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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다고 해 볼게요. 처음엔 화면에 뜬 가사와 박자를 또박또박 맞추며 부르죠. 음정이 맞으면 점수도 올라가고요. 그런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어느 순간 가사도 점수도 잊고, 다 같이 펄쩍펄쩍 뛰며 "내가 누구인지"조차 흐릿해지는 순간이 와요. 같은 노래방인데 즐거움의 결이 완전히 달라요.
옛날 독일에 이 두 가지 즐거움이 인간 마음의 뿌리라고 본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예요.

니체는 1844년에 태어나 1900년에 세상을 떠난 독일 철학자예요. 나중에 "신은 죽었다"라는 말이나 "초인", "영원회귀" 같은 무거운 생각으로 유명해지지만, 우리가 볼 이야기는 그가 스물일곱 살, 아주 젊었던 1872년에 쓴 첫 책 『비극의 탄생』이에요.
그는 원래 고대 그리스 글을 연구하던 대학교수였어요. 2천 년도 더 전, 그리스 사람들이 야외 극장에 수천 명씩 모여 보던 '비극'이라는 연극을 들여다보다가, 사람 마음에 두 신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죠.

첫 번째 신은 아폴론이에요.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과 빛, 그리고 조각상처럼 또렷한 형태를 맡은 신이죠.
니체는 이걸 '꿈'에 빗댔어요. 꿈속 장면은 또렷한 그림 같잖아요. 누가 누구인지 구분되고, 모양과 경계가 분명하죠. 노래방으로 치면 화면의 가사와 정확한 박자예요. 차분하게 "이건 나, 저건 너" 하고 선을 긋고, 세상을 보기 좋게 정돈하는 마음. 잘 그린 그림, 반듯한 건물, 조리 있는 설명이 다 아폴론의 솜씨예요.

두 번째 신은 디오니소스예요. 포도주와 축제, 그리고 음악의 신이죠.
니체는 이걸 '취함'에 빗댔어요. 축제에서 음악에 푹 빠져 춤추다 보면 "나"라는 경계가 스르르 녹아, 옆 사람과 한 덩어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죠. 노래방에서 가사도 잊고 다 같이 뛰던 그 순간이에요. 또렷함은 사라지지만, 대신 모두가 이어져 있다는 벅찬 느낌이 밀려와요. 무섭기도 하고 황홀하기도 한 마음이에요.

니체가 보기에 그리스 비극이 위대했던 건, 이 두 신이 한 무대에서 만났기 때문이에요.
무대에는 또렷한 줄거리와 대사를 가진 주인공이 있어요. 이건 아폴론의 몫이죠. 그런데 그 옆에서는 '코로스'라는 합창단이 음악에 맞춰 노래하며 관객을 감정의 소용돌이로 끌고 가요. 이건 디오니소스의 몫이고요. 관객은 또렷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시에, 음악에 휩쓸려 주인공의 슬픔과 하나가 돼요.
니체는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어요. 형태만 있으면 차갑고, 취함만 있으면 흐트러지니까요. 둘이 손잡을 때 비로소 사람 마음을 깊이 흔드는 예술이 태어난다는 거예요.

니체는 사람 마음에 두 신이 산다고 봤어요. 또렷한 꿈처럼 세상을 정돈하는 아폴론, 그리고 음악에 취해 나를 잊고 하나가 되는 디오니소스예요. 고대 그리스 비극은 이 둘이 한 무대에서 만난 자리였고요. 어느 한쪽만 좋은 게 아니라, 정돈하는 힘과 빠져드는 힘이 함께 있어야 우리 마음이 가장 크게 움직인다는 것. 노래방에서 박자를 맞추던 즐거움과 다 같이 뛰던 즐거움이 둘 다 필요했던 것처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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