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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반에서 다 같이 먹을 간식을 정한다고 해 볼게요. 떡볶이, 피자, 치킨 세 가지가 후보예요. 손을 들어 표를 세었더니 셋 다 비슷하게 나왔어요. 그래서 둘씩 맞붙여 보기로 했죠. 떡볶이랑 피자가 붙으면 떡볶이가 이기고, 피자랑 치킨이 붙으면 피자가 이겨요. 그럼 떡볶이가 제일 세겠네 싶은데, 막상 떡볶이랑 치킨을 붙이면 치킨이 이겨요.
이상하죠? 떡볶이가 피자를 이기고 피자가 치킨을 이겼는데, 치킨이 떡볶이를 이긴 거예요. 가위바위보처럼 빙글빙글 도는 거예요. 누가 진짜 1등인지 도무지 정할 수가 없어요. 분명 다들 정직하게 투표했는데도요.

바로 이 빙글빙글 도는 문제를 평생 파고든 사람이 케네스 애로예요. 1921년부터 2017년까지 산 미국의 경제학자예요. 뉴욕에서 태어났고, 197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어요. 그때 나이가 쉰한 살이라 역대 최연소 수상자 중 한 명이었죠.
애로가 던진 질문은 아주 단순해 보여요.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아서 하나의 결론을 내릴 때, 누구도 억울하지 않은 완벽하게 공정한 방법이 있을까? 학급 회장 뽑기든 대통령 선거든, 사람이 모여 무언가를 정하는 일은 다 여기에 걸려 있어요.

애로는 먼저 공정한 투표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약속들을 적어 봤어요. 너무 당연해서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것들이었죠.
첫째, 누구든 자기가 좋아하는 순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야 해요. 떡볶이를 1등에 두든 꼴등에 두든 마음대로요. 둘째, 모두가 피자보다 치킨이 좋다고 하면 결과도 반드시 치킨이 피자보다 위여야 해요. 셋째, 떡볶이와 피자 중 무엇이 나은지는 오직 그 둘에 대한 생각만으로 정해야 해요. 갑자기 치킨이 끼어든다고 둘의 순위가 뒤바뀌면 안 되죠. 넷째, 한 사람 마음대로 다 정하는 독재자가 있으면 안 돼요.
어때요? 네 가지 다 너무 상식적이죠. 이 중에 하나라도 빼면 그건 공정한 투표라고 부르기 어려워요.

애로가 증명한 건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었어요. 후보가 셋 이상이면, 이 네 약속을 모두 지키는 투표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독재자를 두지 않는 한, 나머지 셋 중 하나는 반드시 깨질 수밖에 없어요.
이게 바로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예요. 그냥 아직 못 찾았다는 게 아니라,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 아무리 오래 고민해도 영원히 못 만든다는 걸 수학으로 딱 잘라 보여 준 거예요. 앞에서 떡볶이와 피자와 치킨이 빙글빙글 돌던 게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는 일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한계였던 셈이죠.

이 이야기를 들으면 좀 김이 빠질 수도 있어요. 완벽한 투표가 없다니, 그럼 다 소용없는 거 아닌가 싶죠. 그런데 애로가 말하려던 건 투표를 하지 말자가 아니에요.
어떤 방법을 쓰든 작은 흠 하나는 안고 가야 한다는 걸 알면, 우리는 더 정직해질 수 있어요. 이 방식은 무엇을 포기한 대신 무엇을 지켰는지 따져 보게 되거든요. 완벽한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그나마 덜 억울한 방법을 고를 수 있는 거예요. 애로 덕분에 사람들의 뜻을 모으는 일을 다루는 사회선택 이론이라는 분야가 활짝 열렸어요.

케네스 애로는 완벽하게 공정한 투표 방법을 찾으려다, 그런 건 아예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증명한 사람이에요. 후보가 셋만 넘어도 사람들의 선호는 가위바위보처럼 빙글빙글 돌 수 있고, 누구나 동의할 네 가지 공정함의 약속은 한꺼번에 지킬 수 없어요. 이건 우리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세상이 원래 그런 거예요. 그래서 다음에 어떤 투표 결과를 볼 때, 완벽한 방법은 없으니 이건 무엇을 지키려고 무엇을 양보한 걸까 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애로가 남긴 질문을 곁에 두고 사는 셈이에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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