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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권력에의 의지'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왕이나 독재자가 떠올라요. 남을 짓밟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마음 같죠. 그래서 이 말을 만든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를 무서운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해요. 실제로 니체가 1900년에 죽은 뒤, 그의 여동생이 니체가 남긴 메모를 모아 『권력에의 의지』라는 책으로 묶었는데, 그 과정에서 뜻이 조금 뒤틀려 한동안 위험한 사상처럼 읽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니체가 노트에 적은 '권력'은 남을 누르는 힘이 아니에요. 오히려 화분에 심은 씨앗이 딱딱한 흙을 밀고 올라와 잎을 펼치는, 그 힘에 가까워요. 누구를 이기려는 게 아니라 자기 안의 무언가를 더 펼치고 더 자라게 하려는 힘이죠. 그러니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해요. 여기서 말하는 권력은 '자리'가 아니라 '자라남'이에요.

니체는 살아있는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봤어요. 창가의 풀 한 포기도 햇빛이 드는 쪽으로 줄기를 슬그머니 뻗어요. 아이는 어제 못 넘던 철봉을 오늘 넘으면 신나서 또 해보려 하죠. 게임을 하는 사람은 한 단계를 깨면 곧장 다음 단계가 궁금해져요.
니체는 여기서 똑같은 무늬를 봤어요. 살아있는 것은 그냥 멈춰 있으려 하지 않고, 늘 자기를 조금 더 키우고 한 뼘 더 넘어서려 한다는 거예요. 이 '더 자라려는, 더 넘어서려는 힘'이 바로 권력에의 의지예요. 거창한 철학어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매일 느끼는 마음이에요. 어제보다 나아지고 싶은 마음, 한 발만 더 내딛고 싶은 마음 말이에요.

니체가 살던 19세기엔 '생물은 살아남으려고 애쓴다'는 생각이 인기였어요. 배고프면 먹고, 위험하면 피하고.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런데 니체는 고개를 갸웃했어요. 살아남는 게 전부라면, 왜 사람은 편하고 안전한 자리에 가만히 만족하지 않을까요? 왜 굳이 더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밤을 새워 무언가를 만들고, 안 올라도 되는 산을 일부러 오를까요? 등산가는 정상에 먹을 것도 없고 따뜻한 침대도 없는데 기어이 올라가요. 안전만 따지면 말이 안 되는 행동이죠.
그래서 니체는 말해요. 생명은 그저 살아남으려는 게 아니라 자기를 더 크게 펼치려 한다고요. 살아남기는 그 큰 마음의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요. 배를 채우는 건 출발선이고, 진짜 하고 싶은 건 그다음에 있다는 거예요.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사람이에요. 무섭게 들리지만 뜻은 이래요.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게 옳다'고 굳게 믿어 온 절대적인 기준이, 더는 예전처럼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거예요. 위에서 정답을 적어 내려 주던 칠판이 갑자기 텅 비어 버린 셈이죠.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할까요? 니체의 대답이 바로 권력에의 의지예요. 밖에서 누가 정해 주는 가치가 사라졌다면, 내가 나를 키우고 넘어서면서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가면 된다는 거예요. 니체가 평생 매달린 '가치 전환'이란, 남이 건네준 기준을 한 번 의심해 보고 내 힘으로 새 기준을 세우는 일이었어요.

니체는 이 힘을 끝까지 밀고 간 사람을 '초인'이라 불렀어요. 망토를 두른 슈퍼히어로가 아니에요. 남이 정해 준 답에 기대지 않고, 어제의 자기를 계속 넘어서며 자기 삶의 기준을 스스로 세우는 사람이에요.
여기엔 '영원회귀'라는 생각도 나란히 붙어요. 지금 이 삶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영원히 반복된다 해도 '좋아, 다시 한번'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살아 보라는 거예요. 그렇게 살려면 결국 매 순간 자기를 더 펼치려는 힘이 필요하죠. 권력에의 의지는 이렇게 니체의 다른 생각들과 한 덩어리로 이어져 있어요.
권력에의 의지는 남을 이기려는 마음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 자기를 더 자라게 하고 어제의 자신을 넘어서려는 힘이에요. 니체는 그저 살아남는 것보다 더 크게 자기를 펼치려는 마음을 생명의 본질로 봤어요. 절대적인 기준이 흔들린 시대에, 그는 밖에서 답을 받아쓰지 말고 내 힘으로 가치를 세우자고 했고, 그 힘을 끝까지 밀고 간 사람을 초인이라 불렀어요. 어려운 철학어 뒤에 있는 건 결국, 어제보다 나아지고 싶은 우리 안의 익숙한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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