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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신은 죽었다고 외친 남자의 아버지는, 매주 일요일 강단에서 신을 설교하던 목사였어요.
3대째 의사 집안 장남이 의대를 한 학기 만에 그만두고, 평생 의학을 부정하는 책만 쓴 셈이라고 하면 그 아이러니가 감이 잡히시죠?
니체의 아버지 카를 루드비히는 루터교 목사였어요.
1864년, 니체는 본 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했어요.
하지만 딱 한 학기 만에 그만뒀어요.
고전문헌학으로 전과했는데, 고전문헌학은 고대 그리스·라틴 텍스트를 원문으로 읽고 분석하는 학문이에요.
당시 유럽 최고 엘리트 학과 중 하나였어요.
그로부터 18년 뒤, 1882년 『즐거운 학문』에서 니체는 선언해요.
"신은 죽었다."
아버지가 평생 강단에서 설파한 그 신을, 아들이 철학서 한 권으로 매장한 거예요.

박사학위가 없는 24살이 정교수가 됐고, 4년 뒤 책 한 권 때문에 그의 학자 인생은 끝났어요.
1869년, 니체는 스위스 바젤대학교 고전문헌학 정교수 자리를 얻었어요.
스물네 살이었고, 박사학위도 없었어요.
가능했던 이유는 단 하나, 스승 프리드리히 리츨의 추천서 한 장이었어요.
회사에서 신입 사원이 임원 추천서 한 장으로 바로 이사 자리를 꿰찬 거나 마찬가지예요.
당시 학계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화려한 데뷔 뒤에 기다리던 건 기대와 정반대였어요.
1872년, 니체는 첫 책 『비극의 탄생』을 냈어요.
고대 그리스 비극을 학문적 분석이 아닌, 도취와 황홀의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에요.
한마디로 "그리스인들은 이성으로 예술을 만든 게 아니라, 술 취한 것처럼 열광하면서 만들었다"는 주장이었어요.
동료 문헌학자들의 반응은 냉혹했어요.
"이건 학술서가 아니다."
학생들이 강의실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결국 그의 강의를 듣는 학생이 두 명만 남았어요.
사실상 학계에서 추방당한 거나 다름없었어요.
최연소 정교수가 첫 책 한 권으로 학자 인생을 스스로 끝낸 거예요.
인류가 가장 많이 인용하는 철학서 중 하나는, 작가가 자기 돈으로 40부만 찍어 친구에게 돌린 책이었어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1883년부터 1885년 사이에 나온 니체의 대표작이에요.
초인과 영원회귀라는 핵심 사상이 담겨 있는데, 초인은 "기존의 도덕과 가치를 뛰어넘어 자기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이에요.
영원회귀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그래도 똑같이 살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에요.
그런데 이 책의 4부를, 출판사들이 전부 거절했어요.
니체는 결국 자기 돈으로 40부만 인쇄해서 친구들에게 나눠줬어요.
오늘날 베스트셀러 작가가 최신작을 직접 프린트해서 지인 40명에게 배포한 셈이에요.
1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출판 첫해에 60부밖에 팔리지 않았어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그의 책은 거의 읽히지 않았어요.
니체는 이 상황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이렇게 불렀어요.
"나는 사후에 태어날 인간이다."
자기 글이 살아서는 읽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썼어요.
니체가 죽은 뒤, 그의 사상에 가장 큰 상처를 낸 사람은 친누이였어요.
1889년 1월 3일, 이탈리아 토리노의 광장에서 한 남자가 쓰러졌어요.
마부에게 채찍질당하는 말의 목을 끌어안고 흐느끼다가, 길 위에서 의식을 잃었어요.
니체였어요.
그 뒤 11년간 정신이 회복되지 않았고, 1900년에 사망했어요.
쓰러진 순간부터 그의 유산을 관리한 사람은 누이 엘리자베스 푀르스터-니체였어요.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반유대주의자와 결혼한 여성이었어요.
니체가 평생 경멸한 게 두 가지예요.
반유대주의와 독일 민족주의예요.
그의 글 곳곳에 이 두 사상을 향한 신랄한 비판이 남아 있어요.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니체의 미완성 노트를 자기 입맛에 맞게 짜깁기했어요.
그리고 1901년 『권력에의 의지』라는 책으로 출판했어요.
마치 니체가 강한 민족과 권력을 찬양한 것처럼 읽히도록 편집된 책이었어요.
결국 이 조작된 책이 나치의 손에 들어갔어요.
1934년, 엘리자베스는 자기 집에서 히틀러를 직접 환대했어요.
평생 반유대주의를 혐오했던 철학자가, 죽은 뒤 나치의 사상적 상징으로 둔갑한 거예요.
평생 가꾼 회사를 자신이 가장 미워한 경쟁사에 가족이 팔아넘기는 걸, 무덤 속에서 지켜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일이에요.
니체가 살아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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