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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탈리아의 명문 귀족 가문이 자기 아들을 2년 동안 성에 가뒀어요.
아들이 거지가 되겠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1244년, 열아홉 살의 토마스 아퀴나스는 도미니코회에 입회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도미니코회는 재산을 완전히 포기하고 구걸로 생활하는 탁발 수도회예요.
오늘날로 치면, 명문대 의대생 자식이 갑자기 모든 걸 버리고 노숙인 봉사단체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에요.
아퀴나스 가문이 기대한 미래는 달랐어요.
몬테카시노 대수도원장, 그러니까 중세 유럽에서 권력과 부를 동시에 쥔 고위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가문은 선택을 강요했고, 아들은 거부했고, 결국 가족이 그를 납치해 자기네 성에 가뒀어요.
형들은 설득 대신 다른 방법을 썼어요.
매춘부를 그의 방에 들여보낸 거예요.
아퀴나스는 벽난로에서 불붙은 장작을 집어 들어 그녀를 쫓아냈어요.
그다음엔 누나를 설득자로 보냈어요.
그런데 결과가 반대로 나왔어요.
누나가 오히려 아퀴나스에게 설득당해 수녀가 돼버린 거예요.
결국 가문은 2년 만에 포기했어요.
아퀴나스는 도미니코회로 들어갔어요.
서양 신학의 정점을 만든 청년은, 강의실에서 동료들에게 황소라 놀림받았어요.
파리 대학교에서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에게 배우던 시절이에요.
알베르투스는 13세기 도미니코회 학자로,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의 권위자였어요.
아퀴나스는 거구에 말수가 적어서 동료들에게 '시칠리아의 벙어리 황소'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그런데 알베르투스는 달랐어요.
그는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어요.
"너희가 이 사람을 벙어리 황소라 부르지만, 그가 한 번 울면 온 세상이 그 소리를 들을 것이다."
학기 내내 입을 다물고 앉아 있던 동급생이 알고 보니 노트에 우주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던 격이에요.
조롱은 강의실 안에서만 울렸지만, 알베르투스의 그 말은 800년이 지난 지금도 인용돼요.

아퀴나스가 신학에 끌어들인 그 철학자는, 당시 교회에서 강의 자체가 금지될 만큼 위험하다고 여겨진 이교 사상가였어요.
13세기 중반, 아랍 학자들의 번역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집이 새로 유럽에 들어왔어요.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신이 아닌 이성과 관찰만으로 세계를 설명하려 했던 사람이에요.
기독교 유럽에서 이건 위험한 이야기였어요. 신 대신 인간 이성이 세계의 중심이 되니까요.
파리 대학은 한때 그의 자연철학 강의를 금지했어요.
하지만 아퀴나스는 반대 방향을 택했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과 기독교 신앙을 하나로 결합하는 작업을 평생 이어갔고, 그 결과물이 바로 《신학대전》이에요.
마치 회사가 공식 금지한 외부 기술을 몰래 들여와, 결국 그 회사의 핵심 시스템 표준으로 만들어버린 격이에요.
그의 사후 3년 뒤인 1277년, 파리 주교 에티엔 탕피에는 219개 명제를 이단으로 단죄했어요.
그 일부는 아퀴나스의 주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그 체계는 결국 가톨릭의 공식 철학이 됐어요.
이단으로 의심받던 학자는 훗날 '교회 박사(Doctor of the Church)' 칭호를 받았어요.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위대한 신학 교사라는 뜻이에요.

평생 신학 체계를 정밀하게 쌓아 올린 사람이, 죽기 석 달 전 자기 저작을 모두 지푸라기라 불렀어요.
1273년 12월 6일, 나폴리의 산 도메니코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중 아퀴나스에게 무언가가 일어났어요.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기록엔 없어요.
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한 줄도 쓰지 않았어요.
비서 레지날도 다 피페르노, 아퀴나스의 평생 비서이자 친구가 이유를 물었어요.
아퀴나스는 이렇게 답했어요.
"내가 본 것에 비하면 내가 쓴 모든 것은 지푸라기처럼 보인다."
《신학대전》 제3부는 그 상태로 미완성에 멈췄어요.
그로부터 3개월 뒤인 1274년 3월 7일, 리옹 공의회로 향하던 도중 49세로 세상을 떠났어요.
20년 이상 쌓아 올린 논리 체계였어요.
인간의 이성으로 닿을 수 있는 신학의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하려 했던 작업이에요.
그 사람이 마지막엔 펜을 내려놓고, 자기 저작 전체를 짚단이라 불렀어요.
그가 성당에서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 레지날도도 교회도 결국 알지 못했어요.
아퀴나스 본인만이 알았고, 그는 그것을 끝내 글로 쓰지 않았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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