 핵심이라고 봤어요. 누가 다스리느냐보다, 다스리는 사람을 싸움 없이 바꿀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슘페터의 정의는 솔직히 좀 차갑게 들려요. 민주주의를 가슴 뛰는 이상이 아니라, 표를 둘러싼 경쟁이라는 건조한 절차로 봤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생각이 너무 메말랐다고 비판해요. 국민을 그저 표나 던지는 손님으로 깎아내린다는 거죠.
하지만 이 관점에는 분명한 쓸모가 있어요. '국민의 뜻'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말 대신, 선거라는 눈에 보이는 절차로 민주주의를 설명하니까 따지기가 쉬워지거든요. 선거가 공정한지, 권력을 쥔 사람을 진짜로 갈아치울 수 있는지만 보면, 그 나라가 민주적인지 가늠할 수 있어요. 오늘날 정치학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슘페터의 이 그림이 자주 출발점이 되는 이유예요.

슘페터는 "민주주의는 국민이 다스리는 것"이라는 익숙한 말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한 사람이에요. 그는 민주주의를, 치킨집들이 손님을 두고 경쟁하듯 정치인들이 우리의 표를 두고 경쟁하는 절차로 다시 그렸어요. 국민이 하는 일은 직접 다스리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 맡길지 고르고 마음에 안 들면 갈아치우는 것이고요. 차갑게 들리지만, 덕분에 우리는 민주주의가 잘 굴러가는지를 '선거에서 정말 사장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분명한 질문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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