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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세네카는 자기가 책에서 가르친 그대로 죽는 데 네 시간이 걸렸어요.
서기 65년 4월, 황제 네로는 세네카에게 자결을 명했어요.
피소의 음모에 가담했다는 혐의였어요.
피소의 음모는 로마 귀족들이 네로를 제거하려 꾸민 암살 계획이에요.
세네카가 적극 가담했다는 증거는 없었어요.
하지만 네로에게는 이 유명한 스승을 없애버릴 구실로 충분했겠죠.
세네카는 손목 정맥을 끊었어요.
노쇠한 몸에서는 피가 좀처럼 흘러나오지 않았어요.
발목까지 끊었지만 그래도 느렸어요.
그래서 그는 헴록을 가져오게 했어요.
헴록은 고대 그리스에서 사형에 쓰던 독초로, 소크라테스가 바로 이 독을 마시고 죽은 것으로 유명해요.
하지만 세네카의 몸에는 이것도 듣지 않았어요.
결국 하인들이 그를 뜨거운 욕탕에 넣었어요.
뜨거운 증기에 질식하면서 그는 숨을 거뒀어요.
처음 손목을 끊은 순간부터 네 시간이 지난 뒤였어요.
세네카는 평생 "죽음을 연습하라(Meditare mortem)"고 가르쳤어요.
이건 스토아 철학의 핵심 수련이에요.
스토아 철학은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이성과 덕으로 살아가는 것이 목표인 고대 사상이에요.
죽음을 매일 머릿속에 그려두면, 막상 그 순간이 왔을 때 두려움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는 자기 욕조에서, 네 시간 동안, 그 연습의 실전 버전을 치른 셈이에요.

세네카가 쓴 가장 곤혹스러운 문장은 자기 제자의 어머니 살해를 정당화한 변명문이었어요.
서기 49년, 세네카는 열두 살 네로의 개인 교사가 됐어요.
네로가 황제가 된 뒤 처음 5년, 역사가들이 '황금의 5년'이라고 부르는 시기가 이어졌어요.
선정이 펼쳐진 이 시기를 실질적으로 이끈 사람이 세네카였어요.
황제의 스승이자 사실상 공동 통치자였던 거예요.
그런데 네로는 변했어요.
서기 59년, 네로는 자신의 어머니 아그리피나를 죽이라고 명령했어요.
권력 다툼 끝에 친어머니를 제거한 거예요.
세네카는 그 직전에 「관용론(De Clementia)」을 썼어요.
황제가 자비와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역설한 책이에요.
하지만 책이 나온 직후, 세네카는 그 책의 독자인 네로를 위해 어머니 살해를 원로원에 해명하는 편지를 대신 써야 했어요.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에게 사과문을 대신 써주는 가정교사, 그것의 극단판이에요.
그것도 학생이 자기 어머니를 죽인 건데.

검소함을 설교한 그 철학자는, 동시에 로마 제국에서 손꼽히는 사채업자였어요.
세네카는 「행복론(De Vita Beata)」에서 부를 추구하는 삶을 비판했어요.
돈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고, 진정한 행복은 덕에서 온다고 강조했어요.
그런데 그 자신의 재산이 3억 세스테르티우스였어요.
당시 로마 일반 노동자 일당은 4세스테르티우스 정도였어요.
세네카의 재산은 그 노동자가 200년 이상 쉬지 않고 일해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한 사람이 수만 명의 평생 임금을 들고 있는 셈이에요.
역사가 카시우스 디오는 더 충격적인 기록을 남겼어요.
세네카가 지금의 영국 땅, 브리타니아의 켈트 부족들에게 4천만 세스테르티우스를 빌려줬다는 거예요.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일방적으로 그 돈을 회수했어요.
그 충격이 부디카의 반란으로 이어졌다고 카시우스 디오는 기록했어요.
부디카는 서기 60년경 로마 식민 지배에 맞서 대규모 봉기를 이끈 켈트 여왕이에요.
세네카의 빚 강제 회수가 반란의 방아쇠 중 하나였다는 거예요.
본인도 모순을 알고 있었는지, 「행복론」에서 세네카는 이렇게 말해요.
"현자는 부를 멀리하지 않습니다. 다만 부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환경운동가가 알고 보니 정유회사 대주주인 격이에요.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자기 변호였는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예요.

세네카가 남긴 가장 중요한 책은 책이 아니라, 친구 한 명에게 보낸 124통의 편지였어요.
서기 62년, 세네카는 정계에서 물러났어요.
60대 중반이었고, 네로의 폭정이 본격화되던 시기였어요.
로마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조용한 삶을 선택한 거예요.
그리고 친구 루킬리우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루킬리우스는 당시 시칠리아 총독이었어요.
세네카는 죽는 날까지 그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것이 124통의 「도덕 서간(Epistulae Morales)」이 됐어요.
첫 번째 편지의 첫 문장이 이래요.
"Vindica te tibi, 시간을 되찾아라."
이 말은 그냥 "시간을 아껴라"가 아니에요.
Vindica는 라틴어로 '빼앗긴 것을 되찾다'라는 뜻이에요.
세네카는 이렇게 썼어요.
"누군가 네 몸을 빼앗으면 화를 내면서, 왜 네 시간이 빼앗길 때는 화내지 않는 거야?"
이 편지들은 강의록이 아니에요.
죽음, 우정, 분노, 돈, 노화를 주제로 친구와 나누는 일상 대화예요.
철학을 설교하는 선생이 아니라, 함께 늙어가는 친구가 쓴 글이에요.
결국 세네카는 그 편지에서 자신이 권한 방식 그대로 죽었어요.
두려움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말을 받아 적히게 하면서.
그리고 편지들은 2000년이 지난 오늘도 살아남았어요.
모순 가득한 그 사람의 말이 지금도 읽히는 건, 어쩌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일 거예요.
3억짜리 철학자가 시간의 소중함을 설파했다는 게, 이 질문을 오히려 더 불편하게 만들어요.
"지금 당신은, 자기 시간의 주인으로 살고 있나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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